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군화끈은 누가 다 가져갔을까?

by 교실남

2017년 여름, 훈련병들의 군화끈들을 모두 가져오라는 대대장님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리고 대대 내에 있는 모든 공실들을 폐쇄하도록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나는 2년 동안 조교를 하면서, 우리 대대에서 총 6~7명의 훈련병 자살시도를 듣거나 보았다. 특히 그중 1명은 우리 소대였고, 2명과는 동숙(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조교가 자살시도 훈련병과 같이 잠)을 했다.


입대 당일 날, 여자 친구의 이별통보로 자살 시도를 한 훈련병, 귀신이 보인다고, 계속 누군가 쫒아오는 거 같다고 자살 시도한 훈련병, 조교가 훈육을 무섭게 한다고 홧김에 자살 시도한 훈련병 등 자살 원인은 다양했다. 자살 방법도 다양했다. 세제를 물에 타서 마신다던지, 가위로 손목을 찌른다던지, 건물에서 뛰어내린다던지...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의 위대하신 대대장님께서 해결책을 찾으셨다. 훈련병들이 자살시도를 할 만한 모든 방법(도구)들을 차단하자는 것이 주내용이었다. 무려 야심 차게 보고서로 문서화까지 한 플랜이었다. 조교들은 각자 맡은 소대로 들어가서 훈련병들의 여분의 군화끈을 모아 왔다. 모든 공실을 폐쇄했다. 창문에서 뛰어내리지 못하도록 창문을 철창으로 막았다.


이 모든 일들을 하면서 회의감이 들었다. '과연 이게 근본적인 해결책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한 3명의 훈련병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집총제식(총으로 제식을 하는 학과) 훈련을 하는 도중 훈련병 한 명이 펑펑 울었다. 자신은 왼손잡이인데, 오른손잡이에 맞춰져 있는 총기가 너무 불편해서 집총제식이 잘 안된다는 게 이유였다. 강박증상이었다. 다 큰 성인이 그런 이유로 울다니 좀 어이가 없기도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딱 1주일 뒤에 자살시도를 했다. 원인은 여자 친구에 대한 배신감과 상실감이었다.


훈련병 관리를 잘 못했다는 이유로 소대장님은 징계를 받으셨다. 누군가는 사건을 대한 책임을 져야 했기에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조사를 받으셨다. 그리고 그 불똥은 나에게도 튀었다. 소대장님은 본인의 자리가 위험하니, 담당 조교 핑계를 대었다. 담당 조교가 제대로 관리를 안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사건 당일, 난 휴가 중이었다.(나 또한 책임회피일지도?..)


또 한 명은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다 온 27살 훈련병이었다. 학교 선생님도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 억지로 했는데, 군대도 나이가 차서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왔다고 한다. 본인의 담당 조교가 너무 빡세게 훈육을 하는 바람에 갑작스럽게 스트레스를 받았고, 가위로 자신의 손목을 찔렀다. 피가 분수처럼 튀었고, 같은 방 안에 있던 소대원들은 전부 패닉에 빠졌다. 응급 치료를 받고 다음 날 대대장님은 나에게 그 훈련병과 동숙을 하도록 했다. 혹시나 그 훈련병이 가위를 들고 달려들까봐 한숨도 자지 못하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세 번째 훈련병은 대학생활을 하다가 온 22살 훈련병이었다. 원인 모를 우울감에 세제를 먹고 자살시도를 했다. 이 훈련병과도 동숙을 하게 되었다. 이번엔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그냥 알 수 없는 우울감이 계속 밀려든다고 했다. 중3 때부터 그랬고, 대학생 때 조금 괜찮아지다가 여기 와서 그 증상이 더 심해졌다고 한다. 계속 누군가가 쫒아오는 느낌, 누군가가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너무 무섭다고 했다.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잠도 못 자고 2~3시간을 멍하니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와주고 싶었다. 다음날 아침, 대대장님께 걱정이 된다고 하루 더 같이 있겠다고 했다. 충분히 넌 할 만큼을 했다고 쉬라고 하셨다. 나 대신 다른 조교가 그 훈련병을 담당하게 되었다.


다음 날 아침, 그 훈련병은 교육상황실 안에 있는 칼로 손목을 그어 자해를 했다. 대대장님은 내 탓을 하셨다. 쓸데없이 훈련병의 얘기를 많이 들어주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일련의 사건들을 복기해보았다. 모두들 책임회피만 하고 있었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00 탓이라고! 00 담당이라고!' 타인에게 책임전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건의 본질은 회피한 채, 당장에 무언가 대처했다는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기에만 치중했다. 그러나 자살할 수단들을 제거했다고 해서, 자살하고 싶은 마음(원인,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군화끈을 회수한 뒤에도 자살 시도 사건들은 전과 다름없이 끊임없이 생겼다.


요즘따라 그때의 사건이 자주 떠오른다.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의 행태를 보고 기시감이 드는 건 그냥 느낌 탓이겠지?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