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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l 30. 2020

학생의 귀여운 청탁

그저께 저녁 시간에 갑자기 여러 통의 문자가 왔다.


'이 시간에 누가 이렇게 문자를 보냈을까?' 하며 폰을 살펴보니, 우리 반 학생 윤호(가명)였다.



'헛...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학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A, B 분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A반은 월, 수 등교 화, 목, 금은 온라인 수업, B반은 화, 목에 등교, 월, 수, 금은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A반과 B반 학생들은 서로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반 친구들끼리 서로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주고자, 2학기 때는 반을 조금 섞기로 했다.



'어쩐지 오늘 반을 바꾼다고 말했을 때, 격한 반응을 보이더라니 ㅋㅋㅋ(참고로 현재 윤호는 좋아하는 여학생이랑 다른 반이다.)'


윤호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바로 받는다.

"선생님, 그거... 그거... 제가 한 거 아니에요. 제 친구가 장난친 거예요. 진짜예요."


"(능청스럽게) 아? 그래? 친구의 장난이었구나~~ 네 문자 받고 생각 좀 해보려 했는데 그럼 어쩔 수 없지... 안녕~~~ㅋㅋㅋ"


"(중간에 내 말을 끊으며) 앜아아아앜 안돼요... 쌤쌤쌤 잠시만요!!! 잠시만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사실 제가 문자 보냈어요. 제가 문자 보냈어요... (한숨을 내쉬며) 부끄러워서 그랬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럴 줄 알았다."


"쌤, 근데 제발 정윤(가명)이랑 같은 반 해주시면 안 돼요? 쌤이 시키는 것은 다 하겠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 쌤 심부름도 잘하고, 수업시간에도 열심히 참여할게요. 제발요. 제발요.... ㅠㅠ"


"안돼! 이런 청탁은 쌤이 받을 수가 없다.ㅋㅋㅋ"


"(이상한 애교스러운 괴음을 내며) 아아아아앙아아아앙 선생님~~~ 제발요~~ 제발제발제발제발"


"안돼, 끊어 ㅋㅋㅋ"


"아앙아아아아아앙"


"그 소리 계속 내면 전화 끊어 버린다.ㅋㅋㅋ"


"안 돼요. 쌤 안 돼요.... 죄송해요. 쌤 근데 제발요 ㅠㅠㅠㅠ"


"음... 일단 고민해볼게."


"선생님! 진짜 꼭 부탁드립니다... 알러뷰~~"


"앜ㅋㅋㅋㅋㅋ 그만 끊어라! 제발"


"네...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전화가 끝나고 한참을 웃었던 거 같다. 얼마나 좋았으면 선생님한테까지 문자를 보낼까... ㅎㅎ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이 학생의 귀여운 청탁(?)을 받아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다.





#학생의문자 #귀여운 #청탁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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