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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17. 2020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략이 필요하다.

<사례1>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쏀수학이라는 수학 문제집이 있었다.(아이들 말로는 요즘에도 나온다고 함.) 쎈수학의 문제는 난이도에 따라 A단계(엄청 쉬움), B단계(중간), C단계(어려움) 단계로 나뉘었다. 난 A, B단계를 풀 때가 제일 좋았다. A, B 단계 문제를 풀 때에는 웬만한 실수를 안 하는 이상 대부분 정답이었고, 정답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내가 무언가 잘하고 있다는 성취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힘든 C단계의 문제는 풀기가 싫었다. A, B 단계에 비해 빗금이 많은, 틀린 문제들을 보는 것과 어려운 문제로 인해 머리가 아픈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나는 C단계 같은 어려운 문제보다는 A, B단계 같은 쉬운 문제만 푸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C단계의 문제 같은 경우는 그냥 패스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자 어느 순간부터 내 수학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아... 뭔가 잘못되었구나! 내 문제의 원인은 뭘까?'


오랜 고민 끝에 내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쉬운 문제를 풀 때, 내가 수학을 잘한다는 느낌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그라미로 가득 찬 문제집을 보며 잘한다는 느낌만 받았을 뿐, 실제 나의 수학 실력은 전혀 늘지 않았다. 마치 초등학교 6학년이 초등학교 2~3학년 덧셈, 뺄셈 문제를 계속 풀면서 '나 수학 잘해!' 하고 만족하는 것과 같았다. 반면 어려운 문제를 풀 때 머리가 아픈 이유는 그만큼 지금 이 문제로 인해 내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많고, 성장할 여력이 있다는 뜻임을 깨달았다. 그때의 내가 해야 할 것은 이미 알고 있는 것들, 익숙한 것들 보다는 새로운 것들, 지금 내 수준보다 높은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그 깨달음 이후로 나는 이미 알고 있는 개념 문제들은 특히 A단계 같은 경우는 그냥 뛰어넘었다.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그 시간을 현재 내 수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문제들에 투자했다. 결국 내 수학 성적은 다시 수직상승할 수 있었다.  



<사례2>

중학교 1학년 당시, 부모님이 TV와 컴퓨터를 없애시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운동과 독서를 하게 되었다. 운동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농구였다. 학교 마치면 친구들 9~10명을 모아, 항상 아파트 단지 농구장에 가서 3~4시간씩 5:5 풀코트 농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주말에는 7~8시간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는 학교에 등교를 할 때, 학원을 갈 때에도 길거리에 농구공을 튀기면서 다녔다. 한마디로 나는 농구에 미친놈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 치고 내 농구 실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나보다 농구에 시간을 훨씬 적게 투자한 친구들보다(심지어 키도 비슷한데) 내 농구 실력은 낮았다. 시대회에 나가서 이제 갓 농구를 시작한 후배들에게 패배하기도 했다. 부모님은 '네가 엄마, 아빠를 닮아서 운동신경이 없어서 그런 거다.'라고 했다. 친구들 또한 '네 몸이 뻣뻣해서 그런 거다. 그리고 센스는 어쩔 수 없다.'라고 했다.


대학교 농구 동아리에 들어가서 나는 근본적인 내 문제점을 알 수 있었다. 내가 그동안 시간을 투자한 것에 비해 농구실력이 부족한 데에는 운동신경과 센스가 없는 탓도 컸지만,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았던 점이 가장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 난 그동안 친구들과 동네 경기하는 것만 즐겼을 뿐, 드리블, 슛폼 교정 같은 기본기 연습에는 소홀했다. 기본기 연습 자체가 워낙 지루하기도 했고, 연습해봤자 그다지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깨달음 이후로 경기 대신에 기본기를 파기로 결심했다. 체력훈련, 수비 자세, 슛폼 교정, 드리블 등 세부적으로 나누어서 연습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기본기가 익숙해진 뒤에는 내 빠른 속도를 이용한 스핀 무브나 크로스오버 같은 중급 드리블 기술도 익혔다.


기본기에 충실하기로 전략을 바꾼 결과, 나는 단기간에 농구 실력을 향상할 수 있었고, 만년 후보 선수에서 주전으로 뛸 수 있게 되었다.





우리 반 아이들 중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이 되게 많다. 하지만 효율적으로 그리고 전략적으로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매번 익숙한 것들, 쉬운 것들만을 선택해서,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심지어는 문제를 풀기만 하고, 오답풀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라고 생각함)


'좀 더 전략적으로 다가가면, 지금보다 짧은 시간에 훨씬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 같은데...'


안타까운 마음에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례1을 들려주면서) 선생님이 예전에 쎈수학이라는 문제집을 풀었었는데.... (중략) 얘들아 만약에 너희들이 초등학교 1~2학년 문제를 만문제 이상 푼다면 너희들의 수학 실력이 과연 늘까?"


"음... 아니요... 실력도 안 늘고, 엄청 지루할 거 같아요."


"맞아. 그럼 엄청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경우는 어떨까? 만약에 고등학생들이 푸는 문제를 너희들이 풀게 된다면 어떨까?"


"어... 너무 어려울 거 같아요. 그냥 포기할 거 같아요..."


"그래, 맞아. 너무 쉽거나 너무 어려우면 하고자 하는 의욕이 쉽게 떨어지고 실력을 향상하기도 쉽지 않지. 너희들 혹시 골디락스 법칙이라고 들어봤니?"

 

"..."

골디락스 법칙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제임스 클리어, p.292-

"어렵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의 도전을 할 때, 우리 인간은 의욕(동기)은 극대화된다고 해. 그걸 골디락스 법칙이라고 해. 쉽게 말하면,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자기 수준보다 약간 높은 과제를 할 때에 계속 의욕이 생기고, 꾸준하게 새로운 과제에 도전을 하니, 실력도 점점 늘어나는 거지. 과학자들이 찾은 결과, 현재 능력에서 대략 4퍼센트 넘어가는 일을 할 때, 최고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해."


"선생님, 근데 4퍼센트를 어떻게 측정해요?"


"4퍼센트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는 없지. ㅎㅎ 현재 나 자신의 수준보다 약간 높은 수준의 과제를 한다고 생각하면 편할 거야. 이건 공부, 독서, 운동, 음악 등 어디 분야든지 다 적용될 수 있어. 예를 들면 책 같은 경우도 너무 어려운 책에 욕심내지 않고, 자기 수준보다 약간 높은 책에 도전을 하는 거지. 어때? 쉽지?"


"쉽지는 않은데, 무슨 말씀인지는 알 거 같아요."



"(사례2를 들려주면서) 선생님이 중1 때부터 농구를 했는데... (중략) 만약에 너희들이 기본기가 안 되어 있다면, 기본기부터 차곡차곡 쌓는 것이 필요해. 특히 수학 같은 경우가 그래.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이 사칙연산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계산이 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가 힘들어. 대부분 우리 반에 수학을 못 하는 친구들은 계산이 너무 약해... 이건 너희들이 수학에 재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저학년, 중학년 때 계산 문제를 많이 안 풀어봐서 그런 거야. 적어도 사칙연산 문제 만문제 정도는 풀어봐. 그러면 계산 속도가 확 늘걸? 운동도 마찬가지야.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님은 손흥민 선수가 어릴 때, 몇 년 동안 경기를 아예 못 하게 했데. 경기 없이 드리블, 트래핑 등 기본기만 몇 년 동안 연습을 시켰다는 거야. 그 기본기 덕에 지금의 손흥민 선수가 있는 거지."


"와..."


"얘들아, 결론적으로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야.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지. 근데 내가 더 빨리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 노력 안에서 좀 더 효율적인 전략을 찾아야 해. 예전에 선생님이 설명했던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활용한 복습이나, 데일리 리포트, 고통을 대하는 태도, 수면 습관 등등 전부다 효율적인 전략들이라고 볼 수 있지. 선생님은 너희들이 그냥 노력하기보다, 항상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을 수행할 수 있을까 전략을 고민하면서 행동했으면 좋겠어. 우리들의 시간은 한정적이잖아?"




내가 한 말들은 우리 반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하다.


다시 한번 되뇌면서 글을 마치려고 한다.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에겐 전략이 필요하다.



#노력 #효율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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