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Oct 24. 2020

한밤중 초등학생과 담임선생님의 자기계발

그렇게 우리는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설정을 위해 온라인 스터디 그룹(일명 '줌터디')을 만들었다.

A그룹이 모이기로 약속한 시간(저녁 7시)이 점점 다가왔다. 총 7명의 아이들이 들어오기로 약속했었다. 저녁 6시 55분, 미리 방을 개설해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한 명, 두 명씩 아이들이 방에 입장했다. 7명 모두가 제시간 안에 모였다!


간단하게 이 스터디 모임의 취지와 목적을 아이들에게 다시 설명했다. 그리고 각자 이 시간 안에 달성할 목표들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공언하기'를 통해 좀 더 집중력 있게 활동에 임하자는 취지였다.


5분 간 '목표 공언하기' 시간이 끝나고, 이제 남은 1시간 35분 동안 각자 활동에 집중하기로 했다. 호스트의 권한으로 모두 음소거를 했다. 서로에게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카메라는 끄지 않고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을 비추기로 했다.

열심히 공부하는 첫날 A그룹 학생들의 모습


순식간에 1시간 35분이 지나갔다. 약속한 8시 30분이 지났는데도 아이들은 여전히 집중을 하고 있었다. 음소거를 풀고 아이들을 불렀다.


"자~ 그만~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헐~ 선생님.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어요?"


"그러게~ ㅎㅎ 다들 소감이 어때?"


"생각보다 괜찮은데요? 집중이 엄청 잘 돼요."


"화면에 선생님이랑 친구들이 공부하는 모습이 보이니깐,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다들 공감하며) 맞아, 맞아."


"휴대폰으로 줌을 켜니깐, 휴대폰 사용을 안 하게 되는 효과도 있는 거 같아요."


다들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혼자 할 때는 힘들었는데, 같이 하니 뭔가 계속 힘이 생겨난다고 했다.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혼자 공부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오늘 달성을 해서 뿌듯하다는 학생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등으로 낭비했던 저녁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1시간 반 정도의 휴식을 취하고 밤 10시에 B반 학생들과 모였다. 앞선 A반에서 더 공부하고 싶다고 넘어온 친구도 3명이나 되었다. B반 학생들의 반응도 A반과 마찬가지로 좋았다.


밤 11시 20분, 1시간 20분의 자기계발 시간이 끝나고 오늘의 스터디 종료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시간이 다 된 줄도 모르고, 열심히 자신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뭔가 울컥했다.


"자~ 얘들아, 오늘 스터디는 여기까지 할게. 와... 밤 11시 넘어서까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초등학생이 전국에 과연 얼마나 될까? 너흰 진짜 대단한 거야. 충분히 자부심 가져도 돼! 멋지다! 근데 선생님이 생각하기에 11시 20분은 좀 시간이 늦은 거 같아. 그래도 청소년들은 최소 8~9시간은 잠을 자야 하거든. 예전에 선생님이 말했었지? 잠이 키 크는 거 말고도, 뇌 발달, 정서안정 등 많은 역할을 한다고. 스터디 시간을 9시 40분에서 11시까지로 좀 앞당기자."




다음날, 나는 학교에 가자마자 일부러 '줌터디' 얘기를 꺼냈다.

 

"얘들아, 어제 줌터디 처음 해봤는데 좋더라. 저녁 시간을 좀 알차게 보내고 싶은 친구들은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어. 어제 참여했던 친구들~~ 너흰 어땠어?"


어제 줌터디를 했던 아이들은 저마다 좋았다면서 친구들에게 강력 추천을 했다. 집중도 잘 되고, 재미있다며. 몇몇 아이들에게서 '아, 나도 해볼까?' 하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작전성공ㅎㅎ)


그날 오후 4명의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줌터디'에 가입을 했다.



저녁에 '데일리 리포트'를 검사하는데, '줌터디'를 매일 하고 싶다는 한 지형(가명)이의 글을 보았다. 이 친구는 불과 5개월 전만 했어도, '엄마가 시켜서'라는 이유로 억지로 공부를 하던 친구였다. 이런 지형이에게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설명해주고, 자신의 꿈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지금의 지형이는 예전의 지형이가 아니다. 배우는 게 너무 즐겁다고 한다. 그렇게 쓰기 싫어하던 '데일리 리포트'도 자발적으로 매일 쓰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줌터디도 매일 하고 싶다고 하지 않는가!(참고로 이 친구는 학원을 9시 넘어서 마친다...ㄷㄷ)

요즘 성장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 지형(가명)




일요일이 되었다. 좀 걱정이 되었다. 일요일은 주말이다 보니 왠지 아이들의 줌터디 참여율이 저조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이 바로 밝혀졌다.



위 두 학생은 줌터디 B그룹에 속해있는 학생들이다. 그동안 학원 시간 때문에 A그룹에 참여를 못하고 있었는데, 어차피 일요일에는 학원을 안 가니 A그룹에도 참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 문자들을 받고 얼마나 감동했는지... ㅠㅠ

'선생님이 너희들 더 성장할 수 있게 더 많이 신경 쓸게!"


일요일 줌터디 A그룹의 모습


일요일 저녁 7시, 선생님을 포함한 줌터디원 15명(B반은 12명)이 온라인에 모였다. 아침의 예상과는 달리, 평소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모였다!


스터디원수가 많은 관계로, 이번에는 자신의 목표를 말로 하는 대신에 채팅창에 적기로 했다. 그리고 바로 각자 자기계발에 몰입했다. 저마다 집중하는 분야가 달랐다. 독서, 글쓰기, 학교, 학원숙제, 피아노 연습, 복습 등 각자 하고자 하는 것들에 몰입했다.

한창 글쓰기에 집중하다, 아이들의 모습을 봤다. 정말 한 명도 빠짐없이, 열심히 스터디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화면에 얼굴이 보이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진지함이 보였다. 열심히 수학 문제를 풀거나, 독서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열정이 느껴졌다.


순간 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났다. 선생님이 억지로 시킨 것도 아니고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발적으로 자신과 친구들의 성장을 위해 스터디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반 학생들... 담임 선생님이 역량이 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믿고 잘 따라와 주는 우리 반 학생들... ㅠㅠ 내가 이런 멋진 학생들의 선생님이라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꼈다.




'줌터디'를 만든 지 약 2주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스터디를 운영했고, 어느덧 22명의 스터디원이 모였다!


앞으로도 줌터디를 꾸준하게 운영할 생각이다. 적어도 우리 반 아이들이 졸업하는 1월까지는 계속해 볼 생각이다. 줌터디를 통해, 우리 반 아이들에게 좋은 학습 습관성장의 즐거움이라는 평생 선물을 주고자 한다.



#줌터디 #성장의즐거움 #초등학생자기계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