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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Feb 17. 2022

우울증 일기 44. 생각이란 감옥


2019년 5월 1일 수요일의 일기 


제목 : 내가 폭식 하는 이유 

폭식까지 이어지는 사고 과정을 살펴 보면 이렇다.


어떤 일로 인해 불안해지고 우울해짐 →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 필요 → 음식이 주는 달달함, 편안함, 포만감 기대 → ‘많이 먹었다’, ‘살이 찐다’라는 생각 → 구토에 대한 욕망 → 배가 찢어지는 기분이 들때까지 먹음 → 구토 


그러나 그것들이 결국 자기 학대라고 느껴지고, 나 자신을 괴롭히고, 화가 나고 열받는다고, 나 자신에게 화풀이하는 꼴에 지나지 않는 모습에서 이를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코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었고, 올바르지 못한 식습관으로 살이 빠지기는커녕 더 찔 뿐이고, 위가 부글부글 하고 아파왔으니까. 


무엇보다 내 자신이 비참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불쌍했다. 

일말의 나 자신에 대한 ‘동정심’이라도 있어서, 자발적으로 병원에 갔고 고치려고 노력 중인거다. 


나는 의사선생님과 대화하면서, 차근차근 폭식의 과정에 대해 짚어보았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 그 일이 빵 세 개를 길거리에서 먹어야 할 이유인가요?”인 것 같다. 

“회가 나면 빵을 먹는게 아니죠. 화가 나면 그 화가 난 상황을 어떻게 해야해요?”

“그 상황에서 벗어나야죠.”

“그래요. 배가 고프면 빵을 먹는 게 말이되죠. 근데, 저 사람이 나를 짜증나게 해서 그 사람이 나에게 빵을 먹으라고 한 건 아니잖아요.”


일차적으로, 의사선생님이 보기에 어떤 사건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뭔가 몇가지 행동에 나 혼자 스트레스 받고 폭식하는 부분을 얘기했다. 저 사람이 나에게 관심 갖지 않거나 무시하는 이유 혹은 목소리가 단조롭다고 생각이 되는 게 “내가 뚱뚱해서 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들 말이다. 사실 진짜 목소리가 단조로웠는지도 모르겠고, 그 사람이 일하다가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상냥하게 말하는걸 깜박한 것일 수도 있는데 “내가 뚱뚱해서”라고 이유를 붙인 거였다. 그런거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지도 않았고 그 사람이 나에게 “이솔씨가 뚱뚱해서 싫어요” 라고 한 적도 없는데 그렇게 해석 한거였다. 아무런 물증도 없는데 내 맘대로 해석하는거였다. 


예쁘면 다 연애를 잘하느냐 그것도 아니고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만 연애를 하느냐 그것도 아니다. 예쁘고 잘생기면 헤어지지도 않고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고, 잠자는 시간 빼고 대시를 받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길가면서 대놓고 쳐다보는 것도 아니다. 쳐다보지 않는다고 해서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고, 쳐다본다고 해서 이성적 관심이 있어서라고만 볼 수도 없다. 


그냥 일례로, 어떤 예쁜 언니를 봐라 아무리 예쁘고 매력적이라도 잠깐잠깐 관심 끄는데는 능할 순 있지만 직접적으로 사귀지 않지 않는가.

저 사람이 너무 예뻐서 그림의 떡이어서 남자들이 대시를 못하든, 저 여자가 눈이 높아서 거절하든 어쨌든 간에 결론적으로는 그렇단 말이다.

남자가 마음 먹고 고백을 해볼때까지에는 수많은 고민과 사안들이 있는 것일터인데.

나는 정말 단순하게 결론을 내려버린거였다. 애초에 예쁘면 무조건 사귀고, 못생기면 무조건 싫어하는 남자가 있다면 인성이 되먹지 못한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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