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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05. 2020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요즘 내가 알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지인에게 브런치 '교실남'이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



최근에 아내와 공통으로 아는 초등교사 지인이 한 모임에서 아내에게 혹시 브런치의 교실남, 네 남편 아니냐고 물었다고 한다. 아내가 어떻게 알게 됐냐고 물으니, 다른 지역에 있는 친구가 요새 이런 결혼식도 한다며 참고하라며 내 유튜브 결혼식 글의 링크를 보내줬다고 한다.(이 지인분은 조만간 결혼할 예정) 글의 사진을 보자마자, 나인 줄 딱 알아보았고, 다른 글들도 읽어봤는데 좋더라고 글도 재미있게 잘 쓴다고 그리고 꾸준함이 대단하다고 칭찬을 했다고 한다. 아내는 남편이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져서 모임에 다녀오자마자 이 사실을 알려줬다.


음... 근데 나는 아내의 말을 듣고 나서부터 마음 한 켠이 계속 불편했다. 그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 차를 타고 가면서 아내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00아. 나 왜 이렇게 알려지는 것이 두렵지? 내 주변 지인들이, 특히 선생님들이 내 글을 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깐 뭔가 불안해..."


"불안할 게 뭐가 있어. 네가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네가 겪은 일들을 솔직하게 기록한 건데..."


"그래서 문제야... 교실남 브런치에는 내 생각들과 그동안 했던 것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잖아. 사람들이 내 글을 보고 나를 비난할까 봐 두려워."


"비난할 게 뭐가 있어? 네가 뭘 잘못했는데?"


"일단 우리 학교 선생님한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특히 저녁에 따로 시간을 내서 애들이랑 하는 온라인 스터디 같은 경우 다른 선생님들이 아시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좋게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안 좋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 거 같아. 실제로 예전에 비슷한 류의 활동들을 했을 때,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고... 네가 이렇게 해버리면 우리는 어떻게 하냐, 다른 학부모들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냐, 등등 그런 거 있잖아... 내가 소신껏 가르칠 수 있는 자유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


"음... 이해해.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그리고 우리 학교 선생님들 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먼저 내 글을 읽으면 '지가 뭔데. 교직 경력도 얼마 안 되고, 연구회 활동도 없고, 대회 수상 경력도 없는 실력도 없는 놈이 뭘 안다고...'라는 생각을 할 거 같아. 사실 내가 스펙이 없는 건 사실이잖아. 물론 실력도 아직 부족하고."


"아니, 그래도 자기는 자기 나름대로 매일 독서도 하고, 수업연구도 하고 자기계발 열심히 하고 있잖아. 계속 꾸준하게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음... 대부분 연수들에서는 딱 들으면 바로 효과 있는 것들을 배우잖아. 영상 편집 기술, 발문 기술, 학급 운영법 등... 당장 쉽게 쓸 수 있고, 일반화하기 쉬운 것들 말이야. 근데 내가 강조하는 건 데일리 리포트 아이들과 함께 꾸준히 쓰기, 아이들과 함께 자기계발 하기 등 오랜 시간과 꾸준한 노력이 많이 필요한 것들이지. 일반화하기도 어렵고, 성과를 측정하기도, 증명하기도 어렵고..."


"음... 내가 보기에는 자기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미움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계속 현실도피하고 있는 거 같은데... 사람들이 싫어할 수도 있다는 건 그냥 자기 생각이잖아.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일반화 안 되면 어때? 결국 궁극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건 기술 습득이 아니라 태도와 신념 그리고 환경이잖아. 자기는 그걸 바꾸려고 하는 거고. 그리고 실력 없는 거 맞잖아.(팩폭) 아직은 네가 강의를 하거나, 성과를 보여주는 그런 단계는 아니잖아."


"(당황하며) 어, 그렇지..."


"실력은 계속 키워가면 되지. 그럼 실력에 자신이 생겨서, 두려움도 점점 줄어들 거고. 물론 아까 자기가 말한 것처럼 분명 자기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탐탁지 않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야. 근데 뭐 어때? 그건 그 사람들 생각이고, 자기는 또 생각이 다르잖아. 그냥 소신대로 하면 되지."


"그래, 네 말이 맞아. 고맙다."


현명한 아내 덕분에 내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다.



#두려움 #현명한아내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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