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리뷰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는 모큐멘터리 오피스 드라마다.
모큐멘터리란 tv 프로그램 장르의 하나로 허구의 상황이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가진 장르이다. 다큐멘터리가 진실을 기반으로 한다면 모큐멘터리는 가상을 기반으로 한다. 관찰카메라와 인터뷰, 전문가의 이야기, 나래이션 과 같은 기법들은 다큐멘터리에 사용되는 기법들이다. 모큐멘터리에서는 이러한 기법들을 사용하여 허구의 이야기를 마치 진짜 이야기처럼 보여준다. 영화 <블레어 윗치>, <목두기 비디오>, 드라마 <아메리칸 반달리즘> , < The office> 등 모큐멘터리는 작품도 많고 역사도 오래되었다.
영화나 드라마는 가상의 공간과 이야기를 무대로 한다. 그리고 만들어진 이야기를 대중들은 보게 된다. 그러나 모큐멘터리는 가상의 공간을 마치 진짜처럼 포장하여 보여준다. 모큐멘터리 작품 속 공간은 만들어진 공간이다. 그러나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고 그 곳에 가짜를 진짜처럼 만든다. 그리하여 날것을 통해 이야기가 좀 더 현실정있게 다가가도록 한다.
2018년에 방연된 <회사 가기 싫어>는 모큐멘터리 드라마이다. 이 작품은 2018년에 방영되었고 2019년도에는 시즌 2가 방영이 되었다. 시즌 1의 경우, 단편적인 이야기라면 시즌 2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는 현실과 허구를 넘나든다.
모큐멘터리는 현실성 있게 전달하기 위하여 다큐멘터리 기법을 사용한다. 그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기법은 관찰카메라와 인터뷰가 있는데 이러한 기법 드라마를 리얼하게 만들어준다. 극 중 배우의 인터뷰는 연기가 아닌 실제 인물이 인터뷰하는 효과를 준다.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도 마찬가지다. 모큐멘터리 기법을 활용하여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넘나들면서 시청자들에게 마치 진짜 같은 가짜를 보여준다.
<회사가기 싫어>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드라마 속 공간은 회사이며 등장인물도 회사원이다. 그리고 등장 인물과 사건은 회사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큰 줄기 역시 단순하다. 구조조정에 대한 소문과 M문고와의 공동프로젝트가 드라마의 큰 줄기를 이룬다.
모큐멘터리는 다른 말로 페이크다큐멘터라고 부른다. 페이크다큐멘터리는 다큐멘터리에 가짜라는 의미를 가진 '페이크(fake)'를 합성하여 만든 단어이다. 페이크다큐멘터리 또는 모큐멘터리는 특정한 한 시대를 풍자하거나 인간의 위선적인 모습을 비판하기 위해 사용되거나 좀 더 현실감 있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한다.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 역시 같은 맥락을 가진다. 꼰대 상사의 모습이나 지극히 개인적인 젊은 세대, 회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비합리적인 일을 풍자한다. 그러나 영화 <블레어 윗치>나 <목두기 비디오>와 다르게 <회사 가기 싫어>는 가볍고 코믹하다. 그 동안 회사 안에서 문제되어 왔던 일 역시 가볍게 소비한다.
모큐멘터리의 가장 큰 장점이자 특징은 리얼함에 있다. 여기서 리얼함이란 현실의 모습을 얼마나 잘 반영하였는가보다는 얼마나 현실처럼 보이냐이다. 만약 현실을 얼마나 반영하였는가를 기준으로 본다면 <회사 가기 싫어>는 오히려 현실적이기보다 비현실적인 것에 가깝다. 드라마가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던져 놓고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 에피소드 3화 이유진의 복수 장면이 그렇다. 유진과 상욱의 관계는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유진의 복수는 비현실적이다. 회사에서 상사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우유를 태우고 화장실 문을 막는 일은 실제로 불가능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양선영의 이야기 역시 비슷하다. 워킹맘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적이지만 선영의 남편이 육아 휴직을 내고 임신한 선영이 중요한 프로젝트를 다시 맡게 되는 일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현실적인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리얼하게 다가가고 공감을 준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모큐멘터리는 현실과 가상의 공간을 넘나든다. 이는 타임슬립과 같이 환상적인 공간에서 현실적인 공간으로 가는 것과는 다르다. 드라마는 허구를 바탕으로 한다. 이는 모큐멘터리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문학을 비롯하여 모든 예술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다. 드라마는 픽션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모큐멘터리는 이 픽션을 실제에 가깝게 만든다.
드라마는 모두 픽션을 기본으로 한다고 했다. 그러나 픽션 속에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픽션을 보고 공감을 하고 나와 비슷하다고 느낀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안다. 분명 주인공과 나는 비슷하지만 이 이야기가 픽션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결말 역시 픽션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을.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에서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법을 통해 시청자들은 정말 실제 인물들이 인터뷰 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을 본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현실과 닮아 있어 진짜처럼 느껴진다는 리뷰를 남겼다. 모큐멘터리도 마찬가지다. 여기까지는 다른 드라마와 비슷하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기법을 이용하여 좀 더 현실적으로 만든다.
<회사 가기 싫어>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래서 진짜 같다.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의 플롯은 다음과 같다. 영업팀에 강백호 차장이 새로 들어온다. 강백호 차장은 회사 내에서 전설적인 인물이다. 그러나 팀원들 특히 상욱과 영수는 강백호가 반갑지는 않다. 그런데 강백호 자리가 하필 영수 옆이다. 드라마 1회에서 자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회사에서 자리는 권력을 나타낸다. 사무실에서 최영수의 자리는 가장 좋은 자리이다. 그런데 옆에 강백호 자리를 만드는 바람에 최영수의 자리가 반으로 좁혀졌다. 해프닝 같아 보이는 이 에피소드는 앞으로 드라마가 이어질 방향을 제시한다.
최영수의 자리가 좁아진 것은 단순히 웃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최영수의 권력이 강백호에게 넘어 간 것을 의미한다. 결국 최영수는 강백호에게 위기의식을 느낀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최영수는 부장이지만 나이가 많다. 반대로 강백호는 젊고 초고속 승진을 했으며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또한 높은 임원들과 식사를 하기도 한다. 최영수의 모습은 현재 중년 나이의 남성을 대변한다. 오랜 시간동안 한 회사에 다니면서 부장의 자리에 올라갔지만 나이가 들고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 그러나 가족들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는 중년 남성의 모습을 그려낸다. 양성연이 이 시대의 중년 여성 또는 워키맘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면 최영수는 중년 남성 또는 이 시대의 아버지를 대표한다. 그런데 강백호라는 인물 때문에 영업팀에 균열이 일어난다.
드라마의 큰 갈등은 구조조정에 대한 갈등이다. 강백호의 등장으로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돈다. 그리고 상욱은 이사 장성호를 통해 강백호와 한 배를 타라고 한다. 처음에 최영수와 강백호의 갈등에서 시작되어 강백호와 상욱의 갈등으로 이어지다 마지막에는 그 갈등이 폭발한다.
최영수와 강백호의 갈등은 다음과 같다. 팀에서 부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영수는 사무실에서 가장 위치가 높다. 그런데 자신보다 훨씬 어린 강백호가 자신보다 훨씬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리고 이사는 강백호의 아이디어를 채택한다. 취영수는 그런 강백호에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평소에 하지 않던 행동을 한다. 극 중에서 최영수는 팀원들에게 좋은 부장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강백호에게 갑질을 한다. 그리고 이 둘의 갈등이 점차 높아지자 팀원들은 불안감을 느낀다.
그러나 마지막에 영수가 강백호에게 애원하는 장면을 통해 결국 영수가 강백호에게 묻어가는 것이 회사에 남는 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강백호는 이를 이용하기 보다 팀원들 앞에서 영수를 존중해주고 추켜세워준다.
상욱과의 갈등은 좀 더 근본적이다. 영수의 경우, 자기 자리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이라면 상욱은 구조조정에서 자신이 해당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진다. 상욱은 강백호가 죽도록 싫지만 살아남기 위해 윤희수를 이용한다. 나중에 강백호는 상욱을 자신의 프로젝트에 영입한다.
상욱과 강백호의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원과 유진 때문이기도 하다. 회사에서 유진과 지원은 부하직원이다.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당연히 자신일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강백호는 유진과 지원을 프로젝트에 참여 시켰다. 그것도 메인으로 말이다. 여기서 상욱과 강백호의 차이가 드러난다. 상욱은 회사 안에서 위계질서를 중요시 하는 사람이라면 강백호는 그런 질서를 무시해버린다. 신입사원이지만 아이디어가 좋으면 받아들일 줄 안다.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에서는 여러 가지 갈등이 맞물려 진행이 된다. 구조조정과 강백호라는 하나의 큰 사건이 나타나고 그로 인해 파생된 갈등들은 인물의 변화를 이끈다. 첫번째는 상욱과 강백호와 영수의 갈등이다. 이는 구조조정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회사 내에서 누가 더 갑이고 누가 더 위인지에 대한 암묵적인 갈등의라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강백호와 윤희수의 갈등이다. 두 사람은 과거에 연인이었지만 강백호의 오해로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과거에 있었던 일이 똑같이 회사 안에서 벌어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일어난다. 감독은 이 갈등을 통해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와 함께 사회적으로 여성을 보는 시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윤희수는 미혼에 성공한 여성이다. 그러나 이런 윤희수에 대해 여러 가지 소문이 따라다닌다. 열심히 일을 한 것 뿐인데 윤희수를 문란한 여성으로 또는 독한 여성으로 만들어버린다. 초고속 승진으로 전설이 된 강백화와는 전혀 다르다.
강백호가 한다스의 전설이라면 윤희수는 M문고의 전설이다. 그러나 이 둘을 바라보는 시선은 천치자이다. 과거의 안 좋은 이별로 윤희수와 강백호는 서로를 견제한다. 윤희수는 그 때의 아픈 감정이 그대로 남았고 강백호는 그 당시 가진 오해를 아직도 풀지 못한 채 윤희수를 대한다. 그래서 윤희수는 상욱을 이용하기도 하고 강백호가 유진을 챙기면 지원을 대신 어필하기도 한다.
드라마 안에서는 여러 갈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갈등은 주인공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대부분의 주인공은 갈등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키고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전달한다. <회사 가기 싫어>도 마찬가지다. 에피소드들로만 이루어졌지만 큰 갈등과 작은 갈등들이 드라마 속에 존재한다. 그리고 이 갈등은 커다란 사건이 아닌 회사 안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갈등들이다.
그래서 감독은 해프닝적으로 갈등을 만들고 해프닝적으로 갈등을 해결한다. 하지만 해결하는 방법 역시 이상적인 모습에 가깝다. 실제로 회사에서 강백호가 살아남고 최영수가 짤릴 가능성이 많다. 양선영 역시 임신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지원은 상사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이 모든 갈등들이 가볍게 해결이 된다. 그리고 그 해결은 아주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모습일 지도 모른다. 지금 겪고 있는 한다스의 문제들이 지금 이 시대의 문제들이라면 가장 좋은 방법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던 방법이라고. 그리고 그 방법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그래서 무거운 이야기를 가볍게 소비시키고 사건을 해프닝적으로 만들며 하나의 갈등이 결말로 이어지지 않고 두 가지 이상의 갈등이 서로 맞물려 해결되는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닐까.
<회사 가기 싫어>는 많이 아쉽다.
드라마 <회사 가기 싫어>는 재미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기법을 도입하여 신선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많이 아쉬운 드라마다. 2018년에 <회사 가기 싫어>가 방영되었을 때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드라마로 여겨졌다. 그래서 많지는 않지만 시즌 2를 희망하는 시청자들도 생겼다. 그리고 2019년에 시즌 2가 방영이 되었을 때는 시즌 1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어느 정도 신선하다는 평이 있었다.
사실 시즌 1과 시즌 2를 비교하면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등장인물도 그대로며 인물의 성격 역시 크게 변한 것이 없다. 강백호와 윤희수, 노지원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고 이야기의 형식과 흐름이 바뀌긴 했지만 큰 틀에서 보자면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모큐멘터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형식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시즌1이 파일럿처럼 방영한 거라고 본다고 하더라도 시즌 2에서는 커다란 변화가 없다. 시즌 1에서 구성 방식과 진행 방식은 시즌 2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물론 모큐멘터리 드라마이기 때문에 당연하다고 볼 수 도 있다. 드라마 <The office>와 <막돼먹은 영애 씨>도 비슷한 형식을 유지한다. 그러나 <막돼 먹은 영애 씨가> 오랫 동안 방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기가 많은 이유는 바로 사소하지만 영애 씨의 성장에 따라 등장인물도 달라지고 내용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회사 가기 싫어>는 사실 시즌 1보다는 시즌2가 메인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시즌 1은 파일럿이라면 시즌 2가 시즌 1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렇게 보더라도 여전히 아쉬운 드라마이다. 시즌 2를 살펴보면 에피소드 1화부터 12화까지 크게 변한 것은 없다. 그것은 드라마를 구성하는 전체적인 틀이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굳이 1화부터 챙겨보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래서 지겨워진다. 원인은 하나다. 너무 과하기 때문이다.
<회사 가기 싫어>에는 모큐멘터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기법들을 총동원한다. <The offie>에서는 인터뷰와 관찰카메라 기법이 사용되었다면 <막돼 먹은 영애 씨는> 나래이션을 사용한다. 그러나 <회사 가기 싫어>는 전문가의 인터뷰, 패널들의 토론, 강유미의 코믹한 장면 등이 들어간다. 그런데 이 것들이 골고루 배치 되어야 하는데 모든 에피소드에 다 들어간다. 비율도 비슷하다. 앞의 두 작품들은 이야기의 진행과 다큐멘터리 기법이 잘 배치되어 들어가지만 <회사 가기 싫어>는 오히려 드라마의 이야기가 비율이 적다. 이야기를 신선하고 재미있게 이어가기 위해 다큐멘터리 기법이 사용되어야 하는데 <회사 가기 싫어>는 반대로 다큐멘터리 기법을 보여주기 위해 드라마 요소가 사용된다. 그래서 드라마다큐멘터리와 차이점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연출이 의도한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산만해지게 된다. 연출의 의도와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는데 오히려 그 과도한 욕심 때문에 드라마에서 핵심이 사라지게 된다. 모큐멘터리는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그래서 모큐멘터리 기법 역시 이제는 신선하거나 독특하다고 볼 수 없다. 이제는 시청자들도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출은 좀 더 신선한 구조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것이 오히려 독이 되어버렸다. 독특한 구성을 위해서는 탄탄한 줄거리와 플롯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탄탄하게 지어진 이야기 위헤 적절한 배치와 구성이 필요하다. 만약 연출이 이 부분을 조금더 생각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