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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솔 Feb 18. 2022

우울증 일기 45. 인지왜곡


눈앞에 있는 남자가 나랑 눈을 마주치지 않는 상황.

그때의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싫어서 그럴거야.'

(하지만 사실은 그남자는 잠시 땐 생각을 하느라 눈을 마주치지 못한 것이다. )


알바에 합격하지 못했다? 

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못생겼기 떄문이야.'

(하지만 사실은 더 일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이 있었다.) 


코로나가 일어나고 회사가 곧 문을 닫고 나는 직장을 잃을거야.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2년째 직장을 다니고 있다.)



다른 사람이 보면 논리적인 비약이 심하지만 내 눈에는 사실처럼 보였다. 그렇다. 우울증인 상태에서는 고정적인 사고를 하기 쉽다. 이를 인지 왜곡이라고 한다. 


내가 인식하는 것이 사실과 다른 경우를 인지 왜곡이라고 한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단순한 착각을 넘어서 지속적인 생각 패턴을 갖게 된다. 그것이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다. 모든 사고의 흐름이 그렇게 되도록 흘러가기 때문이다. 


아론 벡이라는 사람이 우울을 지닌 사람들이 나타내는 10가지 인지오류를 정의했다. 

그중에서 주로 내가 했던것은 과도한 일반화였다. 한 두가지 사건을 가지고 확대해석을 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남자가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해서 세상 모든 사람이 나에게 관심이 없을 것 같이 생각한다던가.  

이분법적 사고도 심했다. 예쁘면 사랑에 성공하고 예쁘지 않으면 사랑에 실패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나에게 닥친 일을 과하게 해석하는 경우가 있었다. 코로나가 일어나서 내가 잘리게 될거라고 바로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다 나를 싫어할 것 같다는 느낌들에 늘 시달렸다. 현실과 다르게 해석하고 그 해석이 부정적으로 하게 되다보니 하루가 정말  살기 힘들었다. 누군가와 눈만 마주쳐도 난 기분이 안좋아졌다. '내가 뚱뚱해서 저 사람이 나를 쳐다본걸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불행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 스스로 안좋은 일로 만들어낸다음, 그다음 슬프고 괴롭고 우울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의사선생님은 내 얘기를 듣더니, 그 사람한테 그런 얘기를 들었나요? 라고 반문했다.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래서 진짜 직장에서 해고 됐나요? 친구들이 이솔씨를 싫어하던가요? 그렇게 의사선생님은 내 주장을 반박하셨다. 이것이 왜곡된 인지를 똑바로 잡는 것이었다. 


나는 인지왜곡이 너무 심했다. 이 치료가 없었더라면 나는 올바른 생각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올바르게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운 상태에 있으니 당연히 하루가 불행할 수 밖에.

 

혹시라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인지왜곡 치료를 꼭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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