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내와 집 근처의 아울렛에 쇼핑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3달 전에 장인어른 양복 사드린다고 방문한 이후로 첫 쇼핑이다. 쇼핑 생각에 아내는 아침부터 들떠있었다.
원래 나가기로 약속한 시간은 아침 10시. 하지만 주말만 되면 게을러지는 나는 아침부터 미적거렸고, 12시가 넘어서야 나갈 준비를 마쳤다.
"자기야, 10시에 나가기로 했잖아! 그리고 나 지금 배 엄청 고프단 말이야!"
헉... 비상사태가 발생했다! 가뜩이나 출발이 늦어서 기분이 안 좋은 상태인데, 배까지 고픈 상태라니! 내 아내는 배가 고플 때 엄청 예민해져서,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화를 잘 낸다. 때문에 난 아내가 배가 고프다고 하면, 되도록 행동을 조심하고 재빨리 먹을 것을 구해다 주려고 한다.
"아... 그래? 아울렛 가자마자, 바로 밥 먹자. 조금만 참아~~~^^"
아울렛까지 가는데 아내가 운전을 하기로 했다.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아내가 차를 빼는데, 앞차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서 차를 빼기가 쉬워 보이지 않았다. 아직 운전 초보인 아내에게는 약간 버거워 보였다.
"그냥 내가 뺄게."
결국 우리는 서로 자리를 바꾸었고, 내가 운전을 하게 되었다. 근데 아내는 그게 기분이 나쁜 모양이었다.
"왜 방법을 안 알려주고 갑자기 운전석에서 나오라고 해? 계속 네가 해줄 수는 없잖아! 내가 스스로 할 수 있게 도와줘야지!!"
"아니, 그게 아니라... 아까 옆에 대기하는 차도 있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해서 빨리 빼야겠다는 생각에..."
"(엄청 화남) 그것뿐만 아니라, 오늘 10시에 출발하기로 해놓고 약속도 제대로 안 지키고! 그리고 나 지금 엄청 배고프단 말이야!(폭군이 됨) 나 배고프면 예민한 거 알아, 몰라?"
"미안, 미안... 얼른 가서 밥 먹자!"
항상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다가 오늘은 야외주차장에 차를 처음 주차해보았다. 그런데 지하주차장과는 달리 야외주차장에는 주차구역 번호 표시가 없었다.
"어? 주차구역 표시가 없는데? 뭐지..."
"(화난 목소리로) 여기 쓰여 있잖아! 여기 안 보여? 10번 주차구역이잖아, 10번!"
정말 아내의 말대로 숫자 10이라고 적혀 있었다. 근데 자세히 보니 주차구역 10이 아닌, 속도 10이었다... ㅋㅋ
"00아... 근데 이거 10번 주차구역이 아니라, 속도 10 이하로 서행하라는 거 같은데? ㅋㅋ"
"..."
아내는 부끄러운 지 아무 말도 안 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부끄러움과 함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한 채로~
"야아아아아, 같이 가!"
덕분에 우리 부부는 즐겁게 쇼핑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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