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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03. 2020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 것들

점점 날이 추워지면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진다. 최근 몇 달간 노력한 끝에 아침 글쓰기 습관을 만들었지만, 평생을 늦게 일어나며 게으르게 살아온 전적이 있기 때문에 아직도 일찍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다. 나는 잠자리에서 벗어나기 힘들 때마다, 자기계발을 하기 싫을 때마다 내가 도움을 준, 그리고 도움을 줄 아이들과 이 문자 내용들을 떠올린다. 이들을 떠올릴 때마다, 난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보다 수월하게 해야할 행동을 하게 된다.



다음 문자들은 비교적 최근에 나에게 학부모님들께서 보낸 감사문자들이다. 첫 번째 문자의 경우는 우리 반에서 제일 공부를 안 했던 성원(가명)이의 어머니에게 받은 문자이다. 매일 동네 형들과 어울려 다니고, 하루에 컴퓨터 게임만 5~6시간을 했던 성원이... 이런 성원이가 걱정이 되어서, 수 차례의 심층 상담을 했다. '왜 계속 현실도피를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나눴고, 본인도 바뀌고 싶다고 변하겠다고 다짐했다. 성원이 혼자서는 변하기 힘들기 때문에, 요즘에도 주말에 전화나 문자를 하는 등 신경을 계속 쓰고 있다.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학기 초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다.


두 번째 문자의 경우는 1학기에 거의 우울증 일보 직전까지 갔던 지은(가명)이의 어머니가 보낸 감사문자다. 5월 즈음에 지은이와의 심층적인 상담을 통해, 지은이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은 어머니께 즉시 지은이의 상태를 알렸고, 지속된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지은이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었다. 덕분에 외모 콤플렉스, 대인기피증까지 있었던 지은이는 최근에 반장에 뽑힐 정도로 적극적이고 인기 많은 아이가 되었다.


세 번째 문자의 경우는 우리 학년에서 가장 말썽꾸러기였던 진석(가명)이의 어머니가 보낸 문자다. 이 친구는 작년에 내 앞에서 스스럼없이 욕을 하고, 고함을 질렀던 친구다. 평소에 친구나 선생님, 그리고 부모님에게도 말을 함부로 하고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는 친구였다. 1학기 초부터, 이 친구가 왜 그런 행동을 보이는지 상담을 통해서 계속 이해하고자 했고, 진석이에게 '단지 그런 행동들이 습관에서 나오는 것일 뿐, 네 본성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계속 인지시켜 주었다. 다행히 지금 진석이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고, 지금은 그 누구도 지금 모습을 보고 예전을 떠올리지 못할 것이다.


네 번째 문자는 어제 아침에 지연(가명) 어머님께 받은 감사문자다. 최근에 우리 반은 아이들에게 자기계발할 수 있는 환경설정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 줌을 통해서 저녁 온라인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 7~8명이었던 스터디원은 이제 23명이 되었다. 저녁 시간에 항상 스마트폰이나, TV, 컴퓨터 게임으로 시간을 낭비했는데, 온라인 스터디 덕분에 학습능률이 많이 오른 거 같다며, 아이들과 부모님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다.




학부모님 혹은 아이들에게 이런 문자들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근데 이 '기분좋음'은 누군가에게 인정이나 사랑을 받아서 생긴 것은 아니다. 칭찬이나 사랑은 매주 주말에 아이들과 모여서 피구 하고, 산에도 가던 열정만 넘치던 신규 때도 많이 받았다. 그때와 지금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사실 그때는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을 해도 아이들이 변한다는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노력한 만큼의 교육적 효과가 적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때의 내 교육은 겉만 화려하고 속은 텅 빈 교육이었다. 주말에도 아이들에게 헌신하는 젊은 신규 선생님인 나를 보고 학부모들은 열광하셨지만, 단지 거기까지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은 받았지만, 실제 아이들의 변화가 잘 보이지 않으니 허무함도 들고, 죄책감도 들었다. 내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슬픈 감정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더 이상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보여주기식의 교육을 하지 않는다. 정말 아이들의 인생에 필요한 교육들을 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나 또한 지금 내가 가르치는 방식을 통해 슬럼프를 극복하고 변했기에, 지금 내 교육에 자신이 있다. 지금 당장은 수치상이나 겉으로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무언가 근본적인 것부터 서서히 아이들이 바뀌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렇다. 지금 내가 느끼는 기분좋음은 타인의 인정을 받아서가 아니라,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뿌듯함, 보람감에서 오는 감정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만 볼 수 있다면, 학부모님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 안 해도 좋다.(물론 좀 섭섭하겠지만 ㅎㅎ)


아이들이 뭔가를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해냈을 때, 변하겠다고 다짐하고 꾸준히 노력할 때, 성장의 즐거움을 깨달았을 때 등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 뭔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충만한 감정들이 밀려들어온다. 이 감정들은 인정욕구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이 충만한 감정들은 내가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일들을 하게끔 지속적으로 열정을 불어넣어주고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사람들이 인생을 좀 더 즐겁고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각자가 최고의 자아가 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 느끼는 충만한 감정들. 이것이 지금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행동하게만드는것 #살아가는이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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