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은 온라인 개학을 하기 전인 3월 초부터 온라인 개학 전까지 매일 아침마다 30분씩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다. 혹시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 생활패턴이 망가질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매일 늦잠 자면서 아이들이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게 할 바(나도 포함)에는, 같이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수업 시간에는 주로 좋은 습관 형성을 하는 방법이나 시간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알려주었다.
당연히 아직 개학도 하지 않았는데, 왜 수업을 하냐고 불평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의 지도를 묵묵히 따라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성실하게 나의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바로 지현(가명)이였다.
지현이는 아침 30분 수업을 할 때도, 주말에 줌으로 독서할 때도 한 번도 빠짐없이, 내가 기획한 활동에 참여했다. 지현이와 몇몇 아이들 덕분에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반 분위기가 형성이 되었고, 대부분의 반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4월 온라인 개학을 하고, 한창 콘텐츠형 수업으로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을 때였다.(우리 학교는 쌍방향이 아닌 콘텐츠 중심 수업을 했음.) 5월 달 대면수업을 앞두고 지현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선생님, 저 전학 가요..."
"엥? 갑자기 전학? 아... 너무 아쉬운데..."
"네... 선생님, 저도 너무 아쉬워요..."
그렇게 지현이는 전학을 갔다. 온라인에서 얼굴을 봤을 뿐, 실제로는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 한 채로...
2학기가 되면서 과제 제출 방식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또 언제 온라인 수업으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과제 제출을 학급 밴드에 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매 번 학교에 등교할 때마다 제출했던, 데일리 리포트도 온라인 학급 밴드에 제출하도록 했다.
온라인으로 데일리 리포트를 인증한 지 일주일째, 낯설지만 익숙한 이름이 밴드에 보이기 시작했다.
4개월 전에 전학을 간 지현이도 밴드에 자신이 쓴 데일리 리포트를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지현이의 첫 데일리 리포트
지현이의 데일리 리포트를 보고 깜짝 놀라 지현이에게 채팅창으로 물었다.
"엥? 지현아, 데일리 리포트 올렸던데...?"
"아... 3월 달에 선생님이 온라인으로 가르쳐 주셨을 때부터 한 번 해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친구들 인증도 올라오고 하니깐 해보고 싶어서 한 번 작성해봤어요. 생각보다 괜찮은 거 같아요."
감사일기나 시간 나누는 방법이나 체크리스트 작성법은 예전에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지현이의 폴라리스에는 이 내용들이 다 들어가 있었다. 친구들과 선생님의 데일리 리포트를 참고했다고 한다.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앞으로도 데일리 리포트를 학급 밴드에 계속 인증하고 싶다고 했다.
혹시나 새로 전학 간 학교에 적응을 못 하는가 싶어서 살짝 걱정이 되었다.
"지현아, 새로 간 학교는 적응 잘하고 있니?"
"네, 적응 잘하고 있어요~ 친구도 몇 명 사귀고~ 근데 학교에 등교하는 날이 적어서, 시간이 많이 남아요. 온라인에서 학급 활동하는 거 있으면, 저도 같이 참여하면 안 돼요?"
"그래~ 근데 한 가지 조건이 있어. 단 네 학교 생활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참여했으면 좋겠어."
그 뒤로 지현이는 우리 반의 모든 활동에 같이 참여를 하기 시작했다. 데일리 리포트도 2달 반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짐없이 쓰고 있고, 온라인 줌 수업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한 달 전부터 월, 수, 금, 일 저녁시간에 운영하는 줌터디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