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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Jun 13. 2020

같은 수업, 상반된 평가

7년 전, 교생 실습을 할 때였다. 당시 나에게 주어진 수업 차시의 학습목표는 '현악기의 종류와 음색을 알고 여러 가지 기준에 따라 분류해보자.'였다.


자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깊지는 않지만 아주 얕게 많은 악기들을 다뤄왔기 때문에,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며 재미있게 수업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ppt나 동영상이 아닌 실제의 악기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 집에서 내가 연주할 수 있는 악기는 몽땅 다 들고 왔다. 바이올린, 기타 연주를 직접 보여주면서 현악기에 대해 설명했고, 플루트와 팬플룻 연주를 들려주면서 현악기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관악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드럼스틱을 가지고 타악기에 대해 설명하고, 피아노는 타악기도 현악기도 될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서로 발표를 하겠다고 난리였다. 저번 주에 ppt 수업을 할 때는 죽어가던 아이들이 갑자기 똘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업 마무리로, 기타를 치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며, 떼창을 할 때는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아! 이 맛에 선생님 하는구나!' 싶었다.


수업이 끝나고 실습 담당 선생님의 피드백 시간이 왔다. 담당 선생님은 칭찬 일색이셨다. '여태까지 교직 생활하면서 본 수업 중에서 최고'였다며 앞으로도 아이들과 이렇게 교감하면서, 살아 있는 수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당신이 교직 생활하면서 평생 꿈꾸던 수업의 모습을 오늘 내 수업에서 보았다고, 멋진 수업을 해주어서 고맙다고 하셨다. 담당 선생님의 칭찬에 우주 끝까지 날아갈 거 같았다.


수업을 하고 난 뒤에, 반 아이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 뭔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존경심이 담겨 있다고 할까...ㅋㅋ 어떤 친구는 '어제 선생님 수업하는 모습이 멋져서, 기타 학원에 등록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뭔가 뿌듯했다.




1년 뒤, 부설초 실습에서 우연히 똑같은 수업 차시를 담당하게 되었다. 1년 전과 비슷하게 수업 내용을 구성했고, 아이들의 반응도 괜찮았다. 수업이 끝나고 실습 담당 선생님의 피드백 차례가 왔을 때, 솔직히 내심 칭찬을 기대했다... 근데 칭찬은 개뿔... ㅋㅋㅋㅋㅋ 그때 담당 선생님이 했던 첫마디가 아직도 잊히지가 않는다.


무슨 잘난 척하려고 수업하냐? 일단 현악기의 내용을 배우는 건데, 관악기랑 건반악기는 왜 설명을 하는 거지? 그리고 지도안에는 그런 내용들이 나와 있지도 않던데? 마지막에 기타 치면서 노래는 왜 부르는 거야? 너 노래 잘하는 거 잘난척하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리고 수업시간도 5분 초과되었어! 오늘 수업은 엉망이었다!


충격이었다!


분명 같은 수업이었는데 두 명의 선생님에게 전혀 상반된 평가를 받았다. 더군다나 이 선생님은 수업연구대회에서 1등급을 받았을 정도로, 수업으로 꽤 알아주는 선생님이었기에, 선생님의 혹평은 나에게 충격적이었다.


선생님은 내 수업이 다른 게 아니라 틀렸다고 하셨다. 그런 식으로 수업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8개월 뒤, 임용 2차의 수업 실연을 준비하면서 회의감이 확 몰려왔다. 정형화된 발문, 비슷한 수업모형, 정해진 시간, 똑같은 틀... 수업은 항상 동기유발로 시작되었어야 했고, 마무리는 평가와 다음 차시 예고가 있어야 했다. 실제 수업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 부분이라도 무조건 넣어야 했다. 왜냐하면 필수요소가 들어가지 않으면 감점이었기 때문이었다. 2차 감독관들 앞에서 하는 수업실연은 그들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보여줘야 하는 '쇼'였다.


그때부터 여러 의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혹시 그동안 내가 교육대학교에서 받은 교육들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편협된 사고를 심어준 것은 아닐까? 수업 모형, 성취 기준, 정확한 수업 시간, 정제된 발문 등 정형화된 틀에 맞추는 수업만이 좋은 수업인가?


주변 동료 교사들이 맞다고 하는 것들이 나한테는 아니라고 느껴졌다. 난 그때부터 그동안 당연하다고 배워왔던 것들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되고 난 후, 나는 매 수업 동기유발을 하는 대신에 3차시 정도 시간을 잡아서 공부를 하는 이유,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얘들아. 사람들마다 인생을 살아가는 목적은 다르단다. 이 목적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선택하는 것이란다. 예를 들면, 선생님 삶의 목적은 앞으로 너희들이 각자 올바른 길로 가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 선생님 매일 즐겁게 수업하는 거 보이지? 선생님처럼 꿈을 가지면 매일 행복할 수 있단다. 아직은 너희들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고 무엇을 삶의 목적으로 삼아야 할지 잘 모를 거야. 그걸 알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해. 이때 공부라는 것은 그냥 선생님이나 학원 선생님이 주입시키는 죽은 지식이 아니라 너희들이 진짜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살아있는 지식들을 습득하는 것을 말해. 살아있는 지식들은 어떻게 습득하는지 선생님이 앞으로 천천히 알려줄게. 자 이제 수업 시작하자!


이 수업 이후, 매 수업 시간마다 재미있는 영화, 화려한 교구 등을 보여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학습에 대한 동기가 충만하다.   


시간표와 수업시간도 바꾸어보았다.


오늘 반 전체 컨디션이 안 좋은 거 같으면 밖에 나가서 신나게 뛰어놀았고, 컨디션이 좋으면 3~4차시 분량의 수업을 1차시 만에 끝내기도 했다. 어떤 때는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가 서로 너무 신나서, 수업시간이 지난 줄도 모르고 내리 3시간을 수업한 적도 있었다. 1시간 만에 충분히 끝낼 수 있는 내용을 3시간에 걸쳐서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전통적인 숙제 검사인 일기 검사를 없애고, 데일리 리포트를 작성해서 시간 관리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그리고 명상을 통한 자기 관찰을 통해서 순간의 화를 참는 방법도 가르쳐주었다.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이 궁금해하면 몇 학년을 뛰어넘는 지식들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우리 어른들이 공부할 때, '아! 이건 27살에 배워야 하는 내용이고 이건 28살에 배워야 하는 내용이야!' 나누지 않는 것처럼 아이들이 배우는 내용도 호기심만 있다면 굳이 학년을 나눌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지금의 내 수업을 가지고 수업연구대회(지금은 없어짐)에 나간다면 나는 만년 꼴찌일 것이다. ㅋㅋ 내 수업들을 유명한 수업연구회에 소개(실제로 몇 번 가보기도 했다.)하면 아마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서 이 내용과 연관된 교육과정이랑 성취기준은 뭔가요?  


비록 내 수업이 많은 선생님들이 인정하는 정형화된 틀에 벗어날 지라도, 난 다양하게 시도해보려고 한다. 남들한테 인정받지 않아도 굳이 상관없다. 나의 관심사는 오직 지금 내가 하는 수업이 정말로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 안 될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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