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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 작가 Feb 16. 2021

[서평] 없는 사람

독서중독자의 책 이야기

▣ 싸워서 돌아가야 한다는 말, 무엇이 그토록 그들을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을까

◈ 무오의 시선 그리고 진짜 없는 사람

 최정화의 『없는 사람』은 공장에서 해고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리는 역사책에서 많이 봤을 것이고 텔레비젼에서 종종 봤을 것이다. 건물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모습, 커다란 현수막과 천막을 치고 앉아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제는 영화의 소재가 될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참 슬프다.

 이 소설은 무오의 시선으로 그려진다. 무오는 순진할만큼 모른다. 무오의 시선은 어린아이의 시선에 가깝다. 소설이 진행되면서 무오가 던지는 질문들은 근본적인 대답에 대한 것이다. 독자들은 공장 사람들의 시위 결과에 대해서 안다. 그리고 그들이 왜 시위를 하는지도 알며 이부의 행동에 대해 분노를 터트리기도 하며 도트의 행동에 동정을 느낀다. 그러나 무오의 시선은 단순하고 직접적이다. 싸우면 끝까지 싸워야 하며 도트의 한 마디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이 사회의 시선이 이해가 가지 않고 이부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부는 계속 해서 질문을 던진다. 왜 그러는지 말이다. 

 소설의 제목이 왜 『없는 사람』일까? 무오는 자기 스스로를 없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없는 사람은 무오가 아니다. 도트, 반점. 그리고 그들과 같이 천막에 있는 공장사람들이다. 고아에 의지할 사람 없이 먹는 것만 좋아하는 무오는 다른 사람들에게 바보처럼 보인다. 이부는 무오의 그런 모습을 알고 있기에 그를 자신의 사업에 끌어드린다. 그러나 이러한 무오의 시선에서 도트와 반점과 공장사람들은 사회에서 없는 사람들로 비친다.  공장이 매번 팔린다. 사장은 수시로 바뀌고 직원들은 해고가 된다. 자본주의에 의해 돈이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에서 공장 직원들은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없는 사람이다. 해고를 당해도  그들이 천막 앞에서 매일 외쳐도 결국 없는 사람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무오의 변화이다. 무오의 변화는 천천히 일어난다. 그리고 심경의 변화에 비해 그의 행동은 특별히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무오는 끊임없이 의문을 던진다. 그러나 무오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긴팔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도트는 왜 망가졌는지 반점은 자신의 정체를 알면서도 왜 모른척 했는지에 대해서. 무오는 그들이 하는 이 싸움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없다. 단지 이 싸움은 이겨야 한다는 것과 이길 때까지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하는 싸움이 틀리지 않다는 것은 안다. 무오의 감정은 어린아이의 감정에 가깝다. 그가 이부를 따라간 것은 처음으로 그의 존재를 인정해준 사람이었기 때문이며 반점을 좋아하고 그들의 싸움을 몰래 응원한 것은 처음으로 사람과의 따뜻한 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부의 행동이 모순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진에서 다시 돌아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어린아이가 성장을 함에 따라 배워가는 과정과 비슷하다. 작가는 왜 무오의 시선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적었으며 왜 어린아이같은 시선을 통해 서술했을까? 그것은 아마 이부 역시 잘난 것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작품이 끝날 때까지 가해자에 가까운 회사는 등장하지 않는다. 가장 큰 악은 등장하지 않은 채 가장 선하고 약한 이들이 망가져 가는 모습을 작가는 어린 아이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무오의 시선으로 그려내며 결국 이는 독자들에게 의문점을 던진다. 그 의문점은 독자들에게 모순을 느끼게 해준다.

◈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 그리고 지금까지 끌고온 가치에 대해 넘어지는 순간.

 도트는 왜 망가졌을까? 왜 아무 죄 없는 수위를 죽이고 폭주했을까? 누구보다 앞장서서 싸웠던 도트는 가족을 외면하면서까지 싸운다. 그러나 현실을 알게 되고 가족이 자신을 떠나가는 순간 지금까지 싸웠던 가치에 대해 흔들리게 된다. 그러나 독자들은 도트에 대해 돌을 던질 수 없다.

 도트는 망가졌고 불안에 시달리며 망상에 시달린다. 누가 자신을 잡으러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내부에 고발자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끊임없이 자신을 망가트렸다. 싸워달라는 아내의 부탁에도 도트는 자신감이 없다. 이제는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하는지도 모른 채 불안감에 떨고 있다. 그러나 도트에게 누가 화를 낼 수 있을까?

 도트가 잠적을 해도 공장 사람들은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도트가 없다 하더라도 무너질 그런 하찮은 싸움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점은 왜 무오가 고발자인 것을 알면서도 지나쳤을까? 그 것은 두 가지 이유이다. 순진할만큼 착한 무오가 점점 심경이 변화되는 것을 보면서 반점은 애정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더 이상 무오가 후회할 짓을 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지금까지 해온 싸움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공장 사람들이 서로 불신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며 적들이 이 모습을 포착해 분란을 일으켜 그들의 싸움을 헛짓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무오가 아무 말 없이 떠나는 것을 원한다.

 그러나 무오는 마지막까지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그는 그들이 싸움에 절대로 동화될 수 없다. 그리고 더 이상 이 싸움이 유지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정체를 고백하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옥상에서 세 시가 되었는데도 헬기가 도착하지 않은 것을 통해 무오 역시 이부에게 버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오도 결국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절대로 해결될 수 없을 것 같은 싸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 같은 결과, 상대는 너무 강하고 방해자는 너무 많다. 지도자는 무너졌고 내부 고발자는 많으며 배신자는 항상 등장한다. 그럼에도 반점은 포기 하지 않는다.  무오는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의문을 남긴다.

 무오가 곧 우리 자신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무오는 무에서 유로 다가간다. 적어도 우리처럼 알고 다가가진 않는다. 하다보니 알게 되고 하다보니 무엇이 불공평한지 알게 된다. 노진에서 죽은 직원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인간은 필요한 것이 아니면 행동하지 안흔다는 무오의 말은 우리에게 많은 의문점과 생각을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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