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이야기
금요일 오후 홍쌤이 전화하셨다
"홍씨 입니다~"
"알고 있어요"
"내일 뭐해?"
"왜요?"
밥을 사주시려나ㅎ은근 기대ㅋㅋ
"벽화좀 같이하자~"
왕~왕~왕~왕~)))))
요즘 마음의 침체기인지라 기분도 기운도 다운이다
그렇다보니 만사가 귀찮다
하지만 내가 나의 마음을 꼬집었다
언제까지 그럴껀데··
그래서 그날 저녁 미팅에서 식사하며 내일 작업을 함께 하시는 분들과 인사하며 계획을 세웠다
토요일 아침 8시 집합~
부분 칼라 페인트들이 내게 있어 일단 집에와서 챙기고 잠을 잤다 아침 6시30분 기상···
남편은 나를 위해 쥬스를 갈고 있었다
참 한결같은 정성과 사랑이다^^
그런데 비가 와 있었다
잔뜩 찌푸려 있었다
아이쿠야~어쩌지··하늘을 보니 그칠듯도 한데
홍쌤이 카톡이 왔다
오늘은 비로 작업이 어려울듯 합니다
난 다시 베란다를 내다 보았다 큰비가 내린것이 아니였고 거의 그친 상황이라 가능할 듯도 한데 싶어 일단 현장으로 가볼까 했는데 오늘은 힘들듯 하다고 전화를 주셨다
다시 무장 해제하고 레포트를 쓴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홍쌤이 전화하셨다
현장에서 보니 작업이 가능하겠다고··
그래서 부랴부랴 현장으로 달려갔다
홍쌤.홍쌤선배님.홍쌤 제자분들 미정씨.현주씨.윤희씨.장춘희님.나 이렇게 7사람이 작업을 시작했다
난 밑작업을 페인트 아저씨께 부탁할때 밑색도 미리 정해 칠해 달라 부탁한 다음 그 위에 그림을 그려간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회화를 하시는분답게 함께 해가셨다
롤러질ㅎ
솔직히 너무 힘에 부쳤다
하지만 다들 얼마나 열심히들 하시는지
티낼수 없었다
같이 열심히 영차영차~~
그렇게 열심히 하루가 갔다
다음날 아침 8시 다시 집합~
홍쌤이 내게 부탁하나를 하신다
죽변 공립 어린이집 옆에 곱게 시멘을 발라놓은
7미터정도의 벽이 있는데 그곳에 밑칠좀하고 간단한 나무 몇개정도 그리고 와달라는 부탁이셨다
7미터라도 입구가 좁아 그릴 공간은 크지 않다 하셨다
난 알았다 말하고 도구들을 챙겨 올라갔다
입구가 좁고 높지 않은 길이 7미터의 어린이집 벽을 찾았다
그런데 화단이 형성되어 색칠이 힘들어보이고 꺽어지는 면이 또 있다
난 홍쌤께 전화를 했다
통화가 되지를 않는다
5번을 걸었는데 통화가 되지를 많는다
에라··그냥하자
그렇게 준비해간 노랑색에 화이트를 섞어 밑칠을 열심히 했다
꽃잔디를 들춰가며 큰길 입구길 부터 열싱히 브러쉬로 칠해갔다
면에서는 왜 밑작업도 안하고 이리 꽃잔디도 잔뜩 핀 벽을 해달라 하지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2번을 반복해서 노랑 밑칠을 하고 핑크고래를 한마리 그렸다
한 어르신이 지나가다 말씀하신다
어디서 왔냐고··이만저만 해서 왔다고 말씀드리니 이건 당나무라하신다
나는 예~대답하고 다시 열심히 그렸다
마을 회관이 옆이다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오가셨다
노랑색이 어르신들을 환하게 해주는듯 했다
곱다··참 곱다며 좋아 하셨다
그때 한 어르신이 옆으로 오신다
어디서 나왔냐고 또 물으신다
홍경표 화백님과 죽변 방파제 벽화하고 있는 작가인데 면에서 어린이집 벽을 좀 해 달라해서 왔다고 하였다
그렇자 본인이 이동네 이장님이라 하신다
난 씩씩하게 인사하고 다시 그려갔다
그때 홍쌤이 점심 먹으러 오라고 하셔서 내려갔다
인심좋은 어르신들이 같이 밥먹자고 하시는것을 사양하고 내려가서 식사를 하고 현주씨가 커피를 사러간 사이 이야기중 내가 그림 그릴벽이 오전 내내 한벽이 아니라는것이다
머리가 쭈빗 섰다
내가 해야할 벽은 어린이집 입구 벽이 아닌 안쪽 골목 벽 이었던 것이다
내가 그려 놓은 곳은 그 마을의 수호신 할아버지 나무로 불리는 성황당 이었다
커피고 뭐고 다시 부리나케 올라갔다
어떤색으로 하나 고민하며 혼자 준비를 분주하게 하는데
이장님이 또 오신다
정중하게 인사드리고
"이장님 죄송해요 제가 벽을 잘못 알았어요 저 안쪽 벽인데··마을 성황당 벽에 잘 몰라서 색을 칠하고 그림을 그렸어요 흰색이든 미색이든 원하시는 색을 말씀해 주시면 깨끗하게 칠해드리겠습니다"
그렇자 이장님이 막 웃으신다
"그렇죠··면에서 성황당에 무엇을 할때 이장인 나에게 미리 연락이 오는데 이상하다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이리 공들여 환하게 해놓았으니 끝까지 다해서 마무리를 해주세요 우리가 필요할때 힌뺑끼 한통 사다 칠하면 되니더~"그리고 큰 나무 향해 말씀하신다
"할아버지 집 앞 단장 환하게 하니 좋지요 모르분들이 와서 이리 고맙게 해주니더~""
마을 성황당에 그림을 그려 놓는 헤프닝을 벌렸다
그곳을 마무리 하고 원래 해야 할 안쪽 벽에 열심히 노랑 밑색을 칠했다
설상가상··필요양만 가져오다보니 색이 부족하다
내려 갔다올 시간도 안되고ㅠㅠ
물을 좀 많이 혼합해 연하게 두번을 칠해 노랑빛만 느끼게 해주었다
땀이 비오듯하고 해가 들어서 조금 힘이 들었다
간단하게 나뭇가지좀 그리자 하고 그리고 있는데
미정씨가 왔다
어찌나 반갑고 고맙던지ㅎ
그렇게 나뭇잎사귀를 그렸다
또 현주씨가 왔다
시원한 음료를 사서···
홍쌤께서 가보라 하셨단다
참 고마웠다
함께 마무리를 하고 방파제 현장으로 내려왔다
바보짓 하느라 열심히 방파제 벽화를 못도와 너무 미안했다
마무리라도 열심히 돕자 생각하면서
벽화 마무리 하시는 홍쌤이 부탁하시는 색들을 열심히 나르고 붓통을 빨고 쓰레기를 치우니 저녁 7시가 되어서 벽화가 완성 되었다
멋진 홍쌤의 방파제 벽화가 완성되었다
작년에 내가한 방파제 벽화와 연결되는 벽화이다
쭉 죽변 방파제를 걸으며 벽화를 보는 재미가 있을것 같다
현장은 늘 배움을 준다
깨달음을 주고
또 다른 도전을 준다
홍쌤에게 많이 배우고 경험한 이틀간 이었다
우리들은 모여서 사진을 찍었다
남는것은 사진이다ㅎ 아기가 아파서 이틀날은 함께 못한 윤희씨가 없어 아쉽고 아이들을 챙겨야해서 미리간 미정씨가 사진에 안보여 아쉽다
엉뚱한짓을 했다
생각할수록 웃음이 난다
동네 어르신들의 불벼락 같은 호통과 꾸짖음 받을 일을 저질렀는데 그렇게 품어 주시니 참 감사했다
즐거운 추억이다
이제 홍쌤이 주실 용돈을 기다려야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