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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Mar 06. 2020

대도시의 사랑법 - 박상영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이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이야기


 

 불협화음이 들린다. 대도시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산다. 종교도 직장도 가족도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낸 대도시의 불협화음은 도시의 수많은 건물만큼이나 많다. 그 중 소수 중 소수인 사람들, 동성애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도시의 불협화음 어디에도 끼일 수 없다.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너무나 작아서 아름다워도 탈락, 음이 잘 맞아도 탈락, 삑사리 하나 나지 않아도 탈락이다. 그러나 너였으니까 괜찮다고 말하는 이들의 사랑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랑이다.


박상영의 작품은 무겁고 슬프고 수면 위로 꺼내기 애매한 이야기를 가볍고 빠른 속도로 풀어낸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또는 당신들의 이야기를 우리들의 이야기로 이끌어낸다. 누군가가 작가에게 우리들의 이야기 또는 내 이야기를 적어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박상영은 작품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작품 『대도시의 사랑법』은 총 3편의 중·장편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남자이며 그로 명칭이 되는 인물은 여자가 아닌 여자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가 그녀를 좋아한 게 아니라 그가 그를 좋아한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작가는 작품 속에 그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정치적인 이야기 또는 보수집단 그리고 여성 문제에 대해서도 섬세하게 표현하는데 기존의 다른 작가들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다가간다. 이는 초점의 차이가 아닌 시각의 차이다. 그는 동성애자이며 소수 중 한 명이다. 그를 통해 바라보는 시선은 좀 더 구체적이고 좀 더 섬세하다. 작품 『재희』 를 살펴보면, 재희는 문란하고 정조관념이 희박한 여성으로 나온다. 재희를 몰아부치는 산부인과 의사의 고함에도 불구하고 재희는 주눅들지 않고 더욱 가속도로 삶을 이어나간다. 재희를 보며 동성애자로 사는 것도 힘들지만 여자로 사는 것도 힘들다라고 고백하는 영의 모습을 통해 결국 똑같은 소주자의 눈으로 다른 소수자의 모습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페미니즘, 난민 등과 같은 소설에서 그들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과는 달리 재희를 통해 박상영은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의 이야기로 진행하게 된다. 여성으로 지칭되는 재희역시 동성애자인 영과 마찬가지로 우리들의 모습인 것이다. 


이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도 나타난다. 규호와 나의 어긋남은 카일라에게 있었던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 나는 끊임없이 고민한다. 내가 동성애자라서 또는 내 몸 속에 카일라라는 이름의 무언가가 있어서 규호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사실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다. 새로운 시작 또는 새로운 장소로 가지 않으면 이어질 수 없는 이들의 관계가 불협화음을 내는 대도시의 모습과 흡사하기 때문이며 이는 보편적인 사랑과 같기 때문일 수 있다. 


나와 규호를 일반적인 여자와 남자로 바꾼다면 이해되는 어긋남, 카일라가 있다는 것도 너이기 때문에 나는 괜찮다고 말하는 규호의 이야기, 이 모든 것들이 사실은 보편적인 사랑이야기에 불과하고 이는 지금까지 작가가 3편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아닌 우리들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볍고 빠른 속도로 이야기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도시의 사랑법/박상영/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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