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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llust순정 Sep 16. 2016

옥주이야기

내마음의 풍금

98년 울진으로 귀촌해서 작고 낡은 길가 집 하나를 얻어  개성있는 인테리어를 갖춘후 그곳에서 미술학원을 했다

초등학교를 올라가는 길목이라 크고 작은 학원이 모여있는 동네 였고 미술 학원 앞 골목에는 조그마한 피아노 학원을 하는 옥주가 있었다


옥주는 붙임성도 사교성도 참 좋은데다 동갑내기라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되었다


옥주는 어린 스무살에 결혼을 하고 남편과 모스크바로 유학을 가서 아들 둘을 낳고 키우며 남편 학업 뒷바라지를 했다

그렇게 팔구년을 살고 남편은 더 좋은 사람이 생겼다며 옥주에게 이혼을 요구했고

아이도 남편도 잃어버리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온 옥주는  중고교 시절을 보낸 울진을 찾아와 이곳에서 학원을 했다


옥주와나는 이웃 사촌이 되었고

삼시세끼를 거의 매일 같이 먹는 가족이 되었다

옥주와 나는 서로 통함도 같은 취향도 많아 친한 친구로 지냈다


늘 아이들을 그리워하는 보고픔과 그리움에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옥주

그런 옥주를 볼때마다 참 안타까웠다


어느날 옥주가 중고 자가용을 하나 샀다

그때부터 우리는 날개를 단듯 동네를 옥주의 차로 참 많이  돌아 다녔다

목욕도 같이가고 바다를 보러도 같이가고ᆞᆞ


옥주의 아버님은 시골 교회 목사님이셨다

어느날 옥주랑 이야기를 나누다

'옥주야 나 풍금 하나 구하고 싶어'

'내가 아버지 통해 교회에 옛날 안쓰는 풍금이 있는지 알아볼께'

그런 대화를 나누고 두어달 지났다


추석 명절이 왔고

우리는 각자의 명절을 보내고 만났다

옥주는 이번 명절은 서울가서 그동안 못본 친척들을 다보고 왔다며 좋아했다

자신의 처지를 맘 아파하는 집안 어른과 형제들에게 너무 미안해 찾아 뵙지 못했는데

이번 명절은 그 숙제를 했다며 좋아했다

나도 참 잘했다며 옥주를 격려 해주었다


그런 대화를 나누고 사흘이 지났다

옥주가 학원 앞에 와서 빨리 나와 보라며 소리쳤다

나가보니 옥주의 중고차 아벨라 뒷 자석에 작은 풍금이 하나 놓여 있었다

기존 풍금보다 좀 작은 오래된 풍금이었다

우리는 둘이서 낑낑대며 들어다 미술학원에 놓고

동요 메들리를 치며 너무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풍금 어디서 구했어?'

'추석때 서울만 갔지 영주는 못갔어 그래서 어제 오후에 영주 가서 부모님 뵙고 풍금 구해놓으셨다 해서 싣고 왔지~^^'


작은미술 학원 안에

작은 풍금 소리가 참 정겨웠다


이틀이 지나고 주말 ᆞᆞ난 포항에 볼일이 있어 울진에서 버스를 타고 갔다

매화재를 넘는데 큰 덤프가 있고 경찰도 오간다

교통사고가  난듯해 보였다

포항을 거의 다 갔을 때 쯤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집사님 옥주 자매님이 지난밤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네요'


그 순간 눈물도 나지 않고 그 믿을수 없는 이야기에 멍해졌다

난 거짓말이라 생각했다

내가 꿈을 꾼다 생각했다

나는 한동안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다


지난밤 옥주가 드라이브삼아 매화재를 넘었고

커다란 덤프를 피하지 못하고 그 덤프 아래로 밀려들어가며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추석명절 일가 친척을 다 만나고

주중에 부모님까지 다 뵙고

나를 위한 풍금선물까지 주고

옥주는 그렇게 하늘 나라 사람이 되었다


이번 추석 명절 나는 집에 있었다

예전 학원 하던곳에 창고를 치워달라는 부탁을 받아 연휴 동안 남편과 그곳을 다 치웠다

그곳에서 오랜 시간  잠 자고 있었던 옥주의 선물을

꺼냈다

먼지를 털고 닦고ᆞᆞ

풍금을 내 작업실로 옮겨왔다.


'옥주야?그곳에서는 외롭지 않니?

풍금 선물 오래오래 간직할께 다시 한번 고마워'


옥주는

내마음의 풍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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