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Jul 26. 2020

여행을 가서 새벽에 글을 쓰는 이유

꾸준함과 습관의 힘

6시 알람 울리기 2분 전에 잠에서 깼다. 어제 무리한 일정 탓인지 몸이 피곤하다. 그 피곤함의 틈새로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여행까지 와서 무슨 글이냐... 피곤하니깐 그냥 자라...'

'한 번쯤 글 안 쓰면 어때? 게다가 오늘은 주말인데 좀 쉬어도 돼~'

'네가 글을 안 써도 아무도 뭐라 안 할 거야.  대부분의 독자들은 네가 매일 새벽에  글을 쓰겠다고 한 약속들을 기억 못 할걸'

'약속은 깨라고 있는 거야. 괜찮아~ 오늘만큼은 푹 쉬어도 돼~~'

'오늘 잠깐 글 쓴다고 네 글 쓰는 실력이 늘겠어? 너는 지금 글을 쓰기 위한 글을 쓰는 거야. 지금 네가 글을 써봤자 실질적으로 너에게 도움되는 건 없을 거야.(이에 대한 반박은 뒤에 ㅎㅎ)'


후... 계속되는 악마의 속삭임(안 하려는 갖가지 이유)을 무시하고 글을 쓰기 위해 폰을 집어 들었다. 호텔에 컴퓨터가 없어서, 오늘은 처음으로 컴퓨터가 아닌 폰으로 글을 쓴다. 부산 도심의 정경을 바라보며, 폰을 들고 가볍게 글을 쓰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평소보다 기분이 좋다.


오늘 하루 정도는 글을 안 쓸 법도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독자들과 나 자신에게 매일 아침 글을 쓰겠다고 약속을 했다. 공개적인 글을 통해서 공언까지 했는데 약속을 어겨 버리면 나는 신의 없는 사람이 돼버린다. 무엇보다 약속을 어기면 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울 것 같다.

 

둘째, 매일 아침 글을 씀으로써, '나는 글 쓰는 사람'이라는 나의 정체성이 강화된다. 특히 주말이나 여행 간 날, 피곤한 날, 바쁜 날은 내 정체성을 강화시키기 딱 좋은 기회다.

물론 이런 날에 글을 쓰면 평소보다 글의 퀄리티가 떨어질 확률이 높다. 지금 당장에는 글 쓰는 실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효과가 있다. 단순히 이 피곤한 새벽에 글을 쓰기 위해 폰을 집어 들었다는 자체만으로도 '나는 글 쓰는 사람이다.'라는 나의 정체성을 강화시킨다. 글 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은 앞으로 계속 글을 쓰게 하는 행위를 반복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6개월 만에 처음 여행 와서 피곤한 몸으로 새벽에 글을 쓰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안 하려는 의지를 이겨낸  나 자신에 대한 기특함과 뿌듯함이 밀려온다.


셋째, 이미 글 쓰는 게 습관이 되었다. 52일 전 글을 처음 썼을 때, 한 편을 쓰는 데 거의 5시간이 걸렸다. 그때는 글 한 편을 쓰면 다른 일은 못할 만큼 녹초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1~2시간 정도면 한 편을 완성한다. 그렇게 힘들지도 않다. 오히려 즐겁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습관 때문이다. 우리는 습관을 통해 많은 의식적인 부분들을 무의식적인 부분들로 대체할 수 있다.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적게 든다. 양치질을 예를 들 수 있다. 우리는 매일 자동화된 패턴으로 양치질을 한다. 아무도 양치질을 하면서 '내 오른쪽 어금니 아랫부분을 세 번 이상 칫솔질해야지!' 같은 의식적인 생각을 하며 양치질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평소대로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치질을 처음 배운 아기 때는 달랐을 것이다. 처음 경험해보는 치약 맛에 깜짝 놀라 칫솔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을 거고, 양치하기 싫다고 엄마에게 떼를 쓰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매일 하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양치질은 습관이 되고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의식적인 부분들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크다. 힘들다. 하지만 습관을 통해 많은 의식적인 부분들을 무의식으로 대체하면, 마치 아이가 양치질이 점점 익숙해지듯이,  어느 순간부터 글을 쓰는 것이 편해진다. 농담이 아니다. 실제 경험이다.

 



앞으로도 글은 계속 쓸 생각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는 결혼식 당일 아침에도 그때의 느낌을 담은 아주 짧은 글을 쓸 생각이다. 나의 작은 행동들이 이렇게 하나하나가 모여서 나의 성장에 보탬이 되리란 것을 믿는다.



#꾸준함 #성장 #글쓰기

작가의 이전글 새벽에 받은 뜻밖의 선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