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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실남 Nov 20. 2020

6학년 아이들의 5년 뒤 목표는?

얼마 전, 유튜버 신사임당님의 채널에서 세계적으로 성공한 외식 사업가 캘리최 대표님의 인터뷰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영상에서 대표님은 목표 설정 방법, 잠재의식 트레이닝, 부자들이 하는 좋은 습관(독서, 명상, 유산소 운동), 롤모델 설정 등 성공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셨다.


이 영상을 보고 나는 내 목표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지게 되었고, 우리 반 아이들도 그런 기회를 같이 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반은 이미 예전에 이와 비슷한 활동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자신의 최고의 자아 묘사하기와 그리기 활동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하지만 그때의 활동과 캘리최 대표님이 설명하는 목표 설정하는 방법은 좀 결이 다르다. 전자는 정체성 중심 목표 설정에 가깝고, 후자는 결과 중심 목표 설정에 가깝다. 솔직히 누가 더 좋냐, 나쁘냐 우열을 따질 수 없다. 둘 다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캘리최 대표님의 설명을 참고하여 결과 중심 목표 설정하는 방법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기로 했다.




"오늘은 자신의 5년 안에 이룰 중장기 목표를 설정해보는 활동을 해볼 거야. 우리 잠재의식에서는 하루에 2~6만 개의 생각을 뿜어낸다고 해. 대부분 걱정, 불안, 두려움 같은 쓸데없는 생각들이지. 목표는 이런 어지러운 생각들을 한곳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


"예전에 배웠던 최고의 자아랑 좀 비슷한 거 같은데요?"


"어, 근데 그건 정체성 중심 목표에 가깝고 그건 결과 중심 목표에 가깝지. ㅎㅎ 일단 목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정한 이유와 그 목표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까지 적어보자! 아, 그리고 목표를 설정할 때는 숫자로 표시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데드라인(마감시간)이 있어야 해. 우리가 지금 하는 건 5년 뒤에 이룰 목표니깐 데드라인은 5년으로 잡으면 되겠다!"


"선생님, 저는 근데 지금 생각나는 목표가 없는데요?"  


"그러니깐 이 활동을 하는 거잖아~~ 오늘 집에 가서 곰곰이 생각해 오세요."


"선생님, 목표를 적을 때 '어떤 습관을 얻고 싶다.'도 돼요? 선생님이 습관만 잘 형성되어 있으면, 결과도 자연히 따라온다고 하셨잖아요."


"어, 그것도 좋지!"




(다음 날)


"자, 어제 선생님이 내준 숙제 다 해왔니? 오늘 우리 반 전부다 친구들 앞에서 발표까지 할 거예요~ 어제 보니깐 저녁 스터디할 때 심각하게 고민하는 친구들이 꽤 많던데? 얼마나 멋진 목표를 정해 왔는지 선생님이 한 번 기대해 볼게~^^"


"(이구동성으로) 아~~~~~ 기대하지 마세요~~~~~~"


그렇게 수줍어하더니, 막상 발표 시간이 되니 발표를 잘하는 아이들.


주로 공부와 관련된 목표들만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다양한 목표들이 나왔다.


그중에서 인상적인 몇몇 목표들을 소개하겠다.

언니 방 뺏기가 목표인 아이

"저는 중학교 2학년이 되면 시험 평균 점수 93점 이상을 받아서 언니 방을 뺏는 것이 목표입니다. 저는 동생과 같이 방을 써서 불편해 죽겠는데, 언니 혼자 방을 쓰는 걸 보니 너무 얄밉습니다. 얼른 방을 뺏고 싶습니다."


(반전체 웃음)


"언니랑은 얘기가 된 거니?"


"네, 얼마 전에 언니랑 부모님이랑 얘기해서 이렇게 합의 봤어요. ㅋㅋ"


부모님에게 선물 사드리는 게 목표인 아이


"저는 5년 안에 용돈 90만원을 모아서 부모님께 선물을 사드리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선물을 사드리겠다고 말한 아이가 무려 3명이나 되었다. 의외였다.


"와... 선생님은 너네 나이 때 어떻게 하면 부모님한테 용돈을 더 타갈까 고민했는데, 너네는 참 대단하다. 다들, 효자, 효녀네~~ 멋지다~~!"



우리 반에서 남자 중에 키가 두 번째로 작은 진석이가 발표를 했다.


"저의 목표는 고등학교 입학 전까지 키 175cm 이상 크는 것입니다."


"아....(반에서 흘러나오는 탄식)"


"진석아, 근데 키는 유전적인 부분들도 큰데? 네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을 텐데?"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요. 엄마가 매일 줄넘기하고 일찍 자고 잘 먹으면 키 잘 큰다고 했어요.(현재도 그렇게 실천하는 중...ㅜㅜ)"


"흠... 좋아, 최선을 다해서 노력은 하되, 혹시 나중에 결과가 안 좋더라도 실망은 하지 말도록! 키는 네가 통제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으니깐!"




그 밖에도 책 100권 읽기, 소설 완성하기, 캐릭터 저작권 등록하기, 돈 모으기, 수학경시대회에서 상 받기, 웹툰 한 편 그리기, 전교 20등 안에 들기, 매일 운동하는 습관 만들기, 플룻 선생님 되기 등 다양한 목표들이 있었다. 어른이 보기에는 그저 귀엽게 보이는 작은 목표들이지만, 이 아이들은 나름대로 몇 시간 동안 진지하게 생각한 목표들이다.


활동이 다 끝나고 아이들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하며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얘들아,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첫째, 자신이 세운 목표를 까먹지 말기! 둘째, 목표가 잘 이뤄지고 있는지 계속 체크하기! 자신이 세운 목표를 매일 아침, 그리고 자기 전 한 번 읽어봐~ 잠을 통해서, 무의식이 너희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거야. 그리고 데일리 리포트를 통해서 목표가 이뤄지는지, 계속 체크하도록!"



5년 뒤, 10년 뒤 이 아이들의 모습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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