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일은 하나뿐인 내 조카의 생일, 9월 20일은 아빠의 생신날이다. 두 명의 생일파티를 위해 9월 12일, 엄마, 아빠, 여동생, 제매, 조카, 아내, 나 이렇게 온 가족이 부모님 집으로 모였다.
'헛! 지각이다!'
운전에 익숙지 못한 아내가 운전대를 잡는 바람에, 50분 거리를 2시간 만에 도착하고 말았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여동생 식구들과 부모님은 점심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이제 4살 먹은 귀여운 조카는 거실 구석에서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삼촌을 봤는데, 인사조차 하질 않는다. ㅠㅠ
"도율아~ 삼촌 왔는데 인사해야지!"
"싫어! 삼촌 싫어!"
"...(나의 슬픈 표정...)"
점심을 먹으러 식탁에 앉았는데, 식탁 위에 음식이 한가득이다. 김밥, 고구마튀김, 샌드위치, 새우튀김 등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엄마, 뭐 이리 음식을 많이 만들었노?"
"아, 너희들 온다 해서 오랜만에 힘 좀 써봤다. 오늘 새벽부터 일어나가꼬 느그 아빠랑 튀김 부치고 했다이가~"
"헐~~ 아침부터 고생했긋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부모님의 자식사랑이 느껴지는 밥상이다... 부모님과 그동안 못 피웠던 이야기꽃을 한참 동안 피운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아까 나를 거부했던 조카에게 다가갔다. 여전히 레고를 조립하고 있는 우리 조카... 조카 옆에서 레고 만드는 것을 한참을 도와주고 있던 제매가 나에게 도움 요청을 한다.
"도율아~ 아빠보다 삼촌이 레고 더 잘 만들어~ 도율이 비행기 만들고 싶지? 삼촌한테 가서 '비행기 만들어 주세요!' 이렇게 부탁해봐!"
도율이가 쭈뼛쭈뼛하면서 나에게 다가온다.
"삼촌... 비행기 만들어 주세요."
와우! 조카가 나에게 한 첫 부탁이다! 당연히 삼촌이 들어줘야지! 아내와 같이 비행기 만들기에 달려들었다. 와... 애들이 만드는 레고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내가 너무 쉽게 생각했나? 한참을 만들었는데도 완성될 기미가 안 보인다... 1시간 넘게 열심히 만든 끝에 마침내 비행기 완성!
완성된 비행기(왼쪽), 조카와 나(오른쪽)
비행기를 완성하니, 갑자기 조카의 삼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삼촌, 감사합니다!"
이때 들리는 아빠의 목소리!
"오랜만에 가족들 모였는데, 고스톱 한 판 쳐야지? 오늘 돈 꼴 준비됐나?(=돈 잃을 준비 됐어?)"
"꼴긴 누가 꼴아요. 오늘 돈 따먹으러 왔는데! 아빠나 긴장하세요 ㅋㅋㅋ"
제매, 나, 아빠, 엄마 이렇게 점당 100원으로 고스톱 판이 벌어진다. 근데 오늘따라 엄마의 실력이 장난이 아니다. 3고, 4고, 5고까지! 제매는 엄마 때문에 파산 일보 직전이다.
"엄마, 갑자기 뭐 이리 잘 쳐요? 오늘 무슨 날이에요?"
"아~~~ 사실은 나도 오늘 생일이다. 오늘 내 음력 생일! 안 그래도 사람들이 카톡에 생일 축하한다고 난리다."
"엥? 그럼 엄마는 뭐라고 대답해요? 엄마 음력 생일은 안 지내잖아요?"
"뭐라 하긴 뭐라 해. 그냥 고맙다고 말하지 ㅋㅋㅋㅋ"
"헐~~~~ 뭐야 ㅋㅋㅋ 오늘 가족 중에 3명이나 생일이네!"
무려 2시간의 고스톱판이 끝나고 생일파티 시간!
먼저 아빠의 생일파티!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빠,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
손자 도율이와 함께 아빠는 촛불을 분다.
손자와 함께 촛불을 부는 아빠
이번에 다시 이어지는 조카의 생일파티!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조카,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
이번엔 도율이 혼자 촛불을 분다.
조카 도율이가 촛불을 부는 장면
또다시 이어지는 엄마의 생일파티!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우리 엄마, 생일 축하합니다. 와아아아아~"
엄마는 도율이와 함께 촛불을 분다.
"우와~~~ 도율이는 도대체 몇 개나 촛불을 분거야?"
아빠 57살, 엄마 53살, 도율이 4살이니 총 114개의 촛불을 분 셈이 된다. 엄청나다!
오늘 가족들과 함께 하면서, 정말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건강하시고 부부 사이도 돈독하신 우리 엄마, 아빠, 항상 든든한 제매와 우리 동생, 귀여운 조카 도율이, 사랑하는 아내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화목한 우리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