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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Feb 28. 2019

당연한 이야기 속에 없는 그들
구병모의 [파과]

독서 중독차의 책 이야기

★ 단단한 벽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지만 계란 하나가 그것을 무너질 줄이야





1. 지켜야 할 것을 만들지 말자던데 그리고 어느 순간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사람은 지켜야 할 것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무서움을 점점 알게 되면 단단하게 단련된 벽도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작품 [파과]는 단단하고 냉정하기만 한 주인공의 벽이 아주 작은 계란 하나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재미있있게도 작품에서 노인을 등장시킨다. 그것도 냉혹하고 무서운 킬러의 모습으로. 일반적으로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킬러는 냉철하고 냉혹하기 때문에 차가운 표정을 지닌 여성이나 근육질에 맨 주먹으로 벽돌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부술 것만 같은 남성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최근에 여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등장하면서 여성킬러라는 매혹적인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여기서 작가는 매혹적인 여성도 근육질의 남성도 아닌 평범하고 주름살이 자글한 할머니를 킬러로 등장시킨다. 누군가를 죽이는데 타고난 재능을 가진 할머니가 보기에는 평범해보여도 누군가를 죽여야 할 때는 어떤 감정조차도 가지지 않는데 이 할머니가 은퇴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제목인 [파과]는 손톱을 의미한다. 젊었을 적 손톱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파과가 가지는 또 다른 의미를 본다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파과의 의미는 다양하다. 이과 계통의 언어이기도 하고 손톱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16살의 여자 아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소녀에서 여자로 변화하는 것 그리고 처음으로 여성이 되는 뜻을 말하기도 한다. 어릴 적 한 남자 때문에 여자가 되고 그 남자 따라 킬러가 되었던 그녀에게 자신을 방역의 세계로 이끌어준 남자는 세계 전부일 것이다. 

 그리고 킬러라는 직업 때문에 아내와 아이를 잃었던 그 남자와 지내면서 앞으로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들을 만들지 말자라는 약속과 함께 세상을 아주 건조하고 슬프게만 살아갔었다.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는 것은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하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도덕적인 것들도 포함한다고 볼 수 있다. 그녀에게 사람을 죽이는 것은 직업이지만 소중한 사람도 없이 메마른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는게 당연했지만 그녀를 킬러로 만든 그 남자가 그녀가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과 마지막 순간에 그녀를 지키고 죽었던 류를 보면서 아이러니 한 상황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 느날 노인이 되고 칼을 들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평범한 모습 속에서 마지막까지 킬러일을 잡은 것은 노인이라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감과 여전히 지켜야 할 것이 없는 세상에서 이 일마저 없다면 느껴질 공허함은 클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돌아오지 않으면 알아서 도망가라며 반려견을 쓰다듬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그녀가 살아온 삶에 얼마나 커다란 구멍이 있었을까

 어느 날 폐지를 줍다 흘려버린 노인과 자신보고 어머니라고 부르며 무시하는 젊은 사람들과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가정에 대한 환상 그리고 아무런 이유없이 자신에 대한 존재를 지켜준 사람을 보며 그동안 잊고 살며 꽁꽁 숨겨왔던 삶에 대한 감정을 느끼게 된 이후 그녀에게 또 다시 지켜야 할 존재가 생겨버린 것이다

 할머니 킬러라는 독특한 캐릭터와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에 대한 깊은 고뇌를 세밀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어느 날 갑자기 변화를 느끼며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을 통해 세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2. 투우는 왜 조각을 그토록 집착했는가 - 유일하게 받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


 투우란 존재는 작품에서 가시같은 존재이다. 이유 없이 조각을 미워하는 남자 투우, 그러나 조각은 투우에게 특별하다. 여기서 투우는 외면당하는 존재로 나온다. 바쁜 부모님들은 투우를 버려둔다. 그에게 유일하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가정부이다. 약을 못 먹는 아이에게 알약을 정성스럽게 갈아서 주던 그녀가 사실 킬러 조각이라는 사실, 그는 왜 자신에게 잘해줬는지 궁금했고 왜 그녀가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는지 그 사실만으로 괴롭다.

 사실 여기서 투우는 전형적인 버림받은 자의 존재이다. 즉 부모로부터 세상으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유일하게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줬던 인물에 대해 끊임없이 쫓아간다. 왜 조각이 투우에게 잘해줬는지는 알 수 없다. 어쩌면 죽어버린 류의 아내와 아이, 사랑하지만 절대로 사랑할 수 없었던 류에 대한 감정, 어느날 생긴 아이를 한 번도 안아주지 못하고 급하게 입양보내야 했던 삶을 통해 어쩌면 자기가 그 아이의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사실 속에서 그녀 마음 속에서 잊어버렸던 중요한 것들이 살짝 피었기 때문은 아닐까

 조각이 변화한 것도 투우가 조각에게서 집착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가 아닐가 싶다.







작품: 파과

작가: 한강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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