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 작가 Dec 29. 2020

이야기 할 수 없는 -[두 방문객]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이야기 할 수 없는 어떤 이야기는 정말 옳지 못한 것일까?



1.  이야기 할 수 없는 어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부모에게 말 할 수 없는 일은 옳지 못하다고. 그렇다면 누구에게도 이야기 할 수 없는 이야기란 정말 옳지 못한 것일까? 우리는 가족들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으며 가장 친한 친구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오랜 시간 동안 살아온 아버지 또는 어머니가 사실 동성애였고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내 첫사랑과 결혼을 하는 일은 이야기 할 수 없는 어떤 이야기기에 속할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집에 방문한 두 사람, 죽은 아들의 생일을 함께 하기 위해 왔다는 연인은 친구의 부모님 앞에서 이야기 할 수 없는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혼란스럽고 어둡기만 하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그 중 동성애는 사회에서 비탄 받을 일이며 사각지대에 있고 발설해서는 안되는 금기와 같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성이 인정되고 있지만 그 다양성 속에서도 절대 발설 하면 안되는 일들이 존재한다. 도덕적인 기준으로 볼 때 사람들의 눈총과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 존재하지만 그 중 90%는 누군가의 도움이 당연시 되는 일들이며 당연히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중 10%는 발설해서도 안되며 목소리를 내어서도 안되는 일이며 사회를 파괴하는 일이다. 동성애는 바로 그러한 예이다.

 대부분의 동성애를 주제로 한 소설은 야하고 파격적이지 못하다. 오히려 단순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에 대해서 나 자신 스스로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찰나에 이루어진다. 첫사랑은 아름답지만 그것이 동성이라면 괴롭고 힘들고 어두운 사랑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정받지도 못하고 축하받지도 못하는 사랑이 동성애인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방문한 두 방문객과 죽은 아들의 어머니와의 동거는 [딸에 대하여]란 소설과는 또 다른 관점으로 이어진다. [딸에 대하여]는 동성애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과 불평등한 인권에 대해 동성애인 딸과 동성애가 아닌 어머니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면 [두 방문객]은 동성애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에서 그치고 있다. 또한 [딸에 대하여]는 동성애에 대해서 오픈 하고 있지만 [두 방문객]은 마지막까지 동성애를 감추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사랑이 오픈 되었을 때에 가져올 반응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하고 아름답고 정상적인 사랑이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만 존재하는가? 정말 동성애적인 사랑은 병인 것일까? 이 책에서는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죽은 아들은 혼란스러워했고 죽음을 만들어야 할 만큼 또한 자신의 죽음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할 만큼  혼란 스러워했다. 그러나 가장 가깝게 느껴지며 언제까지나 내 편이 되어 줄 사람 어머니에 대해서는 자신의 이 혼란스러움을 전달하고 싶어했을 것이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이들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마지막에 아들의 연인에게 " 내 아들을 사랑해줘서 고마워" 라고 고백하는 어머니의 마지막 대사는 어쩌면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가 아닐까.



2. 어긋된 사랑 차라리 솔직해졌다면 좋았을 텐데.

 이 책은 동성애에 대한 시선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동성애자인 두 남자가 있고 한 남자는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고 한 남자는 첫사랑을 통해 뒤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게 된다. 그러나 두 남자는 스스로 거짓말을 만들어야 할만큼 자신들의 정체성을 숨겨야 했다. 한 남자는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연인이 되어야 하고 한 남자는 죽음의 끝에 처음 본 여자를 만들어 내야 했다.  숨겨야만  하고 자신의 진짜 이야기에 거짓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작가는 사회보다 동성애자의 내면을 그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두 사람이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가지는 혼란과 내면을 통해 동성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우리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작가는 사랑이란 무엇인지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죽은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사랑, 이성이 아닌 동성에 대한 사랑, 그리고 평범하고 일반적인 사랑 ,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의 종류가 이 책에 등장한다. 두 방문객은 연인이지만 그것은 거짓이다. 남자는 죽은 아들을 사랑하고 여자는 그런 남자를 사랑한다. 세현의 동성애를 숨기기 위해 그 남자의 연인 역할을 하는 수연의 사랑은 바보 같다.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 아들을 못 잊는 어머니 그런데 그 세 종류의 사랑 중에서 어떤 것이 나쁘고 어떤 것이 훌륭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 마지막에 아들의 사랑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어머니의 태도를 통해 작가는 어떤 사랑이 진짜이며 어떤 사랑이 가짜인지 우리는 판단할 수 없으며 세현을 사랑하는 수연처럼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동성애 역시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긋된 사랑이란 바로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생긴다. 차라리 솔직했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나 숨기기 시작하면 어긋된다. 어긋된 사랑은 고통과 혼란을 들고 온다. 왜 어긋난 것일까? 그것은 아마 시선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사랑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 숨길 수 밖에 없는 이야기는 정말 나쁜 것일까? 그릇된 사랑이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두 방문객/김희진/민음사

글쟁이의 블로그로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E.M 포스터 -[하워즈 엔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