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씻고 나오니, 한 통의 부재중 전화와 카톡이 와있었다. 5년 전 첫 제자인 지안(가명)이의 연락이었다.
카톡 문자의 내용은 이랬다.
지안(가명)이의 카톡 문자
'헐? 선화예고? 선화예고면 지안이가 예전부터 엄청 가고 싶어 했던 고등학교잖아? 와... 대박!'
바로 지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와... 대박!!! 축하한다. 지안아. 진짜 진심으로 축하한다."
"고마워요~ 쌤! 저 지금 너무 기분이 좋아요! 헤헤헿"
"그렇게 열심히 노력하더니, 결국 원하는 바를 이뤘네! 진짜 대단하다. 네가 잘 되니깐 선생님도 너무 기쁘네ㅎㅎ"
바이올린 전공 26명을 뽑는데 그중에 한 명에 뽑혔다고 했다. 지방에 있는 음악 전공 학생이 서울에 있는 예술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하늘의 별따기다. 대회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방 대회에서는 항상 순위권 안에 드 지안이지만, 수도권 주최의 전국 대회에서는 본선조차 통과하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겠다던 지안이. 순수 바이올린 연습시간만 평일에 5~6시간, 주말엔 13~14시간을 연습실에서 죽어라 연습했다고 한다. 그리고 피나는 노력 끝에 원하던 바를 이뤘다!
지안이의 합격 소식이 마치 내 일 같이 기뻤다. 지안이의 선생님으로서, 그리고 같이 성장하고 있는 동료로서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지안이는 나에게 첫 제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제자이다. 2년 전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던 교실 난장판 시절, 지안이는 중학교 시험기간이 끝날 때마다 나를 찾아왔었다.
(2년 전)
"쌤~~~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보여요? 힘 좀 내요. 3년 전에 우리 가르치던 그 열정은 다 어디 갔어요? 세상 별 거 없다니깐요. 그냥 고민하지 말고, 좋은 것만 생각해요~ 그렇게 세상 잃은 듯한 표정 짓지 말고, 예전에 4학년 때처럼 같이 기타 치고 노래 불러요! ^^"
본인도 타지에 있는 예술 중학교에 가서 적응한다고 힘들 텐데, 힘든 내색 없이 오히려 슬럼프에 빠진 나를 위로해주었다. 지안이 특유의 밝은 에너지 덕분에 나는 슬럼프에서 좀 더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년 뒤 지안이와 나는 입장이 뒤바뀌게 되었다.
(1년 전)
"선생님! 이제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신 거 같네요. 아니, 예전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시는 거 같아요. 슬럼프 탈출 축하드려요! 근데 쌤... 전 요새 너무 힘들어요... 학교에 애들이랑 지내는 것도 너무 힘들고, 부모님이랑도 사이가 안 좋고... 그냥 사는 게 힘들어요..."
그 밝던 아이가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매 번 교실에 놀러 와서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던 아이가 풀이 죽은 채 교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번엔 내가 도와줄 차례군!'
그 이후로, 지안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선생님으로서, 슬럼프를 먼저 벗어난 인생선배로서 조언도 해주었다.
"지안아, 선생님은 항상 네 편이야. 네가 누구한테 비난을 받던, 무슨 잘못을 하든 간에 선생님은 네 편인 거 알지? 항상 응원한다."
나의 상담 덕분이었을까? 지안이는 빠르게 슬럼프에서 벗어났고, 다시 예전의 해피해피한 지안이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최근 1년 간, 우리 둘 다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나의 꿈은 사람들이 각자에게 맞는 최고의 자아로 살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고, 지안이의 꿈은 좋은 바이올린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현재 지안이와 나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넘어서, 서로를 응원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동료다.
(다시 현재 시점)
"지안아, 너 언제 선생님 보러 학교 안 오냐? 저번에 선생님 결혼식 축가 해준 보상으로 평생 식사 이용권 줬잖아? 그거 한 번 사용하러 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