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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Feb 25. 2020

에밀 아자르 - 자기 앞의 생

독서 중독자의 책 이야기

★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나요?

1. 늙고 보잘 것 없는 생이라도 행복이란 여전히 필요한 것.

   모모는 가끔 하말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사람이 사랑없이 살 수 있는지. 마지막까지 하말 할아버지는 모모에게 정답을 이야기를 해주지 못했지만 모모는 안다.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슬픈 결말이지만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늙고 보잘 것 없다.  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어린이, 늙은이, 혼혈, 외국인 이들은 사회에서 한 쪽으로 비켜간 사람들이다.  로자 아주머니는 창녀였고 하말 할아버지는 가족이 없는 외국인이다. 모모와 아주머니가 사는 사람들은 프랑스인이 아닌 이민자들이다. 아이들을 맡인 여자는 창녀들이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은 여장남자이다. 

 결코 아름다울 수 없는 이들은 어쩌면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결말은 슬플 수 밖에 없지만 하말 할아버지에게 물었던 것처럼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없기에 이들에게도 행복은 필요하다. 

  사회에서 몸을 파는 여성이 가지는 이미지는 뻔하다. 나이가 들어서 길거리에 앉은 노인들은 기피 대상이며 외국에서 와서 사는 이들은 편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모모의 눈에는 이들만큼 아름다운 사람들이 없다. 창녀는 왜 아이를 가지면 안되는지, 로자 아주머니는 왜 엘리베이터가 없는 칠층 건물에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롤라아주머니는 왜 아이를 입양할 수 없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대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인 빈민구제소는 더욱 특별하다. 모모는 아주머니가 없으면 빈민구제소로 가야한다.  최소한의 인권도 보장받을 수 없는 그곳은 사회에서 가진 것이 없는 이들을 모아 버리는 쓰레기통과 다름이 없다. 단지 몸을 팔 수 밖에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가질 수 없고 그래서 어쩔 수없이 낳은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로자 아주머니를 찾는 여자들은 슬프다.

  로자 아주머니는 더 이상 양육비가 오지 않은 아이들도 내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도 결국 좋은 가정으로 입양을 간다.   사진 속 젊은 로자 아주머니는 아름답고 앞날이 창창해보이지만 결국 그게 다가 아니다. 늙어도 아파도 때론 버림받아도 행복이 필요하며 버림받은 생은 결코 없다.

  사람은 사랑 없이 살 수 있을까.

2.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없이 살 수 없다.

 모모에게 로자 아주머니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이 아니다. 로자 아주머니는 뚱뚱하고 늙었고 다정하지 않다. 가끔 모모에게 유전병이 있을까 두려워 의사선생님께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독자 입장에서 로자 아주머니는 과한 인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런 로자 아주머니는 모모에게 없어서는 안된다. 자신을 존재하게 하고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그 사람이 로자아주머니기 때문이다.

 모모가 하밀 할아버지에게 끊임없이 묻는 질문이 사람은 사랑없이 살수 있는가였다. 창녀들도 사랑할 수 있고 아이를 낳아서 키울 수 있는데 왜 사회는 그들에게 아이를 빼앗아가기만 하는 건지, 그리고 로자 아주머니는 왜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에서 살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롤라 아주머니는 남자다.  복싱 세계 챔피언이며 목젓이 드러나 있는 여장남자이다. 그런데 모모는 롤라 아주머니라고 부른다.  여장 남자면 한 번정도는 아저씨라고 부를 만도 한데 모모는 아주머니라 부르며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며 롤라 아주머니만큼 좋은 엄마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은 모두 보잘 것 없고 상처받았지만 누구보다 생에 대해 욕구가 크고 행복을 간절히 바란다. 어릴 적 유태인이란 이유로 독일군에게 납치된 아주머니에게 히틀러는 공포의 대상이며 초인종은 기피대상이지만 이를 아는 것은 모모뿐이다. 그러나 모모는 아주머니의 이런 공포를 안아줄 수 있다. 늙었지만 아주머니는 여전히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밀 할아버지에게 로자아주머니와 결혼을 이야기 하는 부분은 참으로 경이롭다. 이제 늙어서 안된다는 할아버지에게 늙었으니 두 사람이 사랑하며 산다면 훨씬 덜 외롭고 덜 아플것이라고. 그러나 이제 늙어서 그런 행복은 복에 겨워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슬프다.

 이웃집 남자에게 노인도 존경받는 곳에 로자 아주머니를 데려다주고 싶어하는 모모, 아주머니를 지하로 데려가 돌봐주는 모모 그러나 로자 아주머니마저 가버리면 자신은 혼자 남게 되고 이제 자신을 사랑해주는 이가 사라진다는 두려움 더욱 더 아주머니를 병원에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모모  그것은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자기앞의 생/에밀아자르/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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