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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02. 2020

아무래도 저에게 초능력이 생긴 거 같아요.

몇 달 전부터 나에게 신기한 능력이 생겼다. 아이들의 표정과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심지어는 요즘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알아챌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요즘 수업 시간에 진성이의 표정이 안 좋아 보였다. 특히 오늘은 표정뿐만 아니라, 눈빛, 말투까지 뭔가 평소와 달랐다. 그 착했던 진성이가 살짝 흑화 되는 듯한 느낌이랄까? 더 심각해지기 전에 진성이와 얘기를 한 번 나눠봐야 할 거 같았다.


"진성아 학교 수업 끝나고 상담 가능하니?"


"(무뚝뚝하게)네."


(방과 후)


"진성아, 요새 집에 무슨 일 있어? 수업 시간에 표정도 안 좋고, 매번 해오던 숙제도 잘 안 해오고..."


"아무 일 없는데요..."


"무슨 일 있는 거 같은데? 괜찮으니깐 쌤한테는 솔직하게 말해 봐."


"진짜 아무 일 없어요..."


"음... 선생님이 5분 정도 시간을 줄게. 곰곰이 생각해 봐. 선생님이 봤을 때는 분명 지금 네가 힘든 부분이 있는 거 같거든? 진짜 정말 네가 걱정이 돼서 그래..."


한참을 고민하더니, 진성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엄마가 가게를 차리시면서 저한테 너무 소홀해지신 거 같아서 힘들어요... 밥도 알아서 차려 먹으라고 하시고, 형이랑 동생도 있는데 집안일을 저보고 하라고 하시고... 그리고 동생도 제가 돌봐야 해요... 엄마 가게 일 도와드리는 것도 엄청 힘들어요... 근데도 엄마는 저한테 계속 뭐를 시켜요..."


"이런 점들을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는 건 어때?"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진성이)..."


"혹시 엄마도 지금 힘드신데, 너도 힘들다고 하면 엄마 상처 받으실까 봐 그러는 거야?"


"네..."


"근데 이 부분들은 엄마랑 얘기를 좀 해봐야 할 거 같은데? 선생님이 네가 오늘 했던 얘기들 엄마한테 전달해도 될까?"


"네..."


그날 저녁 진성이 어머니와 상담을 바로 진행했다.


"아... 진성이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네요... 애 세 명 중에서 제일 어른스러워서, 그동안 제가 의지한 부분이 큰 거 같아요. 집에 가서 진성이랑 한 번 얘기를 해봐야겠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며칠 후 나는 전보다 의욕적이고 활기찬 진성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어수업 발표시간이었다.


연우의 표정을 보니, 발표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는 표정이었다. 혹시나 발표를 잘 못해서 친구들에게 망신을 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보였다. 그런 연우에게 한 마디 건넸다.


"연우야, 너 지금 발표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지? 잘 못 해도, 실패해도 괜찮으니깐 그냥 해 봐. 괜찮아 인마."


"(깜짝 놀라서) 네? 어떻게 제 생각을 읽으셨어요?"


"선생님은 네 눈빛만 봐도 다 알아. 인마.ㅎㅎ"


바로 앞에 나와서 발표를 하는 연우.




그 밖에도 많은 사례들이 있다. 우울증 일보 직전에 있는 학생, 부모님과 불화 속에 있는 학생, 요즘 친구관계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학생, 학업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이 초능력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었고, 즉각적인 조치를 통해 가만히 놔뒀으면 커질 수도 있었을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능력들은 내가 가르치는 데 타고나서 혹은 선생님이 천직이어서 생긴 능력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했어도 나에게 이런 능력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보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이 친구들이 잘 되었으면 하는 나의 진심이 어우러져서 관심법 수준의 초능력이 생겨난 건 아닐까 싶다.


10년, 20년 뒤에도 이런 나의 마음이 변치 않아, 초능력이 계속 유지가 되었으면 좋겠다. 



#초능력 #학생상담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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