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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담쟁이 Nov 22. 2015

당신의 이름은 눈물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무 막대 하나 주워

땅바닥에 커다란 원을 그렸습니다

나는 원의 한복판에 들어가

사람들의 이름을 써 넣었습니다

그러다가 당신의 이름을 지우고

원의 저 밖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그때 난 어린아이였습니다


오랫동안 당신은

내 마음을 떠나 있었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떠올릴 때마다

눈물은 강물이 되어

절망과 미움의 늪으로

나를 데려 갔기 때문입니다

내 가슴에 남은 선홍빛 흔적은

당신이 만든 것이었습니다

난 그때 젊은 청춘이었습니다


종이 위에 동그라미를 그렸습니다

내 마음의 수면 위로

한 작은 소녀가 떠오릅니다

아픔이 만든 망망대해 위에서

외롭게 떨고 있는 작은 소녀는

바로 당신입니다

그때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지더니

이내 동그라미 안을 가득 채웁니다

당신의 이름이 눈물이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습니다

지금 나는 어른인가 봅니다


                        이정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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