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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Jan 10. 2022

우울증 일기 35. 여행


1월 9일 나는 친구들이랑 포항을 갔다. 친구들 중에는 두 계절을 같이 보낸 친구도 있고, 아직 만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는 친구도 있었다.  각양각색의 사람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 소통하고 싶다라는 것이었다. 


누군가가 그리워 서로를 찾게 된 우리는 그렇게 여행을 떠났다. 


나는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말해본 적이 없지만, 굉장히 고마웠다. 물론 '같이 놀아서 즐겁고 고마워.' 이렇게는 얘기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가 어떤 심정으로 이 이야기를 하는지 모를 것이다.


하루하루를 죽고 싶어하고 나의 삶을 원망하고 저주하고 나 자신을 혐오하다가 이렇게 누군가와 여행을 갈 줄 이야 알았겠는가. 

나는 줄곧 동굴 속에 갖혀 있었다. 우울과 외로움이란 감옥 속에서 복역하고 있었다. 그 끝에 희망은 없었다. 나는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며 세상은 아무도 나를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외로움 속에 말라 죽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나에게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경험은, 큰 희망이 됐다. 


나는 날씬하지도 않았고 예쁘지도 않았다. 예뻐서, 돈을 많이 벌어서, 학업 능력이 우수해서 사랑받은 게 아니었다. 

그냥 나라서. 


"다음에는 어디갈까?"

"다같이 펜션 가면 재밌겠다."


친구들은 말했다. 다음을 말했다. 먼 미래를 말했다.


"여름에 물놀이 같이가면 재밌겠다 그치?"


누군가가 말했다. 


난 이제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있다. 내가 죽으면, 적어도 한 순간은 슬퍼할 이들이 있을거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 난 이제 누군가에게 기억이 됐다. 내가 바라던 것이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 추억이 되는 것.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 


살아야지. 재미있는 것도 많은데.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그래 현재가 어렵든 어떻든 이승이 나은거지. 살아가는게 나은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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