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은 저희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by 교실남

3년 전, 군 복무 중에 있었던 일이다.


A소대장은 우리에게 자주 폭언을 했고, 부당한 업무를 시켰다. 별 것 아닌 것을 트집 잡아서 훈련병들 앞에서 대놓고 우리들에게 욕을 하기도 했고(당시 나는 조교 복무를 했음), 근무 시간이 아닌데 억지로 불러서 아무런 보상 없이 일을 시키기도 했다. 일을 잘하면 일을 더 시켰다. 그러고선 아무런 보상도 주지 않았고, 고생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A소대장은 그냥 우리를 자신의 따까리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다 사건이 터졌다. 내 맞후임이 훈련병들에게 전달사항을 얘기하고 있는데, A소대장이 그냥 해산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내 맞후임은 전달사항을 전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판단했고(이 부분은 맞후임이 잘못했다. 군대에서 상관의 명령은 불합리해도 따라야 한다...), 본인의 할 말을 다하고 해산시켰다.


A소대장은 바로 격분했다.

야!!! XX새끼야. 일루 와! 일루 안 튀어와!

맞후임의 멱살을 잡으면서, 온갖 욕설을 했다고 한다. X도 아닌 새끼가 까분다느니, 당장 죽여버릴 거라느니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들을 한참 동안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은 바로 나를 비롯한 선임들에게도 전해졌고, 공분을 샀다. 더욱 화가 난 이유는 내 맞후임이 평소에 조교들 사이에서 천사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인품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소에 그 친구는 A소대장의 일을 군말 없이 잘 도왔다. A소대장은 이 친구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었다.


얼마 후, 너도나도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조교들의 분노는 불길처럼 번졌고, 전대 주임원사님에게까지 소식이 들어갔다. 전대 주임원사님은 최대한 가운데서 갈등을 무마시키고자 했고, A소대장과 조교들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그 자리는 A소대장이 우리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자리였다.


그때, A소대장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얘들아. 미안하다. 내가 마음은 안 그런데, 행동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네. 너네들이 좀 이해를 해주라. 마음으로는 너희들을 가족이라 여기고 있다.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다. 마음은 안 그렇다고? 그냥 이해해주라고? 그럼 앞으로도 똑같이 하겠다는 건가? 우리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 따위의 욕을 하나? 만약 본인의 처자식이었다면 그 따위의 쌍욕을 할 수 있을까?


결국 A소대장은 징계를 받았고, 다른 지역으로 좌천되었다. 떠나기 일주일 전, A소대장은 내 동기와 같이 당직을 섰는데, 그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놨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키가 많이 작아서 심할 정도로 놀림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남들한테 무시당하는 게 싫어서, 더 센 척을 하고 무시를 하는 사람들과는 싸웠다고 한다. 그리고 무시를 안 당하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괴롭히기도 했다고 한다. 어른이 되고 나서도, 항상 누군가에게 무시나 비웃음을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때마다 과격한 행동들과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동기의 얘기를 들으니, 소대장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콤플렉스, 그가 살아온 환경... 하지만 이러한 상황들이 그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는 없었다. 그는 자신이 받은 상처를 잊기 위해서,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다. '나는 원래 이랬다. 마음은 안 그런데 행동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다.'는 말과 함께...


사실 타인에게 우리의 속마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그들의 마음 속을, 그들은 우리의 마음 속을 볼 수 없다.(우리는 미륵불이 아니다!) 대신에 우리의 눈에는 상대방의 행동만이 보일 뿐이다. 우리는 그 사람의 행동으로 그 사람을 파악한다.


'내 마음은 안 그런데...'하고 변명하는 반 학생들을 보면, 그 시절의 A소대장님을 떠올리며 반 학생에게 조언을 해준다.

네가 정말 그 친구와 잘 지내고 싶다면 먼저 네가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친구의 눈에는 네 마음이 아니라 네 행동만 보인단다. 입장을 바꿔서 네 행동을 친구가 좋아할지 생각해보고,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보렴. 충분히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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