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양이 작가 Jul 06. 2021

[죽은 자의 집 청소] 리뷰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빈 공간에서 마주한 죽음의 뒷 이야기

1. 빈 공간과 죽음

어느 날 찾아간 빈 공간에는 죽음이 존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속에는 죽기 직전 버티던 한 인간의 삶도 존재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공간들은 빈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은 죽음에 의해 생긴다. 집은 단순히 사람이 살고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 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가지기도 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삶에 있어서 집이란 절대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그 절대적인 공간이 내 삶의 마지막 공간이 되어버리는 순간 악취가 진동하고 폐허가 되어 버린다.

 저자는 특수청소업체를 운영하는 이로 죽은 사람의 마지막 장소를 청소하는 사람이다. 그는 이 공간에서 죽은 자를 마주한다. 죽기 직전 집 주인이 어떤 생활을 했는지 그리고 마지막까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상상한다. 그래서 이 책은 대부분 죽음과 관련이 있다. 

 우리는 종종 티비에서 쓰레기 집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일이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몇 년 동안 쓰레기더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본다. 우리 입장에서는 끔찍한 일이지만 그 사람에게 쓰레기는 자신을 덮어줄 유일한 이불과 같다. 그래서 쓰레기를 모은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들 역시 쓰레기와 오물 들이 가득하다. 간혹 고양이들이 죽어 있는 집들도 있고 때로는 이 집에 누가 살았는지도 모른 채 청소를 하러 가기도 한다. 그리고 저자는 사람이 사라진 빈 공간에서 죽음과 마주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집들은 빈 공간이다. 여기서 빈 공간이란 새 집처럼 아무것도 없는 집을 의미하지 않는다.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집, 죽기 직전까지 삶의 흔적이 남았던 집에 더 이상 삶에 대한 어떤 흔적도 사라져버린 집 그런 집을 빈 공간이라고 본다. 그래서 비어 있지만 채울 수 없는 공간이다.

  그래서 저자는 빈 공간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는 그들이 뒷 이야기를 쓸쓸하게 바라본다.

2. 죽음에 대한 이야기 

 이 책에서 핵심은 죽음이다. 대부분의 의뢰가 죽은 자의 집 청소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이유는 모두 달라도 결국 지금 상황을 견디지 못해 삶을 마감한다. 그래서 굉장히 씁쓸하고 슬픈 냄새만 가득하다. 죽은 자의 집에는 그들의 흔적이 그래도 남아 있다. 삶은 사라져도 그 안에 그들이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버티며 살았던 흔적들이 쓰레기로 남는다. 그리고 그 쓰레기마저 치워지면 그들의 이야기도 사라진다. 그래서 저자는 책에다 그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슬프고 어둡고 무섭다. 나이가 들어도 절대로 친해질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죽음이 바로 앞까지 찾아왔을 때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의지로 죽음을 끌어왔을 때 그 슬픔의 무게는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쓰레기로 가득한 빈 공간은 사실 절대 채울 수 없는 텅 빈 공간이 되고 쓰레기가 치워져도 채울 수 없는 것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서평] 조각들 - 미나토가나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