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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솔 Mar 01. 2022

우울증 일기 49. 가난함을 느끼는 날


오프닝 장면이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관심을 갖고 있었던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를 보는 중이다. 2017년에 방영한 것이었는데 기회가 없어서 벼르고 있다가 이제야 본다. 상류사회에 대한 것으로 욕망을 가진 인간군상을 보여주는데 그 의도가 있다. 주인공은 김선아 분의 박복자와 김희선 분의 우아진이다. 김선아는 대성펄프의 회장의 간병인으로 일하게 된다. 대성펄프 회쟁의 둘째며느리인 우아진은 처음에 그녀를 좋게 생각한다. 하지만 가면 갈 수록 박복자의 행동은 의심스럽다. 의도적으로 회장에 접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의심이 들게 한다.


사실 스릴러 미스테리 장르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 본 것인데 재벌가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대사가 있었다. 대성펄프 회장의 큰 며느리가 간병인인 박복자(김선아)를 보고 위아래도 없냐고 한다. 그러자 박복자는 위아래가 어디 있냐며 누가 위고 아래냐며 따진다.


아니라고, 이 세상은 평등하고 민주 사회라고 계층이라고 하지만 아 나는 신분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공식적인 신분제도는 없지만 결국 가진 것에 따라 나눠지는 신분과 그 사람의 가치.  

그 사회에서 나는?

난 가난하다.

요즘들어 내가 가난했었고, 지금도 상대적으로 가난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초라하게 보이고 높은 빌딩 건물들, 고급 아파트,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대단해보인다. 요즘 들어서 나는 내가 퍽 가난하다는 생각을 한다. 통장 잔고도 별로 없다. 동생이 내가 모아둔 돈의 이야기를 듣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대뜸 나에게 이런걸 보내는 게 아닌가.





(물론 이 그래프가 절대 기준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이 표를 보고서 나는  중얼거렸다.


“난 가난한거 같아.”


흙수저 탓도 있겠지만 사실 이번 건 후천적인 문제도 있다. 소비가 굉장히 많았기 떄문에 저축을 하지 않았던 탓도 있었다. (그놈의 폭식과 배달음식…)


난 정말 가진 게 없었다. 내가 가진게 0이라는 생각이 들자 퍽, 씁쓸했다.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다잡았다. 옛날 같았으면 또 다시 우울의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생각을 다잡으러고 애썼다. 아아, 무슨 생각을 했냐고?


행복은 돈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

부자도 공허함을 느끼고 외로움을 느끼고 불행하다는 생각?

돈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


다 틀렸다. 나는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 돈없으면 기분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난다.

내가 아는 친구에게 안부를 물었더니 그 친구는 10시간 넘도록 일한다고 했다. 왜그렇게 많은 시간동안 일을 하냐고 하니깐, 돈으로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서 라고 답했다. 그 친구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돈없이 무시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람이 제일의 가치가 되어야 하는데 돈이 더 가치가 높아서 그렇다. (근데 역사적으로 봐서 사람이 제 1의 가치가 된 적이 없는 것 같다. 사회는 항상 계급사회였고

경제적인 가치가 있는 것이 사람보다 앞섰다. )


그럼 무슨 생각을 하냐고?


돈이 없어도, 가난해도, 죽을 순 없다.


개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나는 이 땅에 어떻게든 구르기로 했다.


‘품위있는그녀’에서 박복자는 갖고 싶은 것을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려고 했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아 나도 돈 많이 벌고 싶어. 그러다 결국 목숨을 잃는다. (스포아니다. 첫장면부터 박복자가 죽는다. 그래서 신선했었다.)


근데 최우선으로 내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마음속으로 새겨야할 말은


“살아남자.”


인 것 같았다.


나는 내가 굴러야할 곳이 개똥밭이어던 것을 알았고 좌절했으며, 구르기 싫다고 외쳤다.

하지만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구르는 건 의무였다. 아아, 그래 어차피 굴러야하는 거면 그냥 구르자. 뭘 뭍히던건 개똥이든 소똥이든. 뭘 뭍히고 더러워지던 간에.

돈을 많이 벌든 적게 벌든 살아야한다. 살아 남는덴 우아함도 필요없고 고풍스러움도 필요없고 아무것도 필요없다. 그냥 살아남아.


난 가난하다 .그거 떄문에 불편하기도 하고 기분이 나쁘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는 죽을 뻔 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면, 느끼는 것은 삶이 대한 소중함이다. 비록 가진게 없는 삶이라도 살아있는게 중요하다.


돈이 필요없는게 아니라 돈이 중요하긴 한데, 돈보다 생명이 앞설 수 없다는 것이 내가 배운 것이고. 내 가치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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