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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Sep 09. 2020

"아들, 방문 닫고 뭐하니?"

첫 번째 사례,


20분 전에 EBS 강의를 들으러 큰방에 들어간 5학년 아들이 갑자기 당황한 얼굴로 거실로 나온다.


'벌써 강의가 끝났나? 아직 끝날 시간이 아닌데...'


거실로 나온 아들이 급하게 부모님을 찾는다. 아들의 손에는 하얀 액체가 묻어있다.


'엄마, 아빠! 저 큰 일 났어요. 고추에서 이상한 흰 액체가 나왔어요. 그냥 간지러워서 계속 만졌는데, 고추에서 이상한 흰 액체가 나왔어요! 저 암 같은 죽을병에 걸린 건 아니죠? 저 어떻게 해요?'


자, 이 상황에서 여러분이 부모님이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다음 두 번째 사례,

"아들, 방문 닫고 뭐하니?"


공부하는 아들을 위해 엄마가 과일을 깎아서 아들의 방에 들어온다. 그 순간 자신의 성기를 바지 밖으로 내놓고 자위를 하던 아이는 당황한다. 급하게 바지를 추켜올리지만 이미 엄마는 이 장면을 목격한 상황... 아들의 모습을 본 엄마는 순간 당황한다.


이때 여러분이 엄마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세 번째 사례,


현재 밤 12시, 아들은 엄마 몰래 거실에 있는 컴퓨터를 켠다. 친구가 가르쳐준 성인 사이트에 접속해서 야동을 다운 받는다. 아들은 큰방에까지 소리가 들리지는 않을 만큼, 작게 소리를 튼 상태에서 야동을 감상한다. 그때 유독 소리에 민감한 엄마는 아들의 컴퓨터 타자 소리에 잠이 깬다. 바로 큰방 문을 열고 컴퓨터가 있는 거실로 나간다. 엄마의 눈 앞에는 야동이 켜져 있는 모니터와 당황한 아들이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간간이 들려오는 야동소리...


자, 만약에 여러분이 이 아들의 엄마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어떤가? 불편한가? 남자의 생식기와 자위가 연상되는 배경 이미지부터,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사춘기 소년의 2차 성징 사례까지... 사실 이 글을 쓰는 나도 엄청 불편하다. 혹여나 너무 선정적인 글과 사진을 썼다고 독자들에게 비난을 받지는 않을까, 혹은 학교에서 성교육 수업을 했다고 학부모님들의 항의가 들어오지 않을까 두렵다. 하지만 난 우리 아이들에게 성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불편하더라도 꾹 참고 이 글을 쓰려고 한다. 독자분들도 불편하시더라도 꾹 참고 끝까지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배경 이미지는 이보다 더 글의 주제를 잘 나타내는 사진은 없다고 판단했기에 사용했습니다. 넓은 아량과 이해 부탁드립니다^^)



사실 위 사례는 전부 나의 어릴 적 경험이다. 첫 번째 사례처럼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으로 사정을 경험했다. 정말 당황했다. 야한 생각을 많이 해서 하늘이 나에게 벌을 내린 건 아닐까, 고추를 많이 만져서 내 몸이 이상해진 건 아닐까, 내가 죽을병에 걸린 건 아닐까 정말 걱정이 되었다. 난 손에 정액이 묻은 상태로 부모님께 찾아갔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때 부모님이 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괜찮다. 죽을병 아니다.
 걱정 말고 손 씻고 다시 들어가서
 EBS 강의 들어라."


그 뒤로는 부모님과 이 일에 대해서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 난 내 성기에서 나온 액체가 정액이었다는 것과 내 몸은 아주 정상적이라는 것을 몇 달 뒤에 친구들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두 번째 사례처럼 나는 중1 때 자위를 하다 엄마에게 들켰다. 공부하는 나를 위해 과일을 가지고 방에 들어오신 엄마는 순간 당황하여 그대로 방 밖을 나가셨고 그 뒤로 이 일에 대해서 부모님과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못했다.


세 번째 사례는 중2 때 일어난 일이다. 어른들은 계속 야동 보지 마라, 야한 거는 절대 보지 마라고만 하는데, 그럴수록 반항심과 호기심이 생겼다.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면서 하지 말라고만 하는 게 이해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리 친구들에게 받은 p2p 사이트 아이디를 받아서, 부모님 몰래 밤에 야동을 볼 계획을 세웠다. 컴퓨터가 거실에 있어서 꽤 리스크가 크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호기심 충족을 위해서 그 정도 위험은 감수할 수 있었다.


야동을 보고 있는데, 엄마가 방문에서 나오셨을 때의 그 기분이란... 정말 머릿속이 새하얘졌던 기억이 난다. 엄마도 똑같이 당황하셨는지 바로 큰방으로 다시 들어가셨고, 그 뒤로 그 얘기는 한 번도 꺼내지 않으셨다.


이렇게 나는 몇 번의 성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부모님께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수박 겉핥기식의 몇 번의 형식적인 성교육만 받았을 뿐, 나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내 부족한 성지식과 성에 대한 호기심들을 인터넷과 친구들, 야동을 통해서 채웠다. 때문에 제대로 성교육을 받은 적이 없던 나는 잘못된 성지식과 성관념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다. 대학생이 되어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잘못된 성관념으로 인해 연애 초반에 정말 애를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것이 과연 비단 나만의 문제일까? 나와 비슷한 또래 친구,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나와 비슷한 교육을 받았을 확률이 높다. 성을 숨기고 성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하는 식에 그치는 교육 말이다. 사실 이 글을 읽으면서 우리가 불편한 이유도 우리가 어릴 때 이러한 '순결주의'에만 치우친 교육을 받아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동안 성에 대해 금기시하는 교육을 받고 말 못 할 고민을 가진 채, 혼자 혹은 친구들과 그 고민들을 해소해왔다.


그럼 요즘 아이들은 다를까? 지금 아이들이 받는 성교육도 예전에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받던 성교육과 피차 다른 점이 거의 없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 인터넷에서는 각종 성인 유해 자료들이 넘쳐난다. 청소년 유해 매체 차단 앱을 사용하더라도 이미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다. 얼마 전, 성교육 중에 교실에서 일어난 일화다.



"혹시 내가 인터넷을 하다가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들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


성교육 초반에는 손을 들지 않았던 학생들이 이번엔 1명 뻬고 손을 다 들었다. 손을 들지 않은 한 명의 학생이 나에게 질문을 했다.


"선생님, 유해 매체 차단 앱이 깔려있기 때문에 그런 거 안 나오지 않나요? 다른 애들은 어떻게 그런 게 뜨는 거지..."


그때 또 다른 아이가 이 아이를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얘기했다.


"이 멍청아! 앱 깔려 있어도 검색어만 잘 입력하면 다 나와!"


(모두 정적...)



더욱더 놀라운 것은 우리 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부모님에게 성과 관련된 대화, 즉 성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학생이 2~3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자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자 학생들도 생리를 제외하고는 그 외적인 대화들은 부모님과 거의 나눈 경험이 없다고 한다.


문제는 이 아이들이 성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것은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라는 것에 있다.


2년 전 나는 "선생님, 어제 혹시 야동 봤어요?"라는 질문을 나는 이제 갓 초등학교 4학년생이 된 우리 반 여자아이에게 받은 적이 있다. 그리고 2년이 지났다. 최근에 난 각종 SNS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친구들과 성적인 농담을 주고받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포착했다.


이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어디서 이런 걸 배웠냐고, 그리고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성에 대해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냐고... 슬프게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러한 성지식들을 친구들이나 선배들을 통해 익혔다고 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과는 성과 관련한 대화가 너무 부끄러워서 말도 꺼내지 못했다고 한다. 심지어 부모님은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조차 불편해하신다고 한다.


이 아이들이 조금만 더 크면 어떻게 될까? 난 초등학교 3~4학년 때 그 순수했던 아이들이 중학생이 되어 SNS에 음란물을 올리는 경우까지 봤다. (이 아이들 중에는 누가 봐도 모범생인 아이들도 있었다. '설마 내 아이는 안 그러겠지.'라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을 듯하다.) 이 아이들은 잘못된 성지식, 성관념으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나의 성적 행동은 나 스스로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것) 능력과 젠더감수성(=상대방의 성에 대한 이해와 배려하는 능력)이 낮은 어른으로 자랄 확률이 높다.


이 아이들을 올바른 성지식, 성관념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모님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부모님부터 성에 대해 공부할 필요성이 있다. 손경이 작가님<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하는 법>에서는 우리 아이들(특히 남자아이)을 어떻게 성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내려준다.




그럼 위 사례와 같은 경우는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 할까?


사례1. 아들이 첫 사정을 했을 때


아무래도 몽정보다 자위행위를 통해 사정을 하는 아이가 많은데, 부모님이 자위행위를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거나 불결한 것으로 인식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자신의 첫 사정을 부모님에게 자연스럽게 밝힐 수 있습니다. 제 경우는, 아이에게 "네가 어느 시기가 되면 음경에서 하얀 액체가 나오게 될 텐데 그게 사정이라고 하는 거야. 그때가 되면 존중 파티를 열어 줄 거야."라고 미리 말해 주었습니다. "사정이라는 건 나중에 아빠가 될 수 있다는 거야."라고 사정의 중요성을 설명해 주기도 했고요. 그랬더니 아이가 존중 파티를 하게 될 그날을 은근히 기대하더라고요. (p.110)

위의 책 예시처럼 아이가 사정을 하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부모님이 미리 성교육을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아이도 사정을 했을 때, 놀라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응할 수 있다. 여성의 '초경파티'와 비슷하게 첫 사정을 축하하며 '우리 모두는 소중한 사람이고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다.'라는 의미가 담긴 '존중 파티'도 꽤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이전에 아이에게 성교육을 한 적이 없는 경우(내 어릴 적의 경우)에도, 오히려 이 상황을 기회로 삼아, 성적자기결정권, 자신의 몸에 대한 사랑, 바람직한 자위예절 등 아이와 함께 성에 대한 얘기를 조심스럽게 나눠보는 것이 좋다.(단, '무조건 나빠'식의 교육은 되도록 지양하는 게 좋다.)


사례2. 자위를 하다 부모님께 들켰을 때 + 사례3. 야동을 보다 부모님께 들켰을 때


그 자리에서 바로 아이에게 뭐라고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일단 당장은 넘어가시되, 그 상황이 좀 지나가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아이와 대화를 나누도록 하세요. 계속 대화를 안 하고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행동하셔서는 안 됩니다. (p.124)

우리 부모님처럼 그 상황이 민망해서 회피하려고만 하면, 아이는 올바른 성지식과 성관념을 배울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부모님이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어떻게 먼저 다가가는 것이 좋을까?


대화가 원활하게 흘러가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먼저 사과하시는 게 좋습니다. "감자기 방문을 열어서 너를 놀라게 한 거 정말 미안해.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라고 말이에요. 그러면 아이도 "방문 잠그는 걸 깜빡해서 죄송해요."라든가 "엄마가 들어올 걸 미처 생각 못 했어요." 하고 사과할 거예요. 이때 아이에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다." 하고 칭찬해 주세요. 또 "네가 벌써 다 컸구나." 하는 말로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시고요. (p.125)

이때 아이에게 교육을 할 때, '무조건 나빠!'식의 교육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부모님이 그 상황 속의 내용과 맥락을 잘 이해해야 한다. 아이의 판단 능력, 비판 능력을 키우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판단 능력, 비판 능력이 갖추어진 아이는 야동을 보더라도 그걸 현실이라고 믿고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는다.


당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혹스러우시겠지만, 오히려 잘만 활용하면 아이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아이의 부끄럽고 창피한 경험까지 인정해 주고 안아 주면 아이는 부모님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p.126)

만약 자위행위나 야동을 보는 행위에 대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없다면, 오히려 이 상황을 아이 성교육도 하고 부모님과 친해지는 기회로 만들어 보자.




'우리 아이의 성교육은 늦었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우리 아이 성교육에 신경 써보는 것은 어떨까?



#성교육 #아이성교육 #성


PS 아이마다 처해있는 상황과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성교육에 있어서는 아이의 수준과 상황에 맞추어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여기 있는 제 글의 해결책 또한 어떤 아이에게는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소 성교육 관련 서적을 1~2권 정도 읽어보고 공부하고, 아이의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한 뒤에, 아이 성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부모님들, 선생님들 모두들 화이팅입니다^^


<참고문헌>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하는 법」- 손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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