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넌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정말 뭐였을까?
1. 앨리스 먼로의 「거지소녀」의 삶에 대한 시선
앨리스 먼로의 「거지소녀」는 성장 소설이다. 작은 마을에 태어난 허영심 많은 여자아이가 마을을 떠나 삶을 직시하면서 자신을 되찾아간다. 이 작품은 상투적이고 평범하다. 그러나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시선에 있다. 삶에 대한 로즈의 시선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동경이자 로망이며 하나는 냉소적인 시선이다. 로즈의 이러한 두 가지 시선은 소설 초반부터 등장한다.
주인공 로즈는 자신이 살던 마을을 떠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멋지고 세련된 여성이 되고 싶어하고 그런 여성을 동경하고 사랑했다. 로즈는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한 여성을 동경한다. 그 여성은 예쁜 편은 아니다. 로즈가 다니던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세 명의 여성 중 가장 예쁜 여성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털털하고 위축이 없는 모습에 로즈는 그녀를 동경을 넘어 사랑까지 느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축 처진 그녀를 발견한다.
로즈의 이러한 시선은 그녀가 삶을 살아가면서 새로운 것을 느끼게 만든다. 페트릭과의 이혼, 사이먼과의 사랑, 톰과의 불륜은 그녀가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보여지는 여성적인 관점은 로즈의 인생을 대변한다. 소설 중간에 나오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시선은 로즈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의 아들이 여자 아이를 강간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조슬린, 자신의 동생을 성폭행한 오빠, 장애아를 성폭행하고 여러 남자와 잠을 자는 여자를 문란하게 그려내는 시선들은 결국 로즈를 냉소적이게 만들었다.
페트릭과의 이혼 후 로즈는 자신의 삶이 예상했던 삶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시선도 그에 따라 변화한다. 페트릭과의 결혼에서 로즈는 안전된 삶을 택했다. 그러나 그러한 삶은 행복을 주지 못하고 클리퍼드와 외도를 하게 된다. 이후 로즈는 남성을 만나거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변화를 하게 된다. 그 동안 로즈는 아름답게 사랑을 끝내지 못했다. 클리퍼드도 페드릭도 톰도 결국 로즈를 버린다. 그러나 로즈는 사이먼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고 결국 "도대체 네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니" 라는 문구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로즈는 마을을 떠나 학교를 다니고 세련된 여성이 되고 싶어한다. 성공한 여성, 당당하 여성이 되고 싶어하지만 로즈는 가난했고 여자에게 아직 세상은 가혹하기만 하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 여성에 대한 가혹한 시선들을 아주 냉소적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이 역시 로즈가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결국 로즈는 어느 누구와도 아닌 자신 스스로 또 다른 삶을 만들어가야 함을 알게 된다.
2. 로즈의 냉소적인 시선에는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의 시선이 있다.
이 책은 시선에서 시작해서 시선으로 끝이 난다. 단순히 로즈의 성장 소설로 보기에는 시선들이 냉소적이다. 그래서 더욱 차갑고 그로데스크하다. 한 여성을 강간하는 장면이나 아버지가 이유 없이 딸을 때리는 장면은 가혹하고 잔인하지만 로즈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 적어도 나는 누구와 자는지 알 권리가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여자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지금까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냉철하게 그려낸다. 로즈의 경우 더욱 잔혹하다. 로즈의 경우 남성에 의해 휘둘리기도 한다. 물론 패트릭과 이혼을 하고 배우을 하면서 독립적으로 살아가지만 남성들에게 있어 로즈는 하나의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페트릭은 왕자가 가난한 여성을 구제하는 것으로, 클리퍼드는 출산 후 퍼진 아내에게 느낀 권태감으로 인해, 톰은 잠시 동안의 쾌락을 위해 로즈를 소비한다. 로즈 역시 그러한 쾌락에 넘아간다. 그러나 결국 소모품으로 전략한다.
소설 전반에 들어있는 여성들은 남성에 의해 소모품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남성의 역할은 미미하고 로즈와 플로의 비중이 많이 있다. 이는 작품 속에 남성이 주변인물로 로즈와 플로가 전면적으로 드러나있기 때문에 더욱 냉소적일 수 밖에 없다. 오로지 로즈의 시선으로만 이 모든 것들을 따라기 때문이다.
3. 냉소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
이 작품은 끝이 애매하다. 로즈의 성장일기 같다가도 로즈의 에세이 같기도 하다. 그러나 로즈의 시선 때문에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로즈라는 한 여성의 삶을 통해 그 당시에 여성이란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주인공이 로즈라서 특별한 것은 아니다. 조슬린이 되어도 되고 플로가 되어도 된다. 결국 로즈라는 자리에 다른 여성이 들어와도 이들의 삶은 로즈의 시선과 비슷할 것이다. 희망에서 냉소적인 시선으로 옮겨가는 것. 그리고 그것은 로즈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된다. 삶에 대해 냉소적으로 변하면서 자신을 직시하게 된다.
삶에 대해서 받았던 모든 수치와 비아냥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우리가 마주하게 될 진짜 모습은 무엇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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