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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령 Dec 22. 2022

선물은 나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야

누군가를 위해 준비하는 선물의 의미에 대하여

누군가에게 줄 선물을 준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되는 건 뭘까.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것인지

그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것인지

또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인지

이런 것들을 가장 먼저 생각해 봐야겠지.


근데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든다.

선물을 주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준비하는 선물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비싸고 좋은 선물을 해야 될 것 같은 사람,

저렴하고 흔한 건 절대 줄 수 없는 사람,

이미 가진 게 많아서 줄 게 없을 것 같은 사람,

뭘 해줘도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은 사람,

그런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한테는 전혀 부담을 가지지 않기도 한다.

그 사람은 뭘 해줘도 고마워할 사람이고

심지어 아무것도 못 준다 해도 

이런 나를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줄 사람이다.


그렇게 선물을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지금 어떠한지,

나한테 그 사람이 어떤 존재이며,

내가 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선물 하나 준비하면서 그걸 깨닫게 되는 것이다.


선물 하나 준비하는데 큰 부담을 느끼고

수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뭘 해줘도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일 것이다.


그동안 크고 작은 선물들을 준비하면서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에 대하여

나는 얼마나 다양한 생각들을 했던가!


그 사람은 이 정도 선에서 주고

그 사람은 최대한 해줄 수 있는 만큼 주고

그 사람은 마음 같아서는 아무것도 주기 싫고

그 사람은 도저히 뭘 줘야 될지 모르겠고

그 사람은 그냥 서로 안 주고 안 받았으면 좋겠어.


뭐 그런 생각들을 했고, 

지금도 사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서로 주고받는 선물보다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이거늘

마음이 이미 꽁꽁 얼어있는데

값비싼 선물이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


검색창에서 각종 기념일 선물 추천을 검색하면

성별, 연령대별, 직업별 등등으로 추천해 주는 선물들이 다양하게 나온다.


20대 여자가 좋아하는 선물

30대, 40대가 좋아하는 선물

아빠 생신 선물로 딱 좋고

시부모님 선물로 강력 추천하고

어린이날,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등등

그때그때 사람들이 많이 구입해서

인기가 많은 선물들이 와르르 쏟아져 나온다.


데이터 검색 결과를 보고 결정하는 선물,

반응이 좋았다는 후기를 믿고 사는 선물,

사람들이 많이 구입한 선물을 똑같이 준비하는 게 

과연 진짜 마음이 담긴 선물이 맞을까.


그동안 나는 어떤 마음으로 선물을 해왔었나 싶다.

나는 선물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걸까?

또 나는 선물을 받으면 어떤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올랐을까.


어제 양손 가득 선물포장지를 들고 바쁘게 걸어가는 어떤 여자분을 보았다.

그분이 같이 걸어가는 옆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그냥 이렇게 해서 주면 되지 뭐.

이렇게라도 주는 게 어딘데.

가서 열심히 포장이나 해야겠다. 아~ 귀찮아~"


집에 와서도 그 말이 한참 동안 생각이 났다.

선물은 도대체 언제 줘야 되는 것이며,

누가 누구에게 어떤 마음으로 줘야 되는 것인지!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주면 되나?

마음을 예쁘게 포장하는 방법이 있다면

잘 배워서 나도 실천하고 싶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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