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나란 인간은 들여다볼수록 참으로 눈물겨운 인간이다.
도심 속에 위치한 한 뼘짜리 초록마당에 반해
앞뒤 재볼것도 없이 임대차 계약서에 도장을 꾸욱 눌러 찍고
팔자에 없는 갤러리를 운영하면서부터 고생 드라마 1편을 찍었다.
갤러리에 사람이 북적이는 것이 싫지는 않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관람객이 없는 볕좋은 날
마당에 의자 하나 내놓고
정수리에 볕을 이고 앉아 차를 홀짝이는 순간이었다.
전시관에 작품이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으면 흐믓한 마음이야 들었지만
아무 작품 없는 빈공간에 드러난 서까래를 보고있노라면
이렇게 멋진풍경이 또있을까 생각하며 실실 거렸으니
잘 되는것이 오히려 이상한일이다.
월세를 겨우 감당할 정도로 운영은 어려웠지만
이렇게 예쁜 초록마당이 어디있겠냐며
또 혼자 실실거렸으니 나란 인간도 참 어지간한 인간이다.
운영자금을 메꾸기 위해 부끄러움을 몹시도 타는 내가
도서관에서 가끔씩 글쓰기 강의 제안이 올 때마다
아우..부담 스러운데......하면서도 덥석덥석 수락했다.
기관에서는 수강자 반응이 너무 좋았다고 귀뜸을 해주었지만
나는 속으로 오우....다시는 안 해. 아니 다시는 못해. 그러면서도 돈이 들어와 임대료를 메꾸게
되면 생각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곤 했다. 불러만 주시면 언제든....
그렇게 그렇게 근근이 버티고 있던 중에
책 출간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로부터 원고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게 되었다.
이야... 세상에 이런 일이 있네..
타인과의 조율이나 협업 없이 오로지 나 혼자만의 작업이라는 게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내 손을 거쳐간 원고가 책으로 출간되고 의뢰하신 분들이 작가로 거듭나는 것을 지켜보니
나역시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되었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 보니 방언 터졌나 보다. ㅜ.ㅜ 여기까지가 서론이다. )
아무튼 이차 저차해서 내친김에 출판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내 책을 출판하면 되지 뭐. 처음엔 그렇게 가볍게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되라는 갤러리는 점점 어렵고
사업자등록증만 있는 출판사 일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솔직히 책을 어떻게 만드는 줄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맡았고
프리랜서를 섭외해서 작업을 시작했다.
하.... 의뢰자와 작업자 사이에 끼어서 정말 죽는 줄 알았다.
개미지옥이 따로 없었다.
의뢰자는 계속 고쳐달라고 하고
작업자는 내가 입만 떼기만 해도 돈을 더 주어야 한다는 말부터 하고 나셨다.
음... 아무튼 죽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내일배움카드로 450만 원 상당의 출판디자인 과정을 등록하고
6개월 후에 출판디자인과정 수료증을 받았다. 음하하~, 캬캬캬~!
그 이후부터는 내가 직접 출판편집 디자인을 하고 있다.
오~ 왜이렇게 재미있어! 일이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거야? 하며 오랜만에 실실 거렸다.
내친김에 갤러리를 정리하고
근처에 사무실을 얻어 출판사 사무실을 차렸다.
3년이 흘렀고 그사이 20여권의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고맙고 감사하게도 출간된 책 중에 '꽃이 된 씨앗'이라는 그림책이 2025년 나눔도서로 선정이 되었고
일흔 살 도보여행가의 산티아고 순례기 '촌 할매의 부엔까미노'가
포탈에 2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올라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 가지 더 축하할 일은 꼬물꼬물 베렝이의 저자 박희순 시인 께서 '꼬물꼬물 베렝이' 동시 컬러링북으로
아동문학상을 수상 받으셨다.
이렇게 출판사가 제법 잘 꾸려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중대한 고민이 생겼다.
출판된 책들을 보관할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는 것.
그.래.서. 나.는.또.일.을.저.질.렀.다...... 바로 이야기 하면 부끄러우니까 다음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