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전시
사람이 많아도 붐벼도
허균허난설헌 기념관의 중정으로 들어서면
모든것이 차분해지고 고즈넉해지기 까지 한다
6년전 아버지 칠순을 축하드리며 식사의 자리를
허균허난설헌 기념관 앞의 한정식집에서 한 적이 있다
그때 처음으로 들렸던 기념관··
난 처음 부터 중정이 좋았다
빙둘러 건물이 이어진 한옥의 기념관 안에 있는 네모 마당
중정이 주는 매력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
그 마당 마루에 걸터 앉아 하늘을 보노라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머리가 맑아지고 비워짐을 느낀다
내가 강릉과 참 많이 친한가 보다
강릉을 너무 자주 오가니 강릉 사람인 줄 알기도 하고
강릉으로 이사오라는 제안도 많이 받는다 ㅎㅎ
내가 좋아하는 중정에서 전시 한번 해도 좋겠다는 농담을 큐레이터분이 귀 기울이 셨나 보다
어느 봄날 전화를 주셨다
중정에서 전시 한번 해보심 어떠냐고ㅎ
오케이 수락을 하고 고민에 들어갔다
그 많은 한옥의 문살과 기둥을 상하지 않게 하며
그림을 오밀조밀 걸수 있는것이 뭐가 있을까?
고민끝에 떠오른것이 나무판을 짜는 거였다
나무판을 짜고 양끝에 구멍을 내어 와이어 고리로 걸고
그다음 그 나무판에 그림을 걸자 였다
그렇게 공방에서 나무를 짜고 오일을 발라서 가져와 설치를 준비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집에서 테스트한 와이어 고리와 전시장의 와이어 고리가 달라 구멍에 끼울수가 없었다 ㅠㅠ
강릉에서 울진으로 내려갔다 올라 올수도 없고
강릉시내 화방과 철물점을 다 돌아 다녀도 구할수가 없었다
앞이 캄캄했다
다행히 이번 디피는 남편이 동행을 해주었다
남편은 주님 예비해주신 해결사 였다
벤찌 하나 사와 철사로 엮어 고리를 만들어 걸었다
야외 전시의 장 단점이 고스란히 들어났다
그림이 자꾸 삐뚤어 지기도하고
햇빛에 가려야하고
내 원참···
다 걸고 앉으니
혼자 욕심을 부려 나만 잘나 보이려하니 힘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그림도 중정의 한옥 문살도
화초도 마당에서 올려다 보이는 하늘도
그 속을 들락날락 하는 바람도
다 함께 인것인데
조금 삐뚤어져도
햇볕에 그림을 가끔 가려두어도
중정의 함께 하는 풍경들이 정물들이
부족한 공간을 채워 줄 것이다
그렇게 10월 한달 나는 짬짬히 강릉으로 가을 여행을 가듯 중정을 오갈것이다^^
엄순정 일러스트전시
"초당의 추억 이야기가 되다"
2018년 10월2일~31일
강릉 허균허난설헌 기념공원내 기념관 중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