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등교를 하기 일주일 전에 있었던 일이다.(그 당시의 현재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
민수(가명) 어머니에게 보낸 문자
오늘도 아침에 민수(가명)가 온라인 수업에 안 들어와서(혹은 지각) 민수 어머님께 문자를 보냈다. 사실 한 달 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민수 어머니와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한 달 전 어머니와의 통화)
"어머니~ 민수가 매일 아침에 늦잠을 잔다는 이유로 온라인 수업을 안 들어와요... 밤에 계속 게임을 하다가 새벽에 자는 거 같더라고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날 수 있도록 지도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제가 직장인이다 보니 아침에 아이를 깨우는 게 쉽지 않아요. 저도 너무 힘듭니다..."
"음... 어머님~ 많이 힘드시죠? 그래도 아침에 민수가 수업을 안 들으면, 그날 숙제가 뭔지도 모르고 계속 학업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어요. 다른 부분들은 민수에게 제가 신경을 더 쓸 테니, 잠 깨우는 부분만 지도 부탁드립니다. 어머니 화이팅!"
이렇게 한 달 전 민수 어머니와 민수를 일찍 깨우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리고 다른 부분들에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을 해서 긴밀하게 협조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민수는 지각을 하거나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지각을 했고(문자를 보냈을 때는 안 들어온 상태) 반 친구들은 민수를 15분이나 기다렸다. 민수 어머니에게 문자를 보내고 3시간 뒤, 어머니에게 답장이 왔다.
민수(가명) 어머니와의 대화
퉁명스런 문자에 물결 표시라...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신 거 같았다. 어머니께 통화 가능하신지 문자를 보내니 바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요새 너무 힘들어요... 매일 아침마다 애 깨우는 것도 지치고, 온라인 수업에 안 들어왔다는 문자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제가 말을 해도 애가 제 말을 잘 안 들어요... 요새는 교육 문제 가지고 애 아빠랑도 자주 싸워요. 그냥 선생님 저랑 얘기하지 말고 애 아빠한테 전화하시면 안 될까요?"
"아... 많이 힘드시구나... 어머니, 그래도 어머니가 계속 신경 쓰시는 만큼 민수가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아직 일찍 일어나고 공부하는 습관이 안 잡혀 있어서 그런 거지,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이것도 익숙해질 거예요. 저도 계속 민수 챙기겠습니다."
"그냥 선생님께서 저희 애한테 좀 기대치를 낮추시면 안 될까요? 선생님은 저희 애한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시는 거 같아요. 저희 애는 선생님이 바라시는 것만큼 할 역량이 안 돼요. 좀 기대치를 낮춰 주세요."
갑작스럽게 아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라는 말을 들어서 당혹스러웠다. 내가 현재 민수에게 바라는 것은 제시간에 온라인 수업에 들어와서 학습을 하는 것, 그거 하나뿐인데... 내가 여기서 기대치를 더 낮추면, 아이의 학습을 그냥 방치하는 것이 돼버린다. 나도 민수 어머니도 민수의 학습권을 침해할 권리는 없다. 민수를 아끼는 선생님으로서 어머니께 내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음... 어머니, 사실 지금도 기대치를 많이 낮춘 상태랍니다... 어머니 민수 수면 습관만 점검 부탁드립니다. 이대로 계속 가면 애가 완전 망가질 수 있어요. 다음 주 전면 등교하더라도, 코로나가 터져서 또 언제 온라인으로 바뀔지 알 수도 없고... 현재 아이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생활 습관과 공부 습관을 만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 네... (화제 전환) 선생님 근데 요즘 애들 다 사춘기라서 민수처럼 지각하고 그러지 않나요? 저도 잘하고 싶지만, 사춘기 때문에 제 말도 안 듣고 참 큰일이에요."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항상 느끼는 건데, 부모님들이 책임 회피 수단으로 잘 쓰는 핑계 중 하나가 '아이의 사춘기'이다. 특히 아이와 소통이 안 되는 경우, '저희 아이가 사춘기라서...'라는 대답이 많은 부모님들에게서 나온다. 사춘기가 아닌, 다른 문제들로 인해 발생한 경우들 또한 충분히 개선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춘기'라는 이유를 들어 현실을 애써 외면하는 여러 부모님들을 그동안 봐왔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이겨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부모님도 있었다.
연구에 따르면 모든 사회에서 청소년이 유독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아니며 오히려 청소년이 거의 모든 시간을 성인과 함께 보내는 사회도 많고 특히 산업화 이전 사회가 그랬다. <청소년 뇌에 대한 미신>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로버트 엡스타인은 '많은 역사가가 지적했다시피 유사 이래 대부분의 시대에 청소년기는 성인기로 가는 비교적 평화로운 전환기였다.'고 썼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뇌는 문제가 없고 진짜 미발달한 건 우리의 뇌인것 같다. (출처: <초집중> - 니르 이얄, 줄리 리, p.226-227)
"어머니, 그래도 지금처럼 꾸준하게 아이와 소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차츰 관계가 좋아질 거예요. 아! 어머니, 좋은 생각이 하나 있는데요~ 아이에게 '~해라'라고 시키는 것 보다는 여러 가지 선택지를 주고 제안 형태로 말을 하셔서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건 어떨까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거나, 자는 시간을 우리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 어머님과 같이 의논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판단하게끔 하는 거죠. 우리 인간은, 특히 아이는 자율성을 느낄 때 정서적 안정감과 만족감을 크게 느낀다고 하더라고요."
"아, 제 말투나 화법에도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네요. 음... 오늘 애랑 같이 의논을 해봐야겠어요."
"대화가 잘 될 거라 믿습니다. ㅎㅎ 민수 겉으로는 틱틱거려도 속은 굉장히 따뜻한 아이잖아요. 저번에 상담했을 때에도 어머니 얘기 나오니깐 울컥 하더라고요..."
"그렇죠. 우리 아이 착하죠..."
"어머니, 제가 보기에는 민수 진짜 괜찮은 친구거든요. 되게 성장 잠재력이 큰 친구예요. 진짜 생활 패턴만 좀 개선하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어머니, 우리 같이 힘내요. 할 수 있습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웃음) 알겠습니다~ 선생님 ㅎㅎ 제가 아까 계속 하소연만 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최근 코로나 시국으로 인한 갑작스런 변화로 모두가 힘들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서로 갈등하고 반목할 것이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한다. 교사와 학부모는 적이 아니라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목표로 하는 교육적 동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