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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우 Feb 08. 2019

스크린 밖 노력이 부여한 빈약한 스크린 속 의미

<가버나움> 감상평


 각각의 영화는 현실과 비현실이 저마다의 비율로 혼재되어 있다. 다양한 장르들 중 현실에 많은 비중을 둔 장르를 ‘리얼리즘’이라 일컫는다. 말 그대로 사실주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리얼리즘 영화 또한 다큐멘터리 같이 완전한 현실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진실을 추구하되 진실 그 자체는 아닌 것이다.    


 <가버나움>은 이러한 리얼리즘을 통해 지구 반대편 레바논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이슈를 조명한다. 빈민, 난민 아이들의 고단한 살아남기와 무지한 어른들의 착취를 고발한다. 그리고 그러한 목소리를 프레임 안에서 밖으로 확산한다. 영화는 제 71회 칸 국제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가버나움’ 재단을 설립에 영화 속 처지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점에서 가버나움은 상당히 성공한 영화라 평할 수 있겠다. 하지만 ‘프레임 밖의 기적과 대비되는 프레임 안의 무책임과 비윤리성’(김성훈 평론가)이 가득하다. 

    

 나딘 라바키 감독은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 켄 로치의 <나, 다니엘 브레이크>와 같이 비전문 배우를 캐스팅함으로써 영화의 현실성에 무게를 더한다. 실제 유사한 고통을 겪은 주인공 ‘자인 알 라피아’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문제는 캐릭터들을 전시하는 카메라의 시선에 있다. 영화는 시종일관 주인공 자인과 그를 둘러싼 사회적 약자들의 고난을 보여준다. ‘자 봐라, 여기 이렇게 힘든 아이와 더 힘든 아이가 있다. 이들이 힘겹게 노력하고 있다!’는 식이다. 물론 그들이 겪는 고통은 프레임 속 보다는 몇 곱절은 더 각박할 것이다. 지적하는 것은 영화에서 ‘빈민’을 표현하는 방식의 문제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확성기 볼륨을 키운다고 관객이 더 잘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관객은 자신이 영화 속 인물과 공감할 때 비로소 타인에 대한 조금의 이해를 얻게 된다.      

 <가버나움>이 판단하고 늘어놓는 한 소년의 고난과 성장담에 내가 들어갈 깊은 틈은 없다. 또한 어떤 다큐멘터리의 사실, 리얼리즘 영화의 플롯보다 충격적이지도 않다. 제 3세계 빈민을 마주하며 반짝이던 죄책감과 괴리감은 영화관을 빠져나와 다시 선진 문물의 혜택을 누리는 순간 휘발된다.                         


별점: 6점.
ㅇㄹ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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