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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Aug 04. 2020

아침에 쓴 글이 통째로 날아간 작가의 멘탈관리

새벽에 알람이 울렸다. 시계를 보니 5시 반이다. 오늘따라 몸이 가뿐하고 개운하다. 뭔가 기분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양치질을 한다. 양치질을 하면서, 나의 정신을 깨워줄 녹차를 끓인다. 녹차가 보글보글 끓는 동안, 명상 음악을 틀어 놓고 거실에서 명상을 한다. 아침의 고요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가끔씩 들려오는 아름다운 새소리가 내 마음을 울린다.


'아! 이 평온한 느낌, 너무 좋아!'


명상을 끝내고, 아몬드 소스를 곁들인 샐러드를 만든다. 샐러드와 녹차는 나의 아침식사이다. 이 둘을 들고 글을 쓰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시계를 보니 6시 5분이다. 글 한 편을 쓰기에는 아직 충분한 시간이다.


오늘 쓸 글의 제목은 '한여름철에 꿀잠 잘 수 있는 3가지 비법'이다. 예전부터 오랫동안 고민을 많이 했고, 나의 경험이 담겨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쉽게 써 내려간다. 여러 사진들도 추가해 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 깔끔한 글이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와... 오늘 일이 너무 잘 풀리는데? 잘하면 이번 글은 7시 30분 안에 완성할 수 있겠다!'


7시 15분. 글을 다 쓰고 퇴고 작업을 한. 맞춤법에 어긋난 문장은 없는지, 글에 일관성이 있는지, 중요한 부분에 하이라이트를 했는지 등을 체크했다. 퇴고를 하다가, 사진 한 개가 너무 크게 보여서 작게 만드려고 편집 버튼을 눌렀다.


'어? 근데 내가 평소에 보던 화면이 아닌데?'  

아마, 실수로 창의 X 버튼을 누른 것 같다... 하...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나가기 버튼을 눌렀다. 나가기 버튼을 눌렀더니 아예 내가 쓴 글 밖으로 나가 졌고, 화면에는 내가 쓴 글이 아닌 내 브런치 메인화면이 떠있었다.


'에이, 설마 내 글이 지워지지는 않았겠지?'


작가의 서랍으로 갔다.

'아, 뭐야! 아.... 미친...'


내 글이 통째로 지워져 있었다. 보통 글을 쓰면 중간중간 저장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 오늘 글은 임시저장도 안 되어 있다. 시계를 보았다. 7시 20분이다. 방학이지만 1정 연수(1급 정교사 연수)를 받고 있는 상태라서 연수원에 출근할 준비도 해야 하는데...


'하... 진짜 망했다...'


순간 악마의 유혹이 들렸다.

'어이, 교실남. 그냥 포기해. 너 지금 아까 썼던 글 다시 쓰려면 1정 연수에 지각해야 해. 지금 상황은 어쩔 수 없잖아. 이미 망한 거야. ㅋㅋㅋ 진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 너도 알고 있잖아~'


악마의 유혹을 무시하고 일단 출근 준비를 했다. 갑자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라.'라는 말이 떠올랐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기회가 없을까?' 생각을 해보니, 오늘 아침에 겪은 이 상황을 글로 써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현재 겪고 있는 일이니, 확실히 빠르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침에 매일 글을 올리겠다는 독자들과의 약속도 지키고, '매일 아침 글을 쓰는 작가'라는 나의 정체성도 강화시키고, 아침에 기껏 쓴 글이 날아가 무너져버린 내 멘탈도 회복하고! 통째로 날아갔지만 오늘 이미 썼던 글이니, 내일은 좀 더 맘 편안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다. ㅎㅎ 1석 4조였다.


  


7시 35분. 출근 준비를 끝마치자마자 컴퓨터 앞에 다시 앉았다. 의자에 앉자마자 방금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며 빠르게 글을 써 내려갔다. 그 결과, 아침에 기껏 썼던 글이 날아가서 멘탈이 나갔지만, 그 위기를 지혜롭게(?) 극복한 한 작가의 글이 탄생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항상 위기를 겪는다. 어떤 사람들은 위기 속에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벌벌 떨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반면 또 어떤 사람들은 갑자기 닥쳐온 위기가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직시하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다. 위기를 대하는 이 관점의 차이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것이다.



#위기를대하는자세 #기회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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