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식과 구토가 멈췄다. 밥을 한참 안먹다가 배가 고파서 많이 먹긴 했지만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무언가를 풀고 싶다는 마음에서 일어난 폭식은 없었다. 많이 먹는 일이 없어지니 구토할 일도 없어졌다. 뿌듯하다.
난 현재 강제 미라클 모닝중이다. 나는 새벽 5시는 되서는 깨버린다. 아직 잠을 제대로 자진 못해서 그렇다. 10시쯤에 누워버리고 새벽 1시쯤에 깬다. 배가 고파서 뭘 먹고 다시 잠을 청한다. 잠이 오지를 않는다. 그렇게 새벽 5시 눈을 뜬다.
다시 자기는 뭔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를 한다. 나는 현재 글쓰는 것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러운 감정선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그런 것들을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잠이 많이 왔다. 꾸벅꾸벅 졸면서 책을 읽었다. 책 내용이 머릿 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최근들어 나는 아침에 걷기를 시작했다. 살은 빼야겠고 운동은 해야겠는데 저녁에는 뭔가 모든게 하기 싫어진다. 그래서 활기찬 아침에 운동하기로 했다. 40분간 길을 걸어서 출근했다. 땀에 절어서 회사에 도착한다. 피곤하기는 하지만 뭔가 상쾌하다.
배가 고플대로 고프다. 꼬르륵 소리가 난다. 그 때쯤에 점심을 먹는다. 회사로 배달된 도시락을 먹는다. 도시락을 먹고나면 팀장님이 사주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신다. 나른하다.
업무를 하기도 하고, 우울증에 대해서 찾아보기도 하고 생각을 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시간을 보낸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 퇴근 할 때 쯤이 된다. 그러면 난 빠르게 책상을 정리하고 칼같이 퇴근한다.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녁은 어떻게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그런데 한숨이 훅 나온다. 뭔가 피곤하다. 소금에 절인 배추마냥 축 늘어진다. 집에 도착할 때쯤이면 우울이 날 삼킨다.
이럴 때면 난 나에게 질문한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거야!
오늘 하루 잘보냈다. 어떤 누구도 날 괴롭힌 사람도 없었고 일이 힘들거나 많은 것도 아니었다. 나는 즐겁게 공부를 했다. 누구와 싸우지도 않았다. 그런데 바늘로 콕콕 쑤시듯이 아프다. 몸을 가누지 못하겠다. 기분이 너무 나빴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안들었고 글쓰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냥 방바닥에 누워버렸다.
불을 끈 채로 나는 그렇게 방안에서 괴로움에 허덕여댔다. 아, 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내가 음식을 먹어치웠던거구나. 고통은 정말 불에 데인 것 같이 화르륵거렸고, 따가웠고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살기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기대되지도 않았다. 누가 보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었다. 절망이 찾아왔다.
아침이 된다. 그때 느꼈던 감정들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나는 새사람이 된 것 같다. 어제의 고통스러워했던 나는 없고 활기찬 내가 있다. 도대체 왜이러는거지.
퇴근후 저녁시간~밤시간만되면 이렇게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고통스럽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보통 이 상태에서 감정이 사라지기를 무력하게 기다리기만 했다. 아니면 먹거나....
그런데 조금 대처를 다르게 해보기로 했다.
요즘 한창 우울증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어서 알게 된, 그리고 병원 상담을 통해서 알게 이론때문이다.
감정은 생각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을 마주했을 때 바로 감정이 나오는 것 같아보이지만, 사실은 생각이라는 과정이 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부당한 사건이 일어남과 동시에 바로 '억울함'이라는 감정이 올라오는게 아니라. '나는 부당한 일을 당했어' 라는 생각을 하자 억울함이 올라오는 것이란 소리다.
그 이론에 따라서 나는 이 어두운 감정이 찾아올 때마다, 고통이 찾아올 때마다 직접적으로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무슨 생각을 한거야?
"외로워."
"그럼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던가, 친구를 만나면 되잖아."
"귀찮아. 싫어. 재미없어."
"너가 맞춰줘야하는 상황을 생각하니까 귀찮다는 생각이 드는거야. 모든 걸 너에게 맞춰주는 친구가 있다면 너는 기분이 좋아질거고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을 할거고, 외롭지도 않을거야."
"맞아.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을거야."
비록 내가 원하는 대상을 찾지 못하더라도 내 감정을 이해해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적어도 이 순간, 내가 원하는것은 음식이 아니라 같이 함께할 사람,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