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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맙. 다. 인. 생. 아!


보는척하려고 해도  눈길이 갔다.


60대가량의 여성이 고층빌딩에서 나온다.

검은색 카디건을

무심한 길로 툭~ 걸쳐 입은 듯했지만

그 멋스러움이 장난 아니다.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어둡거나 칙칙하지 않다.

오히려 깊은 아우라가

고급지게 흘러넘쳤다.

심지어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은 어느 화가의  손길

그려진 수채화처럼

영롱해 보였다


"뭐야, 왜 저렇게 멋있어?"하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는

반질반질하고 멋진 고급 세단을 몰고 끄러지듯 내. 옆. 을. 지나간다.

이쯤에서 그녀를 좇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던져 넣고 싶었지만

이미 표가 날 정도로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가있었다.

그런 게 아니었다고 우겨보고 싶지만

내심 부러웠나 보다.

그녀의 세단에 비하면

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훠~~ 얼~~ 씬  더. .고

땅.속.으.로.도 다닐 수 있고 하니까

부러워할 이유는 전혀 없지만

나의 출퇴근용 차에 비해 가소로울 정도로 쪼.꼬.마.한. 그녀의 차가 부럽긴 했다.


그렇게 질투 어린 감탄을 하는 순간 뜬금없이!


가진 것 다 가진 그녀의 60대와

가진 것 하나 없는 나의 50대를

바꿀 수 있다면 바꾸겠니? 


하고 짓궂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었다.

말랑거리는 부러움으로

 "좋지! 좋고말고~" 할 줄 알았는데

" 아니!!!!" 하는 사자후가  내 목구멍에서

가슴 쪽으로 강하게 내리 꽂혔다

나는 그런  나의 목소리에 살짝 놀랐고 동시에

따뜻한 위로를 가졌다.


이지영으로 사는 내 삶이란 게,

너무 시시하고 소소해서  

아무리 용을 써봐도

'보통의 삶'을 상회하지 못하지만!

나는 왜 이럴까? 왜 이렇게 밖에 안되나? 하는

쓰라린 질문투성의 삶이지만!

그런 내 삶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검은 세단이 지나간 쪽으로

폴카를 추듯 걸었다.

어깨에 매달렸던 나의 사랑스러운 작은 가방

박자를 맞추듯 찰방거린다.


지금 이 순간

그녀에게는 고급 세단이 있고

나에게는 어린아이 같은 니체의 발걸음이 있다.


그녀의 60도

나의 50도

각자의 이유로 고마운 인생이며

자의 모습으로  아름답게 빛난다. 


 어느 가을날의 출근길 상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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