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대지 마!"
오늘도 우리 반 아이들은 지금 상황을 모면하거나 회피하려고 갖가지 핑계를 댄다.
"선생님, 엄마가 어제 일찍 자라고 해서 숙제 못했어요."
"선생님, 강아지 밥 준다고 지각했어요."
"선생님, 어제 나눠주신 안내장 엄마가 버려서 못 가져왔어요."
"(...) 지금 그게 말이 되는 소리니? 핑계 대지 마! 전부 네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잖아! 숙제는 일찍 잠들기 전에 하면 되고, 강아지 밥은 네가 더 일찍 일어나서 밥 주면 되고, 안내장은 네가 집에 가자마자 엄마한테 학교에 가져가야 하는 거라고 말씀드리면 되는 거잖아!"
나를 이를 '핑계대기 병'이라고 부른다. 우리 반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도 마찬가지로 핑계대기 병 증세를 자주 보인다.
"오늘 몸도 너무 아프고 피곤하고... 오늘 우리 반 아이랑 하기로 한 상담 내일로 미룰까?"
"지금 업무 기안 올리기에는 시간이 빠듯한데? 아... 그냥 내일 올릴까?
"요즘 전면등교 다시 적응하느라 바쁘고 힘든데, 오늘만 운동 쉬면 안 될까?"
"아... 오늘 비염 때문에 컨디션도 좀 안 좋고, 와이프도 운동회 끝나서 피곤한데, 작곡학원 그냥 가지 말까?"
심지어 오늘도,
"오늘 졸업 사진 촬영 있는데, 아침에 글 쓰는 건 좀 무리지 않을까? 잠도 좀 충분하게 자고, 꾸미고 하려면 글은 안 쓰는 게..."
주 85시간 빡세게 일하기를 다짐해서 그런지, 어제, 오늘은 특히 병세가 심각하다. 내 임계점을 뚫는 일을 실행하려고 할 때마다 온갖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나의 행동을 방해했다.
"선생님, 진짜 변하고 싶고 공부도 해야겠다는 마음은 있는데, 막상 하려고 하면 잘 안 돼요. 막상 공부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온갖 핑곗거리가 떠오르면서 안 하게 돼요... 저 어떻게 해야 하죠?"
어제 상담을 한 학생이 내게 했던 말이다. 나는 그 아이의 질문에 이렇게 답변해주었다.
"성원(가명)아, 우리 뇌는 편한 걸 추구하기 때문에, 평소에 안 하던 힘든 일을 하게 되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그걸 못 하게 방해하려고 온갖 생각을 내보내게 돼. 그때 우리는 '그냥 하지 말자.'라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되지. 이때 과감하게 그런 생각들을 떨쳐내 버리고 그냥 행동을 하는 게 필요해. '핑계'에 귀 기울이지 말고, 그냥 해 봐! 네가 행동을 하려고 할 때마다, 너를 방해하는 생각들이 떠오르면 속으로 이렇게 한 번 외쳐봐. 핑계 대지 마!"
성원이에게 하는 말은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오늘도 나는 나의 행동과 성장을 가로막는 머릿속에서 나오는 온갖 핑곗거리를 무시하며 이렇게 외칠 것이다.
"핑계 대지 마!"
#핑계 #변명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