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집에서도 알차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환경설정 없을까?'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아이들에게 저녁 스터디 얘기를 꺼냈다.
"얘들아, 선생님이 너희들 데일리 리포트를 검사해보니깐, 다들 저녁 시간이 너무 약하더라고... 솔직히 집에서 공부하기에는 너무 방해 요소가 많잖아... TV,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가족 등등... 저녁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선생님이 줌으로 하는 저녁 스터디그룹을 하나 만드려고 하는데 너네 생각은 어때?"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졌다... 다들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그 침묵을 깨고 한 아이가 질문을 했다.
"선생님, 모두 다 참여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거야. 진짜 내가 환경설정이 필요하고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만 참여하면 돼."
강제적으로 공부를 시키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싶었기에 이번 저녁 스터디의 참여유무는 아이들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꼭 학교 공부만 해야 하는 건 아니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 돼. 내가 피아노에 관심이 있으면 피아노를 쳐도 되고, 미술에 관심이 있으면 그림을 그려도 되고, 독서를 하거나 글을 써도 되고. 근데 공부가 하기 싫어서, 억지로 시간을 때우려고 다른 일들을 하는 건 안 돼. 자~~ 그럼 참가할 사람 조사할게요. 혹시 저녁 스터디 참가할 사람?"
"혹시 저녁 스터디 참가할 사람?"
그때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용기 있게 손을 번쩍 드는 2~3명의 친구들! (어우, 고맙다. 얘들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던 아이들도 손을 든 친구들을 보고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이렇게 모인 10명의 스터디원들!!!(선생님 포함ㅎㅎ)
한 명도 참여하는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동참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아이들과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짜보았다. 저녁 스터디그룹의 목적, 운영시간, 세부 규칙 등을 의논했다.
서로 시간이 될 때마다 모이면, 어느 순간부터 흐지부지 될 거 같아서 아예 시간을 고정하기로 했다.(실행의도 설정하기) 아이들이 매 번 일정한 시간대에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평생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각자 참여 가능한 시간이 달라서(학원 등으로 인해) A반(19:00~20:40)과 B반(22:00~23:20, 너무 시간대가 늦어서 나중에는 21:40~23:00로 바꿈)으로 나누기로 했다.(둘 다 들어오는 것도 가능) 너무 초반부터 빡세게 하면 금방 지칠 것 같아, 일주일에 네 번, 월, 수, 금, 일에 모이기로 했다.(특히 토요일 같은 경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에)
카메라는 항상 켜놓고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비추기로 했다. 서로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으쌰으쌰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스터디 그룹원들이 다 모이면, 간단하게 약 1시간 반 동안 수행할 자신의 목표를 친구들에게 얘기를 하고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막연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별 세세한 목표설정을 통해, 좀 더 효율적으로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었다.
선생님에게 아무 말도 없이, 무단결석을 3번 이상 하는 학생들은 퇴출하기로 했다.(지각 4번=결석 1번) '선생님이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너희들이 네 자신의 성장을 위해 직접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만든 이 스터디그룹은 되게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주고 싶었다. '나가면 손해.'라는 인식을 통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꾸준하게 스터디그룹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내 의도였다.(손실회피편향을 이용)
그룹 이름도 정하기로 했다.
"선생님, 줌(ZOOM)이랑 스터디를 합쳐서 '줌터디' 어때요?"
"이열~~~~ 좋은데? 다들 동의하는 거야? 오케이~ 그럼 '줌터디'로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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