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있는 것과 없는 것 - 우리들에게 무엇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일까?
1. 몸무게 육십 사, 너는 그래서 영원히 뚱뚱하다고 생각해.
육십 사. 몸무게 육십 사. 작가는 가벼운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은 그가 던진 질문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금방 빠져들게 된다. 육십 사라는 숫자를 통해 작가는 사회 속에 자리잡은 기만과 오만과 편견을 거침없이 터트린다.
미나코 가나에의 문체는 날카롭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가볍고 예사롭지만 그 안에는 불편한 사실이 숨어 있다. 미나코 가나에의 작품들은 모두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사람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시점이 바뀌기도 하고 때로는 인터뷰 형식을 빌려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도 한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선들은 모두 한 사람에게 집중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해결하지 않고 무책임하게 놓아버린다.
작가의 무책임함은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결말 앞에서 독자들은 찝찝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유는 하나다. 한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들 중 하나가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사실을 독자들에게 날카롭고 무례하고 무책임하게 던진다.
미나코 가나에의 작품 『고백』은 청소년 범죄를 다룬 소설이다. 이 소설은 미나코 가나에의 특징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면서 몰입도가 강한 작품이기도 하다. 청소년 범죄를 서사적으로 다루지 않고 시선을 통해 다룬다. 아이를 잃은 선생님의 복수라는 플롯은 이야기의 긴장을 유발시키는 역할을 하면서도 이 작품의 배경 역할을 한다. 미나코 가나에게 툭하고 던진 배경 속에 인물들은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며 때로는 분노하기도 한다. 그리고 작가는 이 작품에서 멀리 떨어져 관찰하기만 한다. 정말 무책임하다. 그러나 이 무책임함이 작품 속의 진짜 메세지를 전달한다.
미나코 가나에의 작품은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작품 『고백』의 경우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하나의 주제에 집중이 되어 있다면 작품 『조각들』과 『백설공주 살인사건』은 하나의 주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무슨 이야기인 것일까? 미나코 가나에는 주제가 아니라 배경을 던진다. 그리고 주제를 만드는 것은 독자들에게 맡긴다. 그러나 배경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 때문에 독자들은 주제를 만들면서도 불편함을 느낀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독자들은 다양한 시선들에 속하기 때문이다.
『고백』 역시 청소년 범죄라는 배경을 던지고 있지만 작가는 강력하게 말한다. 청소년 범죄는 봐줄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결국 복수라는 극단적인 결말을 던진다. 반면 『조각들』은 마무리가 깔끔하지 않다. 한 소녀의 죽음을 두고 이어지는 인터뷰는 그걸로 끝이 나버린다. 그러나 우리는 그 깔끔하지 않는 마무리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작품 『조각들』은 여성의 미에 대한 시선을 그린 작품이다. 그 중에서 외모 특히 몸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는 안다. 아름다운 얼굴에 멋진 몸매가 좋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점차 시선이 변화면서 뚱뚱하다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뚱뚱함은 게으름의 상징으로, 비만의 상징으로, 온갖 병을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본다.
최근에 시켜서한다 운뚱뚱이라는 프로그램이 유행했다. 이 것의 인기 비결은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해온 미에 대한 관점을 전복시킨다. 뚱뚱한 사람은 근육이 없고 병이 있으며 운동을 못한다는 시선과 여자는 강해질 수 없다는 두 가지 시선을 전복시킨다. 다이어트가 아니라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운동을 하고 뚱뚱한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시선은 지금까지 우리가 느꼈던 불편한 시선들을 끌어올린다.
『조각들』도 이와 다를 바가 없다. 요코아미는 뚱뚱한 사람의 비난을 그대로 받은 인물이다. 마른 사람이 조용하면 내성적이지만 뚱뚱한 사람이 내성적이면 음침하다는 생각을 받는다. 반대로 유우는 뚱뚱하지만 건강하다. 그렇다고 요코아미가 건강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메구니의 언니를 통해 건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사는 것은 꼭 날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옷에 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몸에 옷을 맞추는 것 그것은 아주 신선한 충격이다.
작품은 유우의 죽음을 놓고 주변 지인들의 시선을 따라 이어나간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인터뷰를 하는 이들에 대한 편견이다. 유우는 결코 불행하지 않았다. 남들보다 뚱뚱해도 운동신경이 좋았고 밝았으며 춤을 좋아했다. 이 점을 인터뷰를 하는 지인들은 인정하면서도 결국은 유우의 죽음이 뚱뚱함에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러니 한 것은 인터뷰를 하는 이들의 가치관이다. 어릴 적에는 아무리 먹어도 마른 체형을 유지했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뚱뚱해지자 점점 예민해지는 모습이나 코가 조금만 높아지면 드라마의 배역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배우의 생각들은 이율배반적이다. 이러한 모습은 유우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는 남학생의 모습과 대비된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외모와 몸매에 대해 벗어나지 못하는 것과 그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는 모습은 불편함을 준다.
뚱뚱하다는 것은 좋지 않아. 아이를 날씬하게 키우지 못한 것은 학대야. 뚱뚱하다고 나쁜 것은 아니야라는 이러한 아이러니한 시선들은 결국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것이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육십 사. 요코아미의 몸무게. 사실 이 몸무게는 크리 무거운 몸무게는 아니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육십 사 이히와 그 이상의 차이는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는 권리와 그렇지 못한 권리로 나눈다.
요코아미 너는 그럴 권리가 없어.
그 권리는 육십 사이냐 아니냐에 달렸다는 것은 얼마나 이상하고 웃긴 일일까?
2. 채워지지 않아서 채웠더니 이제는 비우라고 하는 사회
작품 『조각들』에서 가장 흥미 있는 인물은 히사노이다. 히사노는 미용 관련 의사로 어릴 적부터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인물이다. 그래서 여학생들에게는 공주의 역할을 한다. 유우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히사노를 싫어한다. 처음에는 히사노의 아름다운 얼굴을 질투한다고 생각이 들 겠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히사노가 전형적인 이기적인 공주의 모습을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요코아미를 괴롭히고 차별했던 중심 인물은 소설을 이어나가는 주인공인 히사노이다. 아름답기 때문에 한 번도 놀림을 받은 히사노에게 외모로 인해 고통 받는 인물들의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니까 사노 언니가 멋진 이야기로 매듭지은 것 같은 분위기가 됐지만 '시력이 나쁘다'를 성형 경우로 치면 '외모가 나쁘다'가 되잖아. 그게 동등하게 취급해도 되는 문제야?
기에의 말처럼 히사노는 성형을 개인의 개성을 살리는 것으로 치부하면서 외모가 나쁘다를 시력이 나쁘다로 치부해버린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이중적인 인물이지만 주인공 히사노는 가장 이중적인 인물이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전면적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다른 인물들을 통해 겉으로는 착하고 똑똑한 여자로 나오지만 뒤에서는 요코아미를 아래로 내려다보는 인물인 것이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가진다. 그래고 열심히 채웠더니 이제는 비우라고 한다. 외모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시선들은 끊임 없이 서로를 평가하고 그 평가 기준에서 떨어진 사람들을 경멸하면서 자신은 아닌 첫 관용을 베푸는 이중적인 행동들은 결국 우리 모두를 병들게 하고 있다.
모델처럼 예쁜 애라며? 성격도 밝고 운동도 잘했다던데? 아니 학교에서 제일 뚱뚱하다고 들었는데?
어쩌면 이렇게 심한 몰골이 되었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이 문장들은 미나코 가나에게 던진 질문일 것이다.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것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