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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Apr 06. 2020

E.M 포스터 -[하워즈 엔드]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권위가 가지는 오만과 위선 그리고 하워즈 엔드



1. 누군가가 보호해주어야 하고 누군가가 보호 받아야 하는 어떤 타당한 일에 대해서

 권위에 대한 공격은 자신이 가진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권위는 보호받아 마땅하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전제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갈등을 유발하며 전쟁처럼 이어져오고 있다.  E.M 포스터의 『하워즈 엔드』는 계급과 계급 사이의 경계,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통해 권위의 허점과 오만 그리고 위선을 보여주고 있으며 더 나아가 이들를 하워즈 엔드라는 고유 명사를 통해 연결시켜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하워즈 엔드라는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먼저 이해하고 가야 한다. 하워즈 엔드는 단순하게 말하면 집이다. 그러나 집이 가져다주는 의미는 크다.  집은  인간이 가져야할 기본 적인 곳이다. 집이 가지는 이미지는 아주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아늑하고 따뜻하며 가족을 한 곳으로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집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시에는 처참하게 붕괴되기 싶다. 

 작품 속에서 하워즈 엔드는 단순히 가정의 붕괴를 다루고 있지 않다. 하워즈 엔드는 당시 영국의 커다란 변화를 대면하고 있다. 계급 간의 갈등, 여성 인권 운동의 시작 그리고 런던의 발전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워즈 엔드는 바로 그러한 곳이다.  루스에게 하워즈 엔드란 단순히 집이 아니라 영혼의 안식처이다. 즉 지성을 대표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찰스에게는 이 집이 거북하고 가기 싫은 공간이지만 어떻게든 지켜야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는 찰스를 비롯하여 월콕스까지 물질을 우선시하고 허위적이고 오만한 인간을 대표하는 사람들에게 지성을 의미하는 하워즈 엔드가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찰스가 그토록 이곳을 지켜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어머니의 추억이 담겨서가 아닌 권위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월콕스 가 사람들은 이 집을 지키고자 했던 루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루스에게 마거릿은 자신이 그동한 지켜오고 중요시했던 영혼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었기에 이 집을 그녀에게 물려주려고 한다. 마거릿은 루스의 영혼의 후계자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갈등은 크게 두 가지로 이루어지고 그 갈등에 의해 고립되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조금 있다 다루기로 한다. 

 우선 우리는 누군가가 보호해 주어야 하고 누군가가 보호 받아야 하는 타당한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월콕스에게 마거릿은 보호해야 할 여자이며 마거릿은 월콕스의 보호 아래 있어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여성성이란 결국 남성이 만들어낸 하나의 허위에 불과한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권위란 결국 모래성 위에 지어진 집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하워즈 엔드는 누구도 함부로 가질 수 없으며 숭고한 영혼을 이해할 수 있는 이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2. 권위의 유지는 누군가를 고립시키고 누군가를 단정지어야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여기서 두 집안의 모습을 살펴보자. 물질과 이성 또는 권위를 중요시하는 월콕스 집안과 지성과 영혼의 교제를 중요시하는 술레겔 집안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서로 이어지지 못한 채 대립한다. 월콕스 집안과 슐레겔 집안이 서로 하나의 교집합 안에 들어오는 것은 마거릿과 헨리의 결혼식이지만 결국 이들의 가치관의 차이는 두 집안을 이어주지 못한다.

 작가가 두 사람 또는 두 집안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바로 권위의 유지가 얼마나 쓸데없는 일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권위의 유지는 누군가를 고립시킨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등장하는 레너드는 하층민을 대표한다. 월콕스는 상류층을 마거릿은 중산층을 대표한다. 갈등은 중산층과 상류층 사이에서 일어나지만 아무도 하층민을 생각하지 않는다. 하층민인 레더드는 타자로서 고립되어 진다. 레더드의 부인 역시 월콕스의 정부이지만 월콕스에게 버려짐으로 인해서 상류층에게 버림받은 하층민을 대표한다. 끊임없이 토론이 이루어지지만 결국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계급의 차이는 당연하다는 결론은 레더드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계급간의 갈등과 함께 두 집안의 갈등은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갈등으로 이어진다. 월콕스는 마거릿으로부터 남성성을 인정받고 싶어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여성성이라는 것은 결국 남성이 만들어진 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마거릿은 지적이고 용기있다. 고양이가 차에 치였을 때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차에서 뛰어내린 행동은 그들이 사는 사회에서 여성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인간성으로 봤을 때 마거릿은 용기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한 헬렌을 지키려는 마거릿의 행동은 여성성을 지배하려는 남성성에 대한 저항이다. 결국 마거릿을 통해 여성성 그리고 하층민에 대한 편견을 부수고 저항하는 것 그리고 그 결말은 하워즈 엔드를 헬렌과 마거릿이 가지게 됨으로서 끝이 난다. 여기서 여자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는 발상 그리고 하층민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사회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은 결국 상류층과 남성이라는 두 존재가 그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제도임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권위란 무엇이며 권위를 가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희생했을까? 그리고 누군가의 희생은 당연한 것인가?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하워즈 엔드/E.M.포스터/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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