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처절한 생존일지.
나는 오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오늘은 집에 엄마가 없었다. 나혼자 있는 시간이었다. 드디어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는 오늘 괜찮았다. 택시를 타지 않았고 버스로 출근했다. 오전에는 단순 업무를 하고 점심을 먹었다.
오후에는 멍하니 생각을 하거나, 소설을 썼다. 힘들 것 하나 없는 하루였다. 누가 나를 괴롭히지도 않았고 누구와 다툼도 없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왔을 때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눈물이 차올랐다. 엄마가 없어서 외로워서가 아니었다. 드디어 울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고 느꼈다. 나는 큰소리로 울었다. 엉엉 울었다. 처절하게 비명을 질렀다. 처절했다. 나는 내 목을 조르고 싶기도 했지만 그것이 금방 실패로 끝날 것도 알았다.
나는 아팠다. 바늘로 온몸을 콕콕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두려움과 불안이 나를 덮쳤다. 매번 나는 이 두려움과 불안을 음식으로 피하려고 했다. 오늘은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내 생각과 내 기분을 드디어 알았다.
"죽고 싶어."
아 나는 죽고 싶구나.
내가 신뢰할만한 사람이 생기면, 나를 좋아한다고 확신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을 붙잡고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죽고 싶다였다.
나는 죽고 싶은 기분이 들어.
나는 놓치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상담사가 말한 자기 대화를 해야 하는 순간이라고 느껴서였다.
아아, 그래. 나는 그런 기분을 느꼈구나. 어째서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기분이 든거야?
삶이 너무 힘들어. 내 마음대로 안 돼.
너가 원하는 게 무엇이었는데?
안정된 삶인것 같아.
무엇이 있으면 안정적일까?
나를 사랑해주는 부모가 있고, 같이 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고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어.
자 한 번 둘러봐. 이제는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았고. 같이놀 친구는 충분하고 돈은 스스로 벌고 있잖아.
그렇네.
아픈것은 지나갔어.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잘 이겨냈어. 이제 더 이상 삶은 불안하고 무섭고 슬프고 외로운게 아냐.
맞아. 돈도 벌어서 먹고 싶은것도 먹고 입고 싶은 것도 사 입고 사고 싶은 것도 샀어. 친구들이랑 크리스마스 파티도 하고 재밌게 놀았어. 대견해. 잘해왔어. 삶은 어려운게 아니야. 살아가면 되는거야.
나는 나 스스로를 다독였다. 괜찮아 괜찮아. 몇번이고 얘기해주었다. 조금이라도 불안해하면 당장 곁에 서서 말해줬다. 괜찮아. 다 괜찮아. 이제 걱정할 거 없어. 내가 곁에 있어줄게. 나를 믿어.
한편으로 나는 울부짖었다. 나에게 말이다. 그동안 왜 나의 감정을 몰라줬냐고. 내 기분을 왜 몰라줬냐고. 죽고 싶다는 외침을 왜 외면했느냐고 말이다. 나는 죽고싶다는 기분이 들때면 한 편으로 나약한 생각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런 나약한 말따윈 하지말라고, 죽는건 사치라고. 죽을 각오로 열심히 살아보라고 내가 스스로에게 그렇게 모진 말을 해댔다. 그것은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의 기분과 마음을 수용하지 않는 것이었다. 가장 첫번째로 해야할 것은 내 기분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것이었다.
그래 넌 죽고싶은거구나.
설명 이해가 되지 않는다한들, 그렇게 나 자신에게 말해줬어야 했다.
다 포기하고 싶고 무기력하고 무의미하다고 느껴지는구나. 그래 그럴 수 있어. 내가 네 맘 알아줄게. 그래서 뭘 주어도 뭘 해주어도 싫은거구나. 아무것도하기 싫은데 나는 나 자신에게 꾸역꾸역 무얼 하라고 강요하고 있었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네가 하기 싫다면 공부도, 일도, 운동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멍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되는 삶이라. 나에게 주는 압박이 사라졌다. 나는 멍해졌다.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혼란스러운건 아니다. 그냥 멍하다. 한편으론 편안하기도 하다. 그냥 사는 게 목적인 삶. 그냥 오늘 밥 잘챙겨먹고 잠잘자면 그만인 삶.
아아. 언제 그렇게 살았던거지?
까마득하다.
그저 학교 갔다가 숙제 후딱 해버리고 애들이랑 놀고, 밥먹으면 그만이었던 삶. 그냥 건강하게 먹고 자고 살아가기만 하면 그게 전부였던 삶. 대체 어디로 가버린걸까.
나는 오늘도 처절하게, 간신히.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