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무 막대 하나를 주워
땅바닥에 커다란 원을 그렸습니다
나는 원의 한복판에 들어가
사람들의 이름을 써 넣었습니다
그러다가 당신의 이름을 지우고
원의 저 밖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그때 난 어린아이였습니다
오랫동안 당신은
내 마음을 떠나 있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은 강물이 되어
절망과 미움의 늪으로
나를 데려 갔기 때문입니다
내 가슴에 남은 선홍빛 흔적은
당신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난 그때 젊은 청춘이었습니다
종이 위에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내 마음의 수면 위로
한 작은 소녀가 떠오릅니다
아픔이 만든 망망대해 위에서
외롭게 떨고 있는 작은 소녀는
바로 당신입니다
그때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지더니
이내 동그라미 안을 가득 채웁니다
당신의 이름이 눈물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지금 나는 어른인가 봅니다
이정렬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