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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Mar 11. 2020

토니모리슨 - 빌러비드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극복되지 않는 과거와 말할 수 없는 이야기에 대하여


   


1.억압과 폭력으로 얼룩진 트라우마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에서 “살 만큼 살았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말을 통해 비인간적인 노예 제도 하에서 흑인들이 삶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설명해준다. 특히 흑인 여성들은 “암소나 염소”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매년 “번식”하여 주인의 재산을 자동적으로 증식시키는 존재로서 사랑하고 사랑받을 권리 자체가 허용되지 않았다. 흑인 여성들의 삶이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삶인 것이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주인공 세서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면서 그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빌러버드』는 노예제에 대한 미국의 침묵을 이야기하고 있다. 노예제도가 가지는 끔찍한 이야기에 대해 동의를 구하거나 전해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노예제도에 의해 생긴 흑인들의 상흔이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채 영구적으로 남아버린 것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성급히 봉합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그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곪아버린 것이다. 


『 빌러비드』속 인물들은 각자만의 방식으로 기억을 봉합한다. 세서를 비롯한 스위트 홈의 노예들은 치욕스럽고 비인간적이며 고통스러움을 겪는다. 만삭의 몸으로 도망친 세서는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죽인다. 노예제도 아래 흑인 여성들은 백인 남성의 성노리개로 전략하여 누구의 아이인지 모를 아이를 낳으면서 젖을 떼기도 전에 아이가 팔려나가는 것을 보고 스스로 아이를 죽이거나 섬에 버리는 일이 있었다. 세서 역시 자신의 손으로 아이를 죽이고 덴버를 벽에 던졌을 때 그녀는 스스로 기억을 지워버리고자 했다


 끔찍하고 치욕적인 경험으로 가득찬 스위트 홈에 대해 세스는 아름다운 나무와 드레스를 입고 남편과 결혼한 장면만을 기억하며 상처와 억압에 대한 기억은 스스로 지워버림으로서 봉합해 버린다. 세서가 트라우마와 관련하여 기억을 지우고자 한다면 폴 디는 기억을 가슴에 묻고 욕망을 제어하는 인물이다. 그는 끔찍한 이과 동료들의 죽음을 겪은 후 모든 욕망에서 초월해 떠도는 삶을 택한다. 그래서 덴버에 대한 세서의 모성애를 보고 그녀의 사랑은 지나치게 짙다고 표현하다. 그에 반해 덴버는 트라우마를 현실 부정이라는 방어 기제를 작동시킨다. 어릴 적 자신의 언니를 죽인 어머니의 모습을 봤고 어머니와 124번지를 떠나는 오빠들을 보며 덴버는 외로움을 느낀다. 끊임없이 어머니가 언니를 죽였는지 묻는 것은 어릴 적 트라우마에 의한 방어적인 태도일 것이다. 


 노예제가 사라지고 해방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드러내지 못하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덴버와 폴 디와 세서는 치유되지 못한 흑인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인물이자 “국가적 기억 상실”에 희생된 사람들을 대표한다. 또한 노예제도의 끔찍함과 함께 치유되지 못한 노예제도의 상흔들과 구조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2. 재기억을 통한 상처회복과 자아회복


『빌러비드』에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그것은 빌러비드가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빌러비드는 세서가 18년 전에 죽인 아이일 수 있고 교수형을 당한 세서의 어머니일 수도 있으며 실제로 도망친 노예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빌러비드는 흑인 사회 전체의 아픈 상처를 가리키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빌러비드는 고립된 채 죽은 삶을 살아가는 124번지 사람들의 굳은 의시에 균열을 낸다. 세서, 덴버 폴 D는 빌러비드에 의해 각자의 과거를 돌아보고 억압된 내면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직면하게 된 것이다. “말할 수 없는” 과거는 말해지고 이후 각각의 인물들은 심리적 족쇄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아로 거듭나게 된다. 


 트라우마는 재기억을 통해 드러난다. 대부분 트라우마는 유아때 겪은 경험에서 드러나고 이를 억압하고 봉합함으로서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세서와 덴버 그리고 폴 D는 과거의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욕망을 억압하고 기억을 지우고 공간에 가두어버린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억하기 싫은 이야기는 숨겨버리고 결국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빌러비드가 등장함으로써 재기억을 통해 그들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회복한다. 트라우마는 재기억을 통해 드러난다. 대부분 트라우마는 유아때 겪은 경험에서 드러나고 이를 억압하고 봉합함으로서 하나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세서와 덴버 그리고 폴 D는 과거의 끔찍한 기억으로부터 도망가기 위해 욕망을 억압하고 기억을 지우고 공간에 가두어버린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억하기 싫은 이야기는 숨겨버리고 결국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빌러비드가 등장함으로써 재기억을 통해 그들이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트라우마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그들의 상처가 치유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회복한다.


 빌러비드는 세서, 덴버, 그리고 폴 디까지 질문과 답변을 통해 그들의 굳게 닫힌 기억문을 열고 해방시키는 중간자 역할을 한다. 빌러비드의 방식들 즉 의식의 깊은 곳의 기억을 입으로 말하게 하는 방식은 결국 치유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흑인 공동체의 망각되었던 숲속 공토의 재기억도 빌러비드를 통하여 복원된다. 


 노예제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그 안에 잠재되어 있는 고통을 불러오기 때문에 흑인들은 그것을 감수하려고 하는 동시에 피하고 싶어 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와 기억해야 하는 현재 사이, 말할 수 없는 과거와 말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갈등했던 그들은 이제 “일종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것은 바로 재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입을 통해 이야기함으로 인해 해결이 된다.

 빌러비드가 세서에게 “ 당신 여자는 머리를 한 번도 벗겨준 적이 없어?”라고 묻는 것도 입을 통해 말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게 함으로써 다시 기억을 더듬게 되고 과거의 상처와 마주함으로써 트라우마의 근본을 찾게 되는 것이다.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과거의 이야기 또는 실제로 존재하지만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린 이야기를 꺼내는 것 그것에서부터 정체성의 회복이 시작되는 것이다.    


3. 『빌러버드』의 재기억이란 역사의 상처를 드러내는 작업이다.


 토니 모리슨은 『빌러비드』를 통해 상처입은 인물들의 치유과정만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세더와 폴 디 그리고 덴버가 마주하는 트라우마는 결국 흑인 노예들의 트라우마다. 이는 노예제도가 존재했던 역사의 트라우마다. 우리는 토니 모리슨이 인물들의 입을 왜 열려고 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토니 모리슨은 인물들을 통해 끊임없이 과거를 재구성한다. 이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세서는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자유의 몸이 되었지만 여전히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여전히 노예제도가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예제도는 폐지되었지만 그동안 고통받은 흑인들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국가적 기억상실”이라는 방법으로 말할 수 없는 이야기로 만들어 버렸다. 『빌러비드』에서 재기억 과정은 그 동안 이야기하지 못했던 노예제도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과정이며 인물들이 고통 속에서 치유받고 정체서을 회복해가는 과정은 과거의 얼룩진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한 과정이다. 


 현재 노예라는 신분은 사라졌다. 인간은 평등하다. 겉모습으로 부당한 대우를 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을 재산으로 여길 수 없다. 이것이 인권이다. 하지만 정말 모든 인간이 평등한가? 흑인 개인의 자아정체성 회복은 흑인 전체의 재생을 의미한다. 블러비드의 질문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끔찍한 일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빌러비드』흑인 문학에서 노예제도의 이야기가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또는 역사 속에서 끔찍한 사건들이 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지 우리는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빌러비드/토니모리슨/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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