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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Sep 19. 2020

번아웃 3초 전 깨달은 것

어제 저녁부터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가 내 생기와 에너지를 이미 다 빨아먹어서, 더 이상 무언가를 할 힘도 의욕도 없는 느낌이랄까? 심지어는 퇴근하고 와서 2시간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소파에 멍하니 누워 있었다.


'아... 혹시 번아웃 증상 아닐까?'


이번 주는 유독 고된 한 주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쓰기, 학교에서는 수업, 학부모, 학생 상담, 학년 교육과정 제출, 저녁에는 작곡 학원, 수학교육방법 연수 듣기, 독서, 운동까지... 더군다나 이번 주는 학부모 상담 주간이었다. 14분이나 되는 학부모님이 상담 신청을 하셨다. 내 온 에너지를 쏟아 정성껏 한 분 한 분 상담을 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상담 시간이 1시간이 넘었다. 거기다 난 더 욕심을 내서 7명의 학생까지 병행해서 상담을 진행했다. 그러니까 나는 1주일 동안 총 21명의 사람들을 최소 21시간 이상 상담을 한 셈이다.


상담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상담은 그냥 평소 자기 할 일에 집중을 하는 것과는 아예 다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상대방의 의도 그리고 문제 상황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해결책이나 조언 제시까지... 그 과정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하지만 난 무모하게도 일주일 만에 이 많은 상담들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결과 내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들을 거의 다 써버리고 말았다.


 

정말 이대로 가면 더 큰 번아웃이 올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다시 에너지가 회복될 때까지, 무언가를 하고 싶은 의욕이 생길 때까지 푹 쉬기로 했다.


그래서 어제 저녁부터 아무것도 안 하고 쉬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잠을 자거나 멍을 때렸다. 정신 차리고 보니 24시간이 지나 있었다. (바로 지금)


24시간을 통으로 날렸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까웠다. 물론 더 심한 번아웃을 막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간이었지만, 내가 이번 주 계획을 조금만 널널하게 잡았다면 훨씬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정량적으로 계산해보자. 잠자고 밥 먹는 시간 9시간 정도를 빼면 하루 15시간 정도가 남는다. 나는 하루 15시간 을 5일 동안 거의 full로 돌렸고, 그동안 소모된 에너지를 회복하기 위해 15시간(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뺀 하루)을 통째로 날렸다. 만약 하루에 1시간 만이라도 나를 위한 휴식을 취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15시간(낭비한 시간)-6시간(6일 간 취한 휴식시간)=9시간, 하루 1시간의 휴식으로 난 번아웃을 면할 수 있었을 테고, 100% 에너지를 써서 번아웃에 걸렸을 때와 비교하면, 결과적으로 9시간을 아낀 셈이 된다. 심지어는 하루 2시간을 쉬어도 3시간의 시간적 이득을 취할 수 있다.(15시간(낭비한 시간)-12시간(6일 간 취한 휴식시간)=3시간)


만약 내가 이번에 과로로 인해 아파서 며칠을 앓아누웠다고 가정하면 이 차이는 더욱더 극심하게 벌어진다.


즉 무슨 일을 할 때, 100%의 에너지를 다 사용하는 것보다 하루 70~80% 정도의 에너지를 꾸준하게 사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정량적인 계산 없이, 의욕과 열정만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잠을 적정수면 이하로까지 줄이거나 끼니를 거르면서까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몰두한다. 그러면서 '나는 잘하고 있다.'라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인생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장거리 달리기이다. 100m 달리기처럼 마라톤을 하면 우린 금방 지쳐서 나가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인생이란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에너지 배분과 휴식이 필요하다.


혹시 내가 번아웃되기 3초 전은 아닌 지 한 번 점검해보자. 



#번아웃 #인생은마라톤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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