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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Oct 09. 2021

우울증 일기 16. 남자에 대한 (1)

우울증은 감정이 오작동 하는 병이다.

 

내가 슬프고 싶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어서 그렇게 생각하는게 아니다. 뇌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많든다. 삶에 있는 온갖 어두운 기억이란 기억은 다 쓸어 모아 땔감으로 쓴다. 불을 지피면 우울이란 감정이 활활 타오른다. 그 타오르는 감정에 온몸이 녹아내린다. 불길은 내 발목을 휘감더니 온몸으로 퍼져 나간다. 전신이 불타오르고 아프다.


 나는 그 아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물을 끼얹어버린다. 그 폭식이란 물로. 잠시잠깐 불은 꺼진다. 하지만 아직도 장작은 그대로고 불씨는 그대로 살아 있으며 언제 어디서든 또 다시 불이 일어날 수가 있었다. 


우울의 감정이 화력을 얻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것이 바로 '상처'다. 온갖 상처를 긁어 모아 되새기고 되뇌이고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그때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재경험하게 한다.


현재에도 말이다. 


[2021. 10. 5. PM 14:25 ]

"나 A랑 사귀어."


친한 오빠가 말했다. 

그 순간 밀려오는 감정은 나조차도 이해되지 않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큰 배신감이 차오르고, 나는 선택받지 못했으며, 그 오빠가 A를 좋아하는 이유는 A가 예쁘기 때문이고 나는 못생겼기 떄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올려놓았던 자존감이 언제 이렇게 바닥을 치게 됐는지. 나의 자존감 상태에도 놀랐는데다가 이제는 다 잊었는 줄 알았던 감정들이 올라와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축하하는 반응이 아니라 기분 나쁜 티를 냈다. 그러더니 그 오빠는 내 반응에 굉장히 불쾌해했다. 결국 우리 둘이는 싸웠다. 


[2021.10.6 PM 17:00]

"너랑 다시는 연락할 일 없을거야." 


그렇게 또 다시 인연이 끝나버렸다. 


그렇게까지 오빠도 화를 내야 하나 싶긴 하지만, 그쪽의 문제는 관심사가 아니므로 제쳐두겠다. 타인이 볼 때 쉽게 이해되지 않는 나의 반응, 나의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그 오빠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 그런데도 배신감, 시기, 질투를 느끼는 건지 말해보자면 나의 피해의식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과 두런두런 지내왔다. 그런데 싸웠고 이제는 다신 안 볼 사이가 돼버린 사람들의 특징이 뭐냐면, 어느쪽이든 남자가 껴있었고 이성문제가 겹쳐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나의 콤플렉스가 심하게 작용했다. 


10년지기 친구는 남자애한테 서로 관심을 보이다가 결국 싸우게 됐고, 새롭게 친하게 지내게 된 애들은 각자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트러블이 생겨났고 끊어지게 됐다. 


상담사에게 이번 주 일어난 일에 대해서 얘기했다. 


현재 기분이 어떻냐고 물었고 그런 기분들에서 얘기했다. 상담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에게 질문했다.


"어렸을 적에 놀림 받았던 이야기에 대해서 다시 해볼까요?"


나는 기억의 서랍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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