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실남 Nov 15. 2020

선생님, 꾸준함은 필수라고 하셨잖아요.

금요일 수업시간이었다.


"얘들아, 오늘 저녁은 줌터디(우리 반 아이들과 월, 수, 금, 일 저녁에 하는 온라인 자율학습 스터디) 못할 거 같아. 작곡 학원 시간이 오늘로 바뀌었거든... 오늘은 좀 쉬자."



저녁 스터디를 쉬자고 하면 아이들이 당연히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른 아이들의 반응,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그냥 오늘도 해요. 작곡 학원 가셔도, 거기서 폰으로 줌스터디 방 만들면 되잖아요."


"선생님, 꾸준함은 필수라고 하셨잖아요? 성장하려면, 변하려면 최소한 몇 달은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맞아요. 멈추면 안 돼요. 하기 싫을 때일수록 그때 해야 더 성장한다고 하셨잖아요."


"쌤~~~~~ 그냥 해요~~~~~"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 스터디를 진행하자는 아이들을 보고 나는 감동을 받았다. 내가 감동을 받은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자발적으로 스터디에 참여를 하는 아이들의 태도에 감동했다. '난 아이들에게 이렇게 스터디를 운영할 거다. 같이 성장하고 싶은 사람은 같이하자.'라고 안내만 했을 뿐, 단 한 번도 아이들에게 강요를 한 적이 없다. 선생님이 시켜서도, 부모님이 시켜서도 아닌, 스스로의 필요성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스터디를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두 번째, 분명 힘들 텐데도 꾸준하게 실천하는 아이들에게 감동했다. 저녁 스터디를 시작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넘었다. 물론 중간중간 몇 번 빠진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빠지지 않고, 대부분의 스터디에 참여를 했다. 월, 수, 금, 일 저녁시간을 온전하게 자기계발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어른도 쉽지 않은 일이다.


선생님과 부모님을 위한 수동적인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 온전히 자신의 성장을 위해 능동적으로 공부를 하는 아이들, 지금의 고통을 성장통으로 받아들이고 꾸준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아이들, 내가 학기초부터 계속 의도해왔던, 꿈꿔왔던 부분들이 지금 아이들에게서 발현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작곡 학원에서 내가 줌을 켜는 모습을 보고 학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와...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네요... 줌으로 저녁에 스터디를 하다니, 요즘 학교들 좋은 것들 많이 하네요. ㅎㅎ 근데 애들은 싫겠다. 그쵸?"


선생님은 우리의 줌터디가 누군가 시켜서 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이어지는 자부심 넘치는 나의 대답,


"아니요. ㅎㅎ 지금 줌스터디는 저희 반 애들이 자발적으로 하자고 해서 하는 거예요. 의외로 애들이 엄청 좋아해요. 일종의 자기계발, 성장을 위한 환경설정이랄까? ㅎㅎ"


1시간 반 동안 집중해서 자기계발을 하는 아이들을 보고 작곡 선생님도 놀라신다. 그리고 밀려드는 아이들에 대한 대견함, 그리고 뿌듯함.



얘들아, 잘 따라와줘서
항상 고맙다!


#줌터디 #초등학생저녁스터디 #성장

    

매거진의 이전글 전학가지 않는 전학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