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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파리들의 분투!


가을즈음

때늦은 새싹들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어지간히도 대책없는 녀석들이다.

도데체 봄엔 뭘 하느라

이제야 뛰어나왔는지 원.


시간이 흘러

갤러리 마당으로 동장군이

들이닥쳤을때

가녀린 초록 손바닥으로

장난이나 치던 녀석들도

대략 난감했겠지만

나야말로 난감 질색하였다.

추위라면 징글징글하여

내 몸뚱이 하나 건사하기 정신 없는데

저 잔망스러운 초록들이 얼어 죽을까 봐

팔자에 없는 맘고생에 입맛까지 없어질 즈음.

엎친데 덮친 격으로 차가운 눈송이들이

보듬보듬 쌓여   마당을

말았다.


꼼짝없이 갇혔버렸으니

살아돌아오긴 글렀구나 싶었다.


그런데...

 .

 .

 .

그 조그마한 것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온몸으로 얼음을 녹여내고 나서

얼굴을 다시 내밀었다.


'그 난리속에

지켜낸  처연한 초록빛이

고맙고 대견했다.'

살다 보면  이렇게  때를 놓친 것들이

자신의 생명을 깃발 삼아 

힘을 다하는 것을 보면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


 갤러리 마당에 앉은

늦은 초록이 그렇고


겨울 

뵤~족이 얼굴 내민  개나리가 그렇고


봄이련가 싶은 어느 날.  

뛰어내려오는  춘설이 그렇다


그리고... 남들은 반석 위에 앉아

호의호식할 이 나이에

앉을 자리를 찾느라

아직도 여기저기 두드려가며

애를 쓰는  나도 그렇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이른 것이 어디 있으며

늦은 것 또한 어디 있겠는가.

모두 저마다에게는 

적당한

맞춤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안심.

그러니 안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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