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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Oct 23. 2020

초등학생과 함께하는 저녁 온라인 스터디 그룹

학습에 있어서 동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지난 1학기 동안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동기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보다 효과적인 학습을 위한 구체적인 시간 관리방법, 학습방법들도 알려주었다.


하지만 학습 동기만으로는 부족했다.


"선생님,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있는데, 막상 하려고 하니 그게 제 뜻대로 잘 안 돼요."


"집에만 가면 계속 폰이랑 게임이 하고 싶어요..."


"부모님은 거실에서 TV를 보고, 형은 옆에서 게임을 하니깐 공부를 해도 잘 집중이 안 돼요..."


특히 우리 반 아이들의 학습 실천력이 약해지는 시간대는 저녁 시간대였다. 학교와 학원을 다녀왔으니 쉬어야겠다는 보상심리와 집에서 온 가족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환경으로 인해, 대부분의 우리 반 아이들은 저녁 시간대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게임에 낭비를 하고 있었다. 학교와 학원에서 배운 내용들을 복습하여 장기기억으로 전환시켜 자기화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가족과 산책을 하는 등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시간들을 전자기기 사용에 낭비하고 있는 우리 반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웠다.


그렇다. 아이들에게는 학습 동기뿐만 아니라 환경설정도 필요하다! 원하고자 하는 행동을 계속 지속할 수 있게 하는 환경설정 말이다.


'아이들이 집에서도 알차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환경설정 없을까?'


그때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매 저녁 시간마다 ZOOM에 모여서, 각자 공부하는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 ZOOM에서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학습에 대한 자극도 받을 수 있고, 반 분위기도 좀 더 돈독해질 거 같고, 좋은데? 그리고 나도 애들이랑 같이 공부할 수 있고!'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모이는 시간 조율 문제, 내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점, 참여율 문제, 혹여나 다른 반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 등등... 하지만 이러한 문제를 하나하나 따지다 보면 아무 일도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일단 해보기로 했다. 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은 그때그때 하나씩 해결을 하면 될 일이었다.



다음날, 학교에 가자마자 아이들에게 저녁 스터디 얘기를 꺼냈다.

"얘들아, 선생님이 너희들 데일리 리포트를 검사해보니깐, 다들 저녁 시간이 너무 약하더라고... 솔직히 집에서 공부하기에는 너무 방해 요소가 많잖아... TV, 컴퓨터, 게임, 스마트폰, 가족 등등... 저녁 시간을 좀 더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선생님이 줌으로 하는 저녁 스터디그룹을 하나 만드려고 하는데 너네 생각은 어때?"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졌다... 다들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다. 그 침묵을 깨고 한 아이가 질문을 했다.

"선생님, 모두 다 참여해야 하는 건가요?"


"아니,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거야. 진짜 내가 환경설정이 필요하고 성장하고 싶은 사람들만 참여하면 돼."

강제적으로 공부를 시키면 안 하느니만 못 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리고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싶었기에 이번 저녁 스터디의 참여유무는 아이들의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꼭 학교 공부만 해야 하는 건 아니야.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 돼. 내가 피아노에 관심이 있으면 피아노를 쳐도 되고, 미술에 관심이 있으면 그림을 그려도 되고, 독서를 하거나 글을 써도 되고. 근데 공부가 하기 싫어서, 억지로 시간을 때우려고 다른 일들을 하는 건 안 돼. 자~~ 그럼 참가할 사람 조사할게요. 혹시 저녁 스터디 참가할 사람?"


"혹시 저녁 스터디 참가할 사람?"


그때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용기 있게 손을 번쩍 드는 2~3명의 친구들! (어우, 고맙다. 얘들아~^^) 할까 말까 고민을 하던 아이들도 손을 든 친구들을 보고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이렇게 모인 10명의 스터디원들!!!(선생님 포함ㅎㅎ)


한 명도 참여하는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동참해주어서 너무 고마웠다.


아이들과 함께 구체적인 계획을 짜보았다. 저녁 스터디그룹의 목적, 운영시간, 세부 규칙 등을 의논했다.


서로 시간이 될 때마다 모이면, 어느 순간부터 흐지부지 될 거 같아서 아예 시간을 고정하기로 했다.(실행의도 설정하기) 아이들이 매 번 일정한 시간대에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평생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각자 참여 가능한 시간이 달라서(학원 등으로 인해) A반(19:00~20:40)과 B반(22:00~23:20, 너무 시간대가 늦어서 나중에는 21:40~23:00로 바꿈)으로 나누기로 했다.(둘 다 들어오는 것도 가능) 너무 초반부터 빡세게 하면 금방 지칠 것 같아, 일주일에 네 번, 월, 수, 금, 일에 모이기로 했다.(특히 토요일 같은 경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에)


카메라는 항상 켜놓고 자신이 공부하는 모습을 비추기로 했다. 서로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으쌰으쌰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스터디 그룹원들이 다 모이면, 간단하게 약 1시간 반 동안 수행할 자신의 목표를 친구들에게 얘기를 하고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막연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별 세세한 목표설정을 통해, 좀 더 효율적으로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었다.


선생님에게 아무 말도 없이, 무단결석을 3번 이상 하는 학생들은 퇴출하기로 했다.(지각 4번=결석 1번) '선생님이 억지로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너희들이 네 자신의 성장을 위해 직접 선택을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만든 이 스터디그룹은 되게 중요하다.'라는 메시지를 확실히 주고 싶었다. '나가면 손해.'라는 인식을 통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꾸준하게 스터디그룹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내 의도였다.(손실회피편향을 이용) 


그룹 이름도 정하기로 했다.

"선생님, 줌(ZOOM)이랑 스터디를 합쳐서 '줌터디' 어때요?"

"이열~~~~ 좋은데? 다들 동의하는 거야? 오케이~ 그럼 '줌터디'로 갑시다~~~"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세부적인 규칙을 정하고 스터디 그룹명도 정했다! 이제 실행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기로 했다. A조는 저녁 7시, B조는 밤 10시에 모이기로 했다. 


과연 이날 저녁 스터디 모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까? 2주가 지난 지금, 스터디 모임은 잘 운영이 되고 있을까? 현재 몇 명의 학생들이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을까?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줌터디 모임 첫날, A그룹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



#초등학생스터디그룹 #저녁공부 #환경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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