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선물주는산타의 주식투자 시크릿'이라는 책을 보다가 흥미로운 내용들을 발견했다. 이 책에서 저자, 선물주는산타(필명)님은 꿈을 이루는 세 가지 조건으로 꿈을 되새기는 꾸준함, 꼭 이루고 싶다는 간절함 그리고 반드시 해내겠다는 굳은 의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분은 꼭 이루고 싶은 꿈을 매일 100번씩 외치며 간절하게 생각했고, 결국 100억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는 매일 자신의 의지를 다지고 꿈을 되새기는 데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했다.
결과 중심의 목표
먼저 이지카운터라는 앱을 다운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꿈이나 목표를 적는다. 자신의 꿈을 외칠 때마다 스마트폰 액정화면을 터치한다. 스마트폰을 터치할 때마다 화면의 숫자가 올라간다. 매일 꿈을 생각하며 100회 이상을 채운다. 이렇게 매 순간 꿈을 생각하면 자신의 행동과 계획도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자연스럽게 삶의 패턴과 자세도 바뀌어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오! 꽤 괜찮은 방법인데? 나도 한 번 해봐야지!'
바로 이지카운터 어플을 다운받았다. 저자처럼 꽤 구체적으로 목표를 세워보았다. 내가 세운 목표들은 다음과 같다.
1. 40살까지 100억 부자가 되어 10억 기부하기
2. 5년 안에 베스트셀러 작가 되기
3. 5년 안에 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 음반 내서 차트 순위에 들어보기
4. 3년 안에 우리 지역 안에서 인정받는 실력 있는 선생님 되기
목표를 다 세우고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찜찜하다. 그 순간 내 마음속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실남! 또 슬럼프에 빠지고 싶냐?
깜짝 놀라 내가 세운 목표들을 다시 점검해보았다. 모두 결과 중심적인 목표였다. 나는 이미 이전에 결과 중심적인 목표를 지향하다가 크게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 결과중심주의 목표에는 치명적인 약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목표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경우, 자존감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만약 내가 40살까지 100억 부자가 되어 10억을 기부하지 못한다면? 내가 5년 안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한다면?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몇 년을 달려왔는데,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충격이 상당히 클 것이다.
둘째, 다양한 기회들을 놓칠 확률이 크다. 마음을 열고 보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기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단순한 수치로 이루어진 목표에 집착하게 되면, 좋은 기회들을 놓칠 확률이 크다.
셋째, 결과 중심적인 목표를 가지면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할 확률이 크다.예를 들어 4번째 목표인 '3년 안에 우리 지역 안에서 인정받는 실력 있는 선생님 되기'를 살펴보자. 만약 내가 3년 동안 정말로 자기계발도 열심히 하고, 반 아이들에게도 헌신적인 가르침을 주었지만 지역 사회 안에서는 인정을 못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그때의 나는 목표 달성을 못했기 때문에 잘못된 인생을 산 것일까? 3년 동안 열심히 한 자기계발과 헌신적인 가르침 같은 모든 과정들은 전혀 의미가 없을까? 안타깝지만, 결과 중심적인 목표에서 과정은 목표를 이루는데 필요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처럼 결과 중심주의 목표 세우기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에, 나는 목표를 다시 세우기로 했다. 바로 '정체성 중심의 목표'이다.
정체성 중심의 목표
1. 마음이 풍요롭고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
나는 40살에 100억 부자가 되어 10억을 기부하는 대신에 지금 현재 마음이 풍요롭고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10억 기부를 약속하는 대신에 적은 돈이라도 지금 기부를 하기로 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기부를 하겠다는 목표의식이 강하다면, 차라리 지금 기부하지 말고 그 돈을 모아 투자를 해서 복리로 굴리거나, 아니면 자기계발에 투자를 해서 실력을 업그레이드시켜 나중에 좀 더 많은 돈을 벌어서 기부하면 될 텐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만약 내가 단순한 기계라면, 저렇게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예를 들면, 10년 뒤 10억 기부라는 명령값을 입력하고, 10년 동안 기부할 돈을 벌기 위해 자기계발과 투자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인간이다. 기계처럼 명령값을 입력(목표를 세움)했다고 해서 그대로 산출(목표달성)하는 것이 힘들다. 10년이라는 기간 동안, 주변 환경이나 내 내적, 외적인 변화로 인해 끊임없이 내 신념과 목표가 흔들릴 것이다. 분명 언젠가 내 마음이 흔들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기부하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계속 가지게끔 하는 환경설정을 만들기로 했다. 매달 빠져나가는 기부금으로 인해 도움받는 아이들을 보면서, 기부하는 사람이라는 내 정체성은 더 강화될 것이다. 벌써부터 뿌듯함이 느껴진다. 내 능력치, 그리고 수입이 올라갈 때마다 조금씩 기부금을 늘려갈 계획이다.
2.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글을 쓰는 작가
5년 안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대신에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얼른 성공하기 위해, 구독자, 조회수, 출판 같은 것들에 집착하는 대신에 매일 하루하루 글을 쓰는 데에 집중하기로 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영감을 받을 수 있게끔,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양질의 독서를 하거나, 매일 꾸준하게 글을 쓰는 활동을 통해서 나는 이미 성공한 작가임을 느낄 수 있다.
3. 아이들을 위한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싱어송라이터
당장 유튜브 같은 SNS에서 노래 잘 부르고 작곡하는 싱어송라이터 교사로 유명해지려고 하는 대신에, 정말로 아이들을 위한 노래를 만드는 교사가 되기로 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요틱한 멜로디에 공감할만한 일상 얘기들을 담은 가사들. 이것이 내가 지향하는 바다. 지금은 내가 낸 결과물을 알릴 때가 아니라 실력을 쌓을 때라는 것을 알기에, 매일 발성 연습, 작곡 공부, 피아노 연습을 하기로 했다. 매 번 음악공부를 할 때마다 나는 이미 좋은 싱어송라이터임을 느낄 수 있다.
4. 아이들 각각에 맞는 최고의 자아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
우리 지역, 나라에서 인정받는 유명한 선생님이 되기보다 '아이들 각각에 맞는 최고의 자아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기로 했다. 우리 인생에 정답은 없다. 사람들마다 경험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 또한 각자 본인의 인생에서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이 친구들이 각자 최고의 자아가 될 수 있게끔 도와주려면, 교사인 내가 이들을 이끌어 줄 수 있을 만큼의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가져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실력을 쌓기 위해, 매일 양질의 독서를 하고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렇게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직접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나는 이미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과정이 결과를 위한 한낱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게끔, 결과 중심적 목표가 아닌 정체성 중심의 목표를 세웠다. 매달 기부를 하면서 '나는 타인을 도우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강화된다. 매일 글을 쓰면서 '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작가'라는 정체성이 커진다. 음악공부를 할 때마다 나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싱어송라이터'가 되기 위한 길을 잘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을 도와줄 때마다 난 이미 좋은 선생님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이러한 행위들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 즐거움과 성공을 맛보고 싶다면, 당장 오늘부터 정체성 중심의 목표 한 번 세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